봉화 농약 중독 사건

2024년 7월 15일, 경상북도 봉화군의 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마을 주민들 중 5명이 농약 중독으로 중태에 빠지고 그 중 1명이 숨진 사건.
2. 상세
2024년 7월 15일 낮 12시경,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내성리의 한 마을 식당에서 초복 행사로 경로당 회원 주민 41명이 모여 오리불고기를 먹었다.

식사 후 오후 2시가 지나자 주민 A씨(69)가 심정지 증세를 보였고, 이어 B씨(75)와 C씨(65)도 의식을 잃는 등 중태에 빠졌으며 D씨(78)도 치료 중 7월 16일 상태가 악화되어 안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이에 따라 처음에는 식중독 사고로 추측되어 언론을 탔으나, 피해자들의 위장에서 농약성분이 나와 사건이 반전을 맞이했다. 살충제 성분인 에토펜프록스, 터부포스 등 2가지 유기인제가 검출됐는데 에토펜프록스는 모기, 파리 등 해충 퇴치용으로 가정에서도 흔히 사용되는 살충제로 독성은 낮은 반면 터부포스는 독성이 강한 살충제다.

당시 농약에 중독된 주민들은 자리에 늦게 도착해 맨 마지막에 식사를 했고, 전원이 같은 식탁에서 음식을 먹었으며, 5명 중 4명만 농약 중독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피해 주민 4명은 경로당 회장과 부회장, 회원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경찰청은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보고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피해 주민 4명이 식사 후 커피를 마셨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오리 고기가 아닌 커피에 농약이 들어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사건 발생 후 피해자들이 식사를 했던 오리고기 식당과 납품업체가 한동안 매출에 타격을 받았었는데, 식중독이 아닌 범인이 있는 독살 미수 사건이며 오리고기와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지며 그나마 다행히 이들은 누명을 벗게 되었다.

7월 18일 1명이 의식을 회복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50분경 E씨(85)가 농약 중독의 증세와 유사한 구토, 어지러움, 의식 저하,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해 마을에 있는 병원에 갔다 상태가 악화돼 안동병원의 응급실로 이송됐다. 15일에 다른 피해자 4명과 함께 식사하고 경로당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7월 21일 의식을 회복한 피해 주민이 3명으로 늘었다. D씨는 대화가 가능한 상태로 일반 병실로 전원이 예정됐다. B씨와 C씨는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문답을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며, 사건 당일 심정지가 왔던 A씨는 여전히 상태가 중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자택에서 안동병원으로 이송된 E씨는 한때 심정지가 왔다가 의식 저하 상태에 빠졌다.

이후 B씨, C씨, D씨 3명은 7월 25~29일에 퇴원했다.

7월 30일 오전 7시경, 가장 상태가 위중했던 E씨가 끝내 사망했다.

E씨의 사망 직후, 경찰은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고 하며 "용의자를 단정하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7월 31일 사망한 E씨에게서 4명의 피해자와는 다른 농약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리고 쓰러지기 직전 은행에 가서 거액의 돈을 자신의 가족들에게 나누어주었다는 뉴스 기사가 보도되고 E씨가 4명의 피해자와는 다르게 며칠 후 이상을 나타냈다는 것에 기인해 E씨가 범인이고 책임 회피를 위해 자살한 게 아닌가라는 추측이 돌고 있다. 

8월 30일, 경찰은 "피의자를 특정해 막바지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다음달 중 수사를 마무리하여 결과를 발표하겠다"라고 알렸다. 

9월 30일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모두의 예상대로 범인은 같은 마을에 사는 마지막 환자이자 유일한 사망자 E씨로 밝혀졌다. 사건 이틀 전 아무도 없는 경로당에 출입했고, 이후 밖으로 나와 만진 물건들을 감정한 결과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피의자의 위세척액에서 검출된 농약 성분은 경로당 음료수병에서 검출된 것과 동위원소비가 서로 다른, 즉 별개의 것이었으나 압수수색을 통해 피의자의 주거지 마당과 집 주변에서 발견된 알갱이 모양의 농약은 음료수병의 것과 동위원소비가 동일해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건 사흘 전엔 경로당 커피포트에 물을 붓는 모습이 목격됐고, 여기서도 살충제 성분이 나왔다. 그러나 피의자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결정하고 불송치로 종결되었다.

직접적인 범행동기는 밝혀내지 못했으나 경로당에서는 상시적으로 화투 놀이가 있었고, 피의자와 다른 이들 간에 갈등과 불화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경찰은 경로당과 마을회관 일대에 CCTV를 설치하는 근거 법령을 제정하도록 행정당국에 권고했다.

피해자들 중 1명은 두 달이 넘게 지나도록 의식조차 회복하지 못하는 중태에 빠져 있으며, 호전된 3명도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마을 분위기도 흉흉해져 경로당에는 사람의 발길이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