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뺑소니 청부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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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2월 23일 오전 1시 40분경, 경상북도 의성군 다인면 송호리 마을 진입로에서 김 씨(당시 54세)를 아내 박 씨(당시 52세)가 가족들과 짜고 뺑소니로 위장해 살해한 청부살인이자 보험사기 사건.

치밀한 계획 덕분에 평범한 미제 사건으로 결론났으나, 13년 후 공범 중 한명이 술자리에서 입을 잘못 놀리는 바람에 전원 붙잡힌 사건이다. 또한 경찰들의 고도의 심리전이 빛을 발한 사건이기도 하다.

2003년 2월 23일 오전 8시 무렵, 경상북도 의성군 다인면 송호리 마을 진입로 부근에서 김 모 씨가 차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사고의 충격으로 멈춘 손목시계는 1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실제 사망 추정 시각도 비슷했다.

김씨가 발견된 도로는 오르막이 계속되다가 갑자기 내리막으로 바뀌어 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전형적인 교통사고 다발 구간이었고, 현장에는 차가 급정거한 흔적이 있었다. 경찰은 이를 보고, 오르막에서 속도를 높이다가 내리막에 있던 김씨를 발견해 뒤늦게 제동을 걸었으나, 김씨를 친 것으로 판단해 뺑소니 사고로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난 지점이 한적한 시골길이라 사고 현장은 물론 근방에도 CCTV가 없었고, 차량 파편도 없었다. 유일한 목격자인 인근 주민의 증언에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 경찰은 별다른 증거를 잡지 못하면서, 사건은 그렇게 뺑소니 사건 공소시효인 10년이 지나 2013년 종결되었다.

사건 발생 12년 후인 2015년 11월 4일, 새로운 제보가 들어왔다. 공범 중 한 명이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취기에 "과거에 이러이러한 범죄를 저질러서 보험금을 타낸 적이 있다, 괴롭다"고 고백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마침 금융보험공사 직원과 잘 아는 사이였기 때문에 금감원에 이 사실을 제보했고, 금감원은 이 사건을 경북경찰청 장기미제사건팀으로 넘긴다.

제공된 정보라고는 2003년에 경북에서 일어난 뺑소니 사고라는 것뿐이었지만, 미제팀은 사건 장소와 시기가 일치하는 사건을 찾아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은 사망했지만, 폐기 직전이던 사건 기록을 운좋게 찾아내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미제팀은 아내 박 씨가 사고 직후 여동생에게 차명계좌를 통해 1년여 간 50~100만 원씩 돈을 건네준 사실과, 동생 역시 받은 돈을 수차례 나눠 인출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당시 박 씨의 내연남 최 씨의 명의에 거액의 현금이 입금된 정황도 밝혀냈다.

하지만 정황증거는 있었으나, 결정적인 증거를 잡기가 힘들어서 수사는 6개월이 넘도록 진척이 없었다. 이때 수사팀은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바로 용의자 중 하나인 박 씨의 동생을 불러 사건에 대해 물어보기로 한 것. 공소시효도 지난 15년 전 사건에 대해 갑자기 조사를 받게 되면, 당황한 동생이 분명히 공범에게 연락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수사팀의 예측은 적중했다. 동생은 경찰서를 나온 후 당시 내연남이었던 최 씨에게 연락했고, 경찰은 거액의 계좌 거래 내역이 있는데다가, 운전면허도 있는 최 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이번에는 최 씨를 불러 심문을 했다. 결국 최 씨는 트럭을 운전한 것은 내가 아니고 지인인 이 씨다라고 자백하고 말았다. 경찰은 이번에는 이 씨를 불러 추궁했고, 사건 직전 김 씨와 칠곡에 있는 횟집에서 술을 마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사팀은 이 3명의 말을 조합해 아내 박 씨가 이 살인사건의 주범이라는 결론을 내려 마지막으로 박 씨를 소환했고, 이미 피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박 씨는 순순히 자백했다고 한다. 그렇게 13년 만인 2016년 5월 3일, 단순 뺑소니로 보였던 사건이 보험사기 살인사건으로 진상이 밝혀지게 되었다.

미제팀은 2003년만 해도 보험사기가 흔하지 않았던 때라 그쪽으로 수사가 진행되지 못했고, 박 씨의 알리바이가 확실했던 데다가 남편 사망 이후 재혼도 하지 않아 의심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김 씨는 오래전부터 아내 박 씨의 불륜을 의심했고, 자주 술을 마시고 박 씨를 폭행했다. 이에 박씨는 2002년부터 하루에 몇 번씩이나 동생에게 전화해 남편을 죽여달라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당시 무속인이었던 동생은 최 씨와 전국을 돌며 2년동안 형부의 죽음을 비는 기도를 올렸다. 그러다 참다못한 박 씨가 "남편을 죽여주면 보험금 5,000만원을 나눠주겠다"고 제안했고, 동생은 보험금 조항을 조사해, 휴일이나 야간에 교통사고를 당하면 보험금이 최대 10배까지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최 씨와 함께 보험사기를 일으키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최 씨는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동창 이 씨에게도 제안을 했고, 이 씨는 5,000만 원에 혹해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무려 1년이라는 긴 준비기간을 들여 치밀하게 계획을 짰으며, 통화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주로 박 씨의 동생의 집에 모여 계획을 짰다. 박 씨는 술에 취하면, 마을 입구에서 내려 걸어들어오는 남편의 버릇을 범행에 이용하기로 했고, 범행 현장을 직접 답사해 어느 지점에서 사고를 낼지, 어디로 도주할 지를 결정했다. 또한 보험을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해 일요일 자정에 사고를 일으키기로 결정했다.

실행범 이 씨는 김 씨에게 접근하기 위해, 사건 일주일 전, 당시 김 씨가 운영하던 과수원에 찾아가 가지치기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제안했고, 사건 하루 전에는 답례로 술을 사겠다며 김 씨를 꾀었다. 아내는 알리바이 확보를 위해 친척 모임으로 갔고, 이 씨는 김 씨를 데리고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경북 칠곡에 데려가 자정을 넘기기 위해 2차까지 술자리를 끌었다.

그렇게 만취한 김 씨는 이 씨의 차로 집에 돌아가다가 평소 술버릇대로 마을 입구에서 내렸고, 이 씨는 잠시 후 김 씨를 1톤 화물차로 들이받았다. 이후 5km 떨어진 저수지에 낚시꾼으로 가장해 기다렸다가 최 씨와 함께 검문소가 없는 도로를 이용해 도주했다.

이후 박 씨에게 보험금 5억 2,000만원이 지급되었고, 박 씨는 딸 명의의 계좌에 이 돈을 넣은 뒤, 자신의 몫 2억 원 외에 나머지 3억 2,000만 원을 공범들에게 차례차례 송금했다고 한다.

주범인 아내 박 씨, 공범 여동생 박 씨, 최 씨, 이 씨의 4명은 체포되었으며, 이중 일부는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했다. 2016년 11월 11일 대구지방법원은 아내에게는 징역 15년, 공범 3명에게는 각각 12년, 10년, 1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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