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순덕 상사 피살사건

반응형

 
2001년 12월 대한민국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소속 염순덕 육군 상사가 경기도 가평군 하면(현재 조종면) 현리 일대 마을에서 이른 회식자리에서 군 관계자들과 동석하다가 귀가 중 괴한에게 피살당한 사건.

이해하기 힘든 수사와 석연치 않은 은폐 시도로 인해 미제사건이 되었으나 태완이법으로 2000년 8월 이후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없어짐에 따라 이 사건이 살인사건으로 분류될 경우 재수사가 가능하여 다시 빛을 보게 된 사건이다. 제대로 밝혀진다면 대한민국 국군 관련 의문사 중 최악의 사례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군납비리를 목격한 현역 군 간부가 살해당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군에서 조직적으로 신속하게 은폐했다는 의혹이 있는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결혼 후 10년도 되지 않아 혼자 남게 된 고인의 아내는 군인아파트를 떠난 뒤 남겨진 아들 둘을 키우며 힘겹게 살게 되었다.

이 문서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2018년 3월 24일/3월 31일(1116~1117) 방영분을 기초로 작성되었다. 해당 방송분에서는 해당 사건 담당 조사에 참여한 형사가 직접 취재진과 동행하여서 사건 장소들과 정황들을 설명해 줬다.

2001년 12월 11일 약간 이른 저녁시간, 염순덕 상사는 가족들에게 회식이 있다고 말한 후 집을 나왔는데 집을 나오며 휴대전화를 두고 나갔다. 1차로 부대 근처 마을 식당에서 회식을 했는데 이때 일행 중에는 원래 참석 예정에 없었던 수송관 홍○○ 육군 준위가 있었다. 1차 회식을 마친 후 현리에 위치한 'ㄴ' 주점에서 2차 회식까지 했는데 이 2차 회식자리엔 포병여단 군 동료는 물론 국군기무사령부 부사관들이 참석했다. 본래 염순덕 상사는 술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유독 2차 회식에서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셨고 술값 25만원도 자기 돈으로 일시불로 냈다고 한다. 회식 이후 귀가하는 와중에 염순덕 상사는 대추나무 몽둥이에 맞아서 쓰러졌다. 또 목격자가 염 상사의 시신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시간이 사건 당일 오후 11시 30분이다.

사인은 외상성 두부(두개골 골절, 급성 경막하출혈, 지주막하출 등) 및 안면부(안면골 골절 등) 손상으로 판단되었다. 사망한 염순덕 상사의 사진을 본 전북대학교 이호 교수는 함몰 분쇄 골절이 의심되는데 머리뼈가 그냥 골절이 온 것이 아니고 안쪽으로 주저 앉아 여러 조각으로 나눠졌고 그것이 반대쪽으로 전달된 듯하다며 집중적으로 한 부위가 가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당시 사망한 염순덕 상사는 혈중 알콜 농도가 0.23%였기에 제대로 된 저항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 정도 혈중 알콜 농도면 운동신경이 마비되어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범행에 쓰인 대추나무 몽둥이는 사건 지점에서 불과 도보 8분 거리에 떨어진 대추나무 더미에서 급히 주워왔을 가능성이 크며 권일용 프로파일러에 의하면 대추나무 몽둥이라는 흉기선택은 감정적인 사건 진행 과정상 범행도구로 적절한지 판단하기 이전에 이미 대충 주워서 쫓아왔을 것이라는 추정을 했다. 또 권 프로파일러는 이 사건은 불특정한 어떤 대상에게 일어난 범죄상황은 더더욱 아닐 가능성이 높고 염 상사가 쓰러진 곳이 당시 집을 불과 500m 앞두고 있던 곳이기 때문에 범인은 염 상사가 평상시 이동하는 집, 거리, 동선을 알고 있었기에 따라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거들었다.

수사에서 금품을 노린 전형적인 강도 사건이 아닌가 추측되었는데 사망한 염순덕 상사의 소지품들 중 현금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강도를 당했다는 주장은 힘을 잃었다.

마침 그의 시신과 범행 이전에 수상한 거동을 보인 범행 관련자를 목격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당시 동네 자영업자였던 김○○씨의 모친에 따르면 사건 당일 김 씨의 차에 동승하였으며 일 때문에 동네 마실을 나갔다가 개천에 놓인 다리를 건너기 전 다리 앞에서 군인처럼 머리를 깎은 것으로 보이는 2명이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어슬렁 지켜보다 간 것을 목격했다. 이 시점이 염 상사의 시신을 발견하기 수십 분 전이었으며 증언에 나온 그 2명이 바라보는 방향 역시 사건 현장 방향이었다.

술자리가 있기 전에 염 상사와 홍 준위는 트러블이 몇 번 있었다. 트러블의 정도는 인간관계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칠 정도였으며 염 상사가 그 문제로 전역하고 싶을 정도임임을 당시 군 동기에게 토로한 적도 있었다. 군 동기는 그것이 알고싶다와 가진 인터뷰에서 염 상사가 과중한 업무 강도가 아닌 대인관계 때문에 전역을 고려하였다고 분명하게 언급했다.

