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농약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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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생 여성 노은희(가명, 당시 44세, 여성)가 2011년부터 2014년에 걸쳐 농약인 제초제를 이용해 가족 3명을 살해하고 1명에게 중상을 입힌 엽기적인 살인 사건. 남편들과 가족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점과 보험금을 목표로 저지른 사건이라는 점이 이전의 엄 여인 보험 살인사건과 매우 유사하다.

2015년 2월 27일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광역수사대 폭력1팀은 피의자 노 씨를 살인 혐의로 검거했는데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험금을 노린 엽기적인 범행 행각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었다.

범행은 2011년부터 시작되었는데 노 씨는 전 남편이었던 김모씨의 집을 찾아가 몰래 농약을 탄 음료수를 냉장고에 넣어 두었으며 1주일 후 이를 마신 김 씨는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급사했다. 김 씨의 어머니도 이 음료수를 마셨지만 맛이 이상하다는 걸 느껴 바로 뱉어냈기 때문에 다행히 화를 면했다. 당시 경찰은 김 씨가 채무를 갖고 있었다는 유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김 씨가 신변을 비관해 자살한 사건으로 결론내렸다.

이후 김 씨가 가입했던 보험사들로부터 4억 5천만 원의 보험금이 노 씨에게 지급되었다. 사망자의 전처인 노 씨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노 씨가 김 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친딸(미성년자)의 친권을 주장한 것에 있었는데 상속자인 자녀가 미성년이면 보호자 역할을 하는 사람에게 재산이 위탁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김 씨가 보험에 가입한 지도 오래되었기 때문에 보험사들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1년 뒤 노 씨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이 모씨(43세)와 재혼했으며 2012년 11월 말에 이 씨의 노모를 모시고 같이 살게 되었지만 노 씨가 들어온 지 1달만에 시어머니 홍 씨(79세)가 폐렴으로 사망하고 7개월 뒤에 남편 이 씨마저 노모와 비슷한 폐렴 증상으로 급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씨의 가족들은 노모야 나이가 많아서 자연사한 것으로 받아들였으나 건강했던 이 씨마저 노모와 비슷한 증상으로 급사한 점을 미심쩍어했고 당시 이 씨를 담당했던 병원에서도 이 씨의 몸에서 농약 중독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음을 가족에게 통보했다. 이 씨는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았고 어린 아들까지 있어 농약을 마시고 자살할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남편 이 씨가 숨진 후 노 씨는 보험사로부터 5억 3천만 원을 사망 보험금으로 수령받았다.

그런데 보험사 측은 노 씨가 거액의 사망 보험금을 연속적으로 수령한 것을 수상하게 여겨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여기에 더해 농약 중독과 관련된 세계 최고의 권위 기관이기도 한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농약중독연구소에서도 사망자들이 폐렴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가 의심스럽다는 소견을 냈다. 결국 사건의 진상이 밝혀져 노 씨가 검거되었다.

검거 이후에는 노씨의 여죄가 밝혀졌다. 범행이 발각되기 전인 2014년 여름 자신이 전 남편 김씨와의 사이에서 낳은 친딸(19세)에게도 농약을 먹였는데 이 딸은 죽지는 않았지만 중상을 입어 병원에 입원했다. 노씨는 친딸이 병원에 입원하자 또 다시 보험금 700만 원을 수령했다고 한다.

노 씨는 10억 원대의 보험금을 대부분 호화로운 생활에 사용했다. 고급 승용차나 2천만원 상당의 고급 자전거를 사거나 백화점에서 수백만 원씩 쇼핑하면서 VIP 대접을 받았고 겨울에는 스키장 회원권을 이용해 스키를 즐겼다고 한다.

이 사건은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 했지만 사건 해결에는 충남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신장내과 홍세용 교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찰이 피해자들의 진료 기록을 가지고 홍 교수를 찾아와 독극물 중독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기록을 살펴본 홍 교수는 이들이 맹독성 제초제 성분인 '파라콰트'(패러쾃)에 중독돼 숨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두 번째 남편은 치사량 이하의 제초제를 여러 번 반복 음독했을 것이라는 자문서를 작성해 주었다.

하지만 숨진 3명 가운데 2명은 이미 화장했고 나머지 한 명도 매장한 지 1년 6개월이 지난 상황이어서 경찰관들은 난감해했다. 홍 교수는 매장한 시신에 대한 부검을 권유했는데 "파라콰트는 다른 농약 성분과 달리 시신 내에서 오랜 기간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신 주변 흙을 조사해도 농약 성분이 검출된다"며 경찰관들에게 확신을 심어줬다. 경찰관들은 검사 지휘를 받아냈고 부검이 진행됐다. 그 결과 홍 교수의 말처럼 시신의 폐를 비롯한 몇몇 검체에서 강력한 제초제 '파라콰트' 성분이 검출됐다. 제초제를 이용한 독살은 증명되었다. 이제는 누가 농약을 먹였느냐를 밝혀야 했다. 경찰관들은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 있었다.

때마침 노 씨의 딸이 지난해 8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폐렴 치료를 받았고 홍 교수에게 관련 진료 기록이 전해졌다. 홍 교수는 딸의 병증이 이미 사망한 의붓아버지의 증상과 매우 유사함을 발견하고 추적 관찰을 조언했다. 2015년 2월 초 딸이 또 다시 같은 병원에 폐 질환으로 입원했고 이번에도 홍 교수는 경찰들이 전해 준 진료 기록을 검토해 파라콰트 중독임을 확인해 줬다. 거의 동시에 이어진 국과수 조사에서 딸의 혈액과 소변에서 파라콰트가 검출된다. 그렇게 해서 용의자는 2월 27일 전격 검거되기에 이르렀고 명확한 증거들을 피할 수 없었던 노 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2015년 3월 3일, 경찰은 노 씨를 존속살인, 살인, 살인미수, 상해, 보험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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