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4일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의 한 아파트에서 학교 폭력 가해자한테 3시간 동안 학대를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를 살해한 사건.
2. 상세
A군과 B군은 중학교 동창 사이로, B군은 평소 길에서 우연히 A군을 만나면 아무 이유 없이 폭행하고 괴롭힌 학교 폭력 가해자였다.
중학교 3학년 재학 시절 삼척으로 전학을 왔던 A군은 경계선 단계의 인지 능력 탓에 일반 학교 특수반에 속했고, 이에 친구들의 타깃이 돼 괴롭힘을 받아왔다.
2024년 4월 13일 오후 11시 40분, B(19)군과 C(19)군이 A(19)군이 살던 삼척시의 한 아파트로 찾아왔다. A군의 집에 찾아온 B군은 집이 더럽다는 이유로 냄비에 물을 받아 거실과 방에 뿌린 뒤 물을 닦으라고 강요했으며 A군의 머리카락을 일회용 면도기와 가위로 강제로 잘랐다. 심지어 A군의 성기와 음모, 머리카락, 귀, 눈썹 부위를 라이터 불로 지지기도 했다.
B군은 A군이 옷을 벗게 한 뒤 자위행위를 시킨 것도 모자라 항문에 물건을 넣으라고 강요했다. A군이 주저하자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때렸고 A군의 입에 강제로 소주를 들이부었다. 이들은 이런 가혹행위를 약 3시간 동안 이어가며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밤새 괴롭힘을 당하다 참지 못한 A군은 이날 새벽 2시 30분경, 옆방에 물건을 가지러 가게 된 틈을 타 주방에 있던 흉기로 B군을 찔러 살해했다.
이를 본 C군은 경찰에 신고했고, A군은 경찰에 긴급체포되었다.
2024년 4월 15일, 경찰은 A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4월 21일 검찰로 송치했다.
2024년 5월 9일, 검찰은 살인 혐의로 A군을 구속기소했다.
3.1. 제1심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사건번호 : 춘천지방법원강릉지원 2024고합40
재판부 :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부(권상표 부장판사)
판결문 전문
2024년 9월 5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2부(권상표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19)군에게 징역 장기 5년·단기 3년을 선고했다.
A군 측은 법정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었고, 지적장애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을 진단받았었으며 신경정신과 처방 약을 먹던 중 사건 당일 피해자의 강요로 소주 2병 가량의 음주까지 해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군이 수사기관 조사에서 '사건 당일 심하게 괴롭힘을 당하면서 정말 극한으로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차올랐다', '괴롭힘을 당하던 중간중간 계속 B군을 흉기로 찔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고의성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심신미약 주장에 관해서는 A군이 신경정신과 처방 약을 먹은 채 피해자의 강요로 상당량의 소주를 마신 점은 인정하면서도, 사건 경위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기억한 점으로 미루어보아 변별능력과 행위통제능력을 상실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A군이 중증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고 학업성적이나 학업성취도가 낮긴 했지만 글을 읽고 쓰며 정상적으로 중고교 과정을 이수해 졸업한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형사공탁을 했으나 피해자 유족이 수령을 거절하는 등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의 부친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이 사건 이전부터 지속해서 괴롭힘을 당해왔고, 형사고소를 하는 등 문제를 제기했었으나 피해자의 괴롭힘 행위를 제지할 만한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오히려 더 심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어 가족, 학교, 경찰 등에 이를 알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피해자가 단순히 폭행을 가하는 정도로 괴롭히는 것을 넘어서 C군과 함께 약 3시간에 걸쳐 인격 말살에 이를 정도의 폭력과 가혹행위를 가했다"며 "범행 동기에 상당한 정도로 참작할 만한 사정이 인정되는 점과 우발적으로 저지른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3.2. 제2심 서울고등법원
1심 판결에 불복한 A군은 항소했으며, 징역 장기 12년에 단기 6년을 구형했던 검찰도 항소장을 냈다. 사건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 중앙N남부 법률사무소 박현주 대표변호사와 법무법인 비전 김서현 변호사는 A군을 무료로 변호하겠다고 나섰다.
2024년 12월 11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민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A(19)군의 살인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A군의 변호인은 당시 B(19)군의 가혹행위가 극심했던 점을 언급하며 "당시 상황은 피고인이 죽어야 끝나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A군이 B군 등에 의해 3시간 가까이 생지옥 같은 가혹행위를 당했고, 중증 지적장애로 인한 정신과 처방 약을 복용 중인 상태에서 강제로 소주 2병을 주입 당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이라며 정당방위로 인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4. 부가재판
4.1. 제1심 춘천지방법원
사건 당일 B군과 함께 A군을 괴롭히는 데 가담한 C군과, 사건 이전에 C군과 동행해 A군의 집을 찾아 불을 내려 했던 D군은 특수폭행, 현주건조물방화미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4년 9월 12일, 검찰은 C군에게 징역 9년, D군에게 징역 장기 6년·단기 4년을 구형했다.
2024년 10월 17일, 춘천지법 강릉지원 제2형사부(권상표 부장판사)는 C씨(20)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5년간의 아동·청소년·장애인 등 관련기관 취업제한도 명했다. D씨에게는 징역 장기 5년·단기 3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에서 C씨는 "숨진 B씨가 범행을 주도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C씨가 "B씨와 범행을 암묵적으로 공모하고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C씨에 대해 "여러 차례 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가 중증 지적 장애란 점을 알면서 B·D씨와 함께 피해자를 괴롭히는 범죄를 반복했다"면서도, "일부 범행은 B씨가 일부 사건을 주로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들과 합의해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D씨에 대해서는 "피해자 부친이 장기간 부재 중이라는 점을 틈타 피해자의 주거지에 방화를 시도하고 위험성이 높은 범행을 이틀에 걸쳐 반복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않다"면서도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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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타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은 외부 충격이 없는 평소에는 일반인처럼 잘 지내는 듯하지만, 위기에 부닥쳤을 때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진다"며 "그래서 3시간 가까이 괴롭힘을 당하고도 도망가거나 외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방 약을 먹으면 정신착란 현상이 일어나는데, 소주를 2병가량 마셔서 정신 분열이 일어난 것"이라며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에서는 해당 사건에 대해 A군이 정당방위로 인정받아서 무죄 판결을 받아야 한다며 A군을 옹호하는 반응이 많았다. 또한 피해자가 학교폭력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하는 피해자의 부모에 대한 행동을 비판하기도 하였다.
2012년에 있었던 미국 학교폭력 정당방위 판결 사건과 비슷한 점이 많은데, 가해자가 상대를 상해라도 입히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었던 수준의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점과 살해된 피해자가 가혹행위의 주동자였다는 점이 유사하다. 이 사건의 경우, 가해자의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위에 미국의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주변에 미리 호신용으로 흉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렸을 뿐만 아니라 끝까지 도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들이 악착같이 쫒아와 폭행을 가했다'는 점이 참작되었기에 정당방위 인정이 쉽게 가능했다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