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과 2011년 2월에 각각 발생한 50대 이혼 부부의 사망 사건. 두 부부는 20년 전에 이혼한 상태였으며 공교롭게도 두 사건의 현장에는 모두 이혼 부부의 첫째 딸이었던 장씨가 있었다. 단순히 여기까지만 보면 기구한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도 있었겠으나.
2010년 9월 14일 강북구 수유동에서 박모씨(당시 52세)의 집에 원인 모를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결국 박씨는 안방에서 화재로 인해 사망했는데 기이하게도 화재는 박씨가 사망한 안방에만 집중되었고 박씨의 딸인 장씨와 그의 딸이 있던 방은 멀쩡했다. 여기에는 뒷이야기가 있었는데 장씨의 부모인 장씨와 박씨는 20년 전에 이혼한 상태였으며 당시 어린 아이였던 장씨는 그부모의 친척집에 맡겨졌는데 20년 동안 한 번도 어머니를 찾은 적이 없다가 사건 발생 당일 20년 만에 어머니 박씨를 찾은 것이다. 박씨는 20년 만에 찾아온 딸 장씨를 반갑게 맞이했으며 그 날 밤 술을 함께 마셨다.
화재가 발생한 박씨의 안방에선 일회용 라이터가 발견되었다. 장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평소에 복용하던 수면제를 술과 같이 복용하는 바람에 일어나지 못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의심이 가는 것은 박씨가 화재보험을 든 상태였고 그 보험금은 그대로 장씨에게 갔다.
당시 동네 이웃 주민들은 화재가 나기 전에 박씨의 집에서 시끄럽게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고 하며 화재가 발생한 후 집 밖으로 나와 있던 장씨를 직접 목격한 사람이 있었는데 목격자에 따르면 장씨가 자기 딸만 감싸 안으며 정작 화재가 발생한 어머니 박씨의 방에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다가 경찰이 도착하자 태도를 180도 바꿔 울면서 어머니를 찾아 달라고 애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충격적인 사건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는데 불과 5개월 뒤인 2011년 2월 26일 새벽 2시에 고양시 장씨(당시 32세)의 아파트에서 장씨의 아버지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추락사했다. 장씨의 아버지는 폐암 판정을 받고 암 수술, 뇌종양 수술을 하는 등 병원해 입원한 상태였는데 사건 당일이 둘째 딸의 결혼식 날이라서 결혼식 참석을 위해 첫째 딸이었던 장씨의 집에서 머물고 있던 차였다. 처음 경찰은 딸 장씨의 진술을 토대로 뇌 수술로 인해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지 못하던 아버지 장씨가 그 날 베란다에서 간만에 담배를 피우다 현기증으로 인해 실족사했을 수도 있다는 가정을 했다.
장씨의 아버지도 사망보험을 든 상태였는데 장씨가 사망하기 불과 10일 전에 보험금 수익자가 장씨의 동거녀에서 딸인 장씨로 바뀐 상태였다. 장씨는 아버지의 사망 직후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신청했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이에 장씨가 격하게 흥분했다고 한다. 보험사는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장씨와의 만남을 요청했는데 장씨가 만남을 거부해 버렸다.
이후 경찰은 장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수사하기 시작했다. 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것은 장씨가 주식 실패로 1억 5,000만 원에 해당하는 빚을 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장씨의 과거로 인해 애꿎은 피해자들이 생겨났는데 장씨의 집과 휴대폰 번호를 각각 물려 받은 새로운 주인들이 고지서와 독촉, 사채 전화 등으로 고생했다고 하지만 장씨는 경찰의 출두 요청도 거부한 채 1년 넘게 잠적 및 도주에 들어갔다.
2012년 10월 19일 궁금한 이야기 Y에서 이 사건을 다루었다. 취재팀은 장씨의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남편은 장씨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취재 요청을 맹렬히 거부하다가 장씨와 통화를 연결해 주었고 장씨는 취재팀에게 만날 의향을 보였다.
결국 1년 넘게 잠적한 장씨는 취재팀에게 나타났고 자기가 경찰, 언론, 공권력에 의한 피해자라고 이야기했다. 장씨는 자신이 경찰에게 받을 조사는 다 받았으며 증거가 없어 구속영장도 기각됐다고 얘기했다. 알던 사실이랑 다른 주장을 이어가는 장씨를 보고 사건의 진위를 캐기 위해 방송팀은 해당 경찰서를 찾아갔으나 경찰서는 강압적ㆍ폭력적인 태도로 방송팀을 내쫓았다.
장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화재보험에 든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으며 아버지의 보험금 수익자가 자신으로 바뀐 이유도 설명했는데 폐암에 걸린 아버지를 보고 10년간 같이 살아온 동거녀가 비정하게 아버지를 버리자 수익자를 자신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장씨는 아버지의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보험사도 언론에 거짓말을 퍼뜨렸다면서 보험사로 직접 찾아가 강력하게 항의하는 장면이 방송에 잡힌다. 이 장씨의 주장이 모두 진실이라면 장씨는 지금까지 수많은 누명과 오욕을 뒤집어쓴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시 반전의 반전이 일어났다. 취재팀은 장씨에게 화재보험회사에서는 전혀 의혹을 가지지 않았냐고 유도 질문을 날렸는데 화재쪽에서는 의심없이 바로 보험급을 지급했다고 대답했다. 방금 전에 자신이 말한 어머니는 화재보험에 든 적도 없다는 말과 전면 충돌하는 것이다. 즉 장씨는 그동안 뻔뻔하게 거짓말을 해 왔고 취재팀의 트릭 한 방에 장씨가 보기 좋게 걸려넘어간 것이다. 화재보험 회사에 의뢰 한 결과 원래 보험지급금은 1억이지만 조사 과정에서 그냥 장씨가 7,0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합의하고 보험급을 받고 끝난 상태였다. 따라서 장씨가 얘기한 피해자설은 결국 피해자 코스프레였다. 장씨는 그 장면에서 자신은 어릴 적 부모에 대해 좋은 기억이 없고 학대까지 당했지만 시간이 흘러 부모를 이해하고 용서하게 됐다는 뻔한 테크의 드립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에 장씨가 부모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보면 마치 아무런 연관이 없는 제3자가 남의 죽음을 무미건조하게 평가하는 느낌이 물씬 드는 게 하이라이트다.
김만우 한국화재연구소 조사관은 박씨의 안방 문짝에 남겨진 흔적을 보고 박씨의 안방문이 안쪽에서 잠긴 것으로 추정했지만 그 잠긴 문이 박씨가 직접 잠근 것인지, 아니면 자고 있던 박씨를 보고 장씨가 일부러 문을 잠근 채 밖에서 닫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통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시 피해자들의 시선 방향은 창문이나 문 쪽을 향하는데 박씨의 시신은 방 한가운데에 누워 있었던 것이 이상한 점을 지적했다. 이것은 장씨가 진술한 박씨의 수면제 복용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씨는 박씨가 평소에도 복용하던 수면제를 술과 함께 먹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조사 결과 박씨는 평소에 전혀 수면제를 처방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사망한 박씨의 몸에서 검출된 수면제는 장씨가 처방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의 부검결과서나 수면제처방전을 보여줄 수 있냐는 궁금한 이야기 취재팀의 요구에 장씨는 얼렁뚱땅 넘겨가면서 거절한다.
경찰의 수사나 밝혀진 여러 정황들을 종합하면 장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가리키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이런 정황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물증은 찾아내지 못해 경찰은 장씨를 구속하지 못했다. 장씨는 이후 다른 지역에서 사기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었다가 잠적하여 행방불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