그 큰 갈등이 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홍 준위가 군용연료를 빼돌리던 것을 염 상사가 알게 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단 이것만 보면 사건의 배경은 그냥 평범한 부사관(준사관)의 군 물자 착복행위로 보일 수 있겠지만 홍 준위의 착복에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이 중사가 연관되었고 이 중사는 홍 준위와 함께 염 상사 피살사건의 핵심 용의자다.

신고를 받고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군 헌병대였고 이후 경찰이 도착했다. 그리고 당시 여단 주임원사였던 전맹길이 신원 확인차 현장으로 달려갔다. 본래 본부 행정보급관에게 먼저 연락이 갔지만 행정보급관도 놀라서 신원확인을 할 엄두가 안난다는 이유로 상급자인 전맹길에게 연락을 취했고 전 주임원사가 행보관 대신 신원 확인에 나서게 된 것이었다.

전맹길이 도착하니 헌병 수사관들은 염 상사가 뺑소니 차량의 사이드미러에 머리가 부딪쳐 죽은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고, 이를 토대로 신원 확인 및 시신의 군병원 이송 동의를 요구했다.

그런데 간발의 차로 도착한 가평경찰서의 당시 수사계장이 교통사고보다는 타살로 추정됨을 직감했고 헌병이 시신을 군병원에 데려가기 전에 자신들도 이 사건을 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수사계장은 전맹길 원사에게 뺑소니라면 두부 외 신체에 상처가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며 살인사건일 가능성을 제시했고 전맹길 원사는 고민하다가 여기서 경찰을 믿는 결단을 내렸다.

다음날 조사에서 군 헌병 측의 변명이 무색하게 경찰 수사과정에서 선명한 혈흔이 남은 대추나무 몽둥이가 개천에서 발견됐는데 이 몽둥이의 상흔이 염순덕 상사의 두부피격 상흔과 일치했다. 염 상사는 몽둥이에 가격된 흔적이 얼굴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이는 원한에 의한 살해에서 자주 발견되는 유형이다.

여기에 더해 군 헌병 측의 수사 태도도 경찰 측의 태도와 미묘하게 엇박자를 걷고 있었다. 실제로 사건 보고서를 보면 군에서는 지속적으로 사건을 변사라고 규정했으며 반대로 경찰 보고서에서는 살인피의사건으로 적시했다.

그러다 훗날 밝혀진 바에 의하면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뒤 수사본부에 익명의 제보자가 공중전화를 통해 "염상사 사망 사건은 군대 내부에 있는 사람 소행이다"라는 짧은 제보가 들어왔다. 걸려온 공중전화의 위치를 추적해 보니 포천시의 한 휴게소 일대였는데 포천시도 알아주는 군사도시인지라 제보자는 군측 인물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으리라고 추정된다.

경찰은 초기 수사 당시 '마지막 술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범인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고 그 리스트를 적어서 피해자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아내는 이 쪽지를 이후에도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 리스트에는 국군기무사령부 부사관 마○○ 중사와 이○○ 중사, 상술한 수송관 홍 준위가 있었다.

2018년 2월, 유력 용의자 중 한명인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이 원사(당시 중사)가 15장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 중사는 국군기무사령부에서 원사까지 진급해 공군사관학교로 파견 근무 중이었는데 성매매 혐의로 조사 중이었다. 이 조사로 혐의가 인정되면 바로 불명예 전역이고 그렇다면 지금까지 받아 온 군인으로서의 특혜와 헌병대 수사 실드가 사라지게 되니 압박감을 가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에서 해당 인물이 이후 제대한다면 즉시 당사자의 신병을 확보하여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소방서 반장이 증언한 바에 따르면 자살 현장이 발견될 당시 이 원사(당시 사건에서는 중사)는 전투복이 아닌 육군 정복 차림이었으며 자신의 사망을 영상으로 촬영하였다고 한다.

자살한 이후 경찰에서 유품을 조사했는데 스마트폰 조사 과정에서 당시 이 원사가 경찰에서 소환 조사를 한 이후 폰의 웹브라우저등에서 살인죄 공소시효에 대한 검색 기록이 많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자살 전 이 중사의 신분이 현역 군인이었기 때문에 수사 협의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였다고 한다. 이후 군사법원에서 두 차례 영장이 기각되었는데 당시 재조사 담당 검사도 "공범이기 때문에 현장에 같이 있었기 때문에 한 명의 진술이 탄로가 나면 다른 진술도 오염이 되니까 군 하고 협의를 해서 신병 확보를 동시에 해서 진술을 확정시키자 그러면 가능하다 이 사건은 그렇게 얘기가 서로 다 이루어지고 군에서도 의욕적이고 OK 다 잘 됐다 라고 했는데 그 이후로 전혀 진행이 안 되고 있습니다."라고 인터뷰하였다. 결국 경찰에서도 7~8개월 동안 수사에 진전이 없어서 2017년 9월 공식적으로 육군본부를 방문하였다고 한다. 이때 경찰에서 당시 드러난 피의자 이 중사의 성매매 부분 등에 대해선 육군에서 분리 기소를 하고 나머지 살인 혐의에 대해선 경찰에 이첩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결국 군에서도 2018년 2월 분리 기소를 하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