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30일,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부모 살해 사건. 작은아들 박재박이 사망보험금 20억과 공장운영권을 가져가기 위해 벌인 사건이다.
2013년 1월 30일 119로 구조 요청이 들어왔다. 오전 11시 40분 콩나물공장을 운영하던 퇴역 군인 박모(당시 51세, 1962년생)씨와 부인 황모(당시 54세, 1959년생)씨, 큰아들 박모 씨(당시 26세, 1987년생)과 작은아들 박재박(당시 24세, 1989년생) 일가족이 일산화탄소(CO) 중독으로 쓰러졌다. 가까스로 깨어난 작은아들 박재박이 힘겹게 전화기를 들었는데 그는 유일한 생존자였으며 전주소방서에서 죽어가는 목소리로 빨리 와 달라며 신고하였고 아파트 3층 현관문을 연 소방대원들을 맞이한 건 매캐한 냄새였다. 집 안에선 연기가 조금 눈에 띄었고 작은아들 박재박은 거실 바닥에 누워 떨고 있었으며 작은방 서랍 옷장 위에서는 아직 타고 있는 연탄 화덕이 발견됐다. 그 옆으로 박씨 부부가 이불을 덮고는 침대와 바닥에 각각 누워 있었는데 숨은 끊어져 있었다.
큰아들은 큰방에서 발견됐는데 엎드린 채 머리는 창문 쪽을 향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고통에 꿈틀거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 옆으로 작은방에서 나온 것과 같은 연탄 화덕이 옷걸이 뒤편 구석에 있었고 주방에서는 마시다 만 우유가 든 컵, 정체불명 흰색 가루가 든 약통이 보였으며 가스레인지 위 번개탄 빈 봉지와 타고 남은 가루가 흩어져 있었다. "뻔하네. 뻔해. 일가족 동반자살(가족 살해 후 자살)이네." 누군가 중얼거렸고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았다.
현장에 충돌한 소방대원들이 안방과 작은방에 있던 화덕을 현관문 밖으로 빼 놓았다. 작은방에 있던 것보다 큰방에 있던 화덕 연탄은 검은 부분이 훨씬 많이 남아 있었다. 탈 것이 많이 남아 있으니 불도 더 뜨겁게 타고 있었다.
큰 방과 작은방엔 번개탄과 화덕이 나온 것으로 보아 자살처럼 보였지만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자살 사건으로 일단락지을 수 없었으며 경찰은 원인을 찾기 위해 유일한 생존자인 작은아들을 조사하였다.
그런데 수상한 점이 있었다. 사건 이전 1월 초 가스에 질식되는 일이 있어 큰아들을 제외한 3명이 병원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었고 집주인은 전북대 산학협력단 대기온실가스관리연구센터에 사고조사를 의뢰했지만 결과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으며 다시 질식 사고가 일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가스 질식이 아니라 방안에 연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고 연탄 화덕과 연탄재도 나왔다.
하지만 아들의 말엔 의심스러운 점이 많았는데 먼저 유서가 없다는 점과 일가족 4명이 동반자살을 시도했다면 유서를 남겼을 텐데 어디에도 없었고 아버지 박 씨가 집 근처에서 콩나물 재배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으며 2층짜리 단독 건물 등도 소유하고 있는 등 경제적으로 부유했기 때문에 보험금을 비롯하여 동산과 부동산 등 총 50억 원 규모에 이른 규모의 자산가였다고 한다.
큰아들은 체인 형식의 음식점을 경영했는데 장사 수완이 있어서 그런지 박 씨 부자의 사업은 번창하여 최근엔 땅을 사기 위해 여기저기 알아보고 다녔을 정도라고 하였다. 경찰은 박 씨 주변을 탐문한 결과 그의 가족이 자살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자살보다는 타살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박씨 부부의 몸에는 연탄가루가 묻어 있지 않았으며 저항한 흔적이 나온 것도 아니었다. 몸 뒤편에서는 피가 뭉친 선홍색 ‘시반(시체얼룩)’이 선명했고 위장에 소화가 덜 된 밥 알갱이가 검출됐다. 현철호 전북경찰청 과학수사계 검시팀장은 “선홍빛 시반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경우에 흔히 나타난다”며 “음식물 소화가 덜 된 것으로 봐서는 식사를 마친 후 오래지 않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큰아들은 부모와 조금 달랐다. 시반은 동일했지만 시신을 옆으로 돌릴 때 머리와 다리가 뻣뻣하게 들릴 정도로 사후경직이 심했던 부모와 달리 큰아들은 사후경직이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등 부분은 손으로 누르자 시반 위로 손 모양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퇴색’ 현상이 강하게 나타난 것도 특이했다. 현 팀장은 “아직 피가 거의 굳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사후경직과 시반 퇴색 정도로 판단해볼 때 부모가 큰아들보다 적어도 몇 시간 전에는 사망했던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부모가 연탄에 불을 피웠을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였다. 큰아들 아니면 박재박이었다.
과학수사대 요원들이 차량을 샅샅이 확인하길 한 시간. 차량에 비치된 슬리퍼 아래와 뒷좌석 바닥에서 연탄가루가 발견됐다. 여기에 “형이 우유를 따라줬다”는 진술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싱크대 위에 놓여 있던 우유팩에서 큰아들이 아니라 작은아들의 지문이 나왔다. 또 “작은아들이 스스로 부모를 죽였다고 말했다”는 주변인 진술도 나왔다. 3일 오전 2시 5분 콩나물공장 2층에서 자고 있다가 긴급체포된 작은아들은 경찰에게 범행 전모를 털어놨다.
작은아들은 평소 가정불화와 군인 출신 아버지의 폭력, 차별에 증오심을 품었다고 했다. 연탄가스 중독에 의한 동반자살로 위장해 가족 모두를 살해할 것을 마음 먹고 한 달 전부터 연탄화덕, 번개탄, 연탄 등 범행도구를 하나씩 준비했다. 친구 명의로 3차례에 걸쳐 수면제도 처방 받아 음료수나 우유에 타 가족에게 먹인다거나 투룸을 임시로 빌려 옥상에서 연탄을 태우며 예행연습도 거쳤다. 새를 사 놓고 연탄가스 유독성을 실험하거나 연탄 구입 방법과 화덕 사용법을 인터넷을 통해 철저히 공부하기도 했다.
증거 조작과 은폐, 연기도 그럴싸했다. 형의 그랜저 차량에 연탄과 번개탄, 검은 배낭, 연탄 집게 등을 옮긴 것도 작은아들이었다. 형 점퍼와 바지, 운동화까지 챙겨 입고 나가 연탄을 묻히는 식으로 증거를 조작해 나갔다. 죽다 살아난 것처럼 119 신고를 하고 상주가 돼 자신이 살해한 부모의 삼일장을 치르며 조문객들을 맞이한 것 또한 웬만한 사람은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경찰이 경악한 건 범행에 앞서 두 차례 살인 시도가 더 있었다는 점이었다. 20여일 앞서 공구상가에서 빌린 전동드릴로 부모가 자고 있는 작은방 벽을 뚫어 가스를 분출시키려 했다가 실패했고, 하루 뒤 밤에는 가스보일러 연통을 부모가 자고 있는 작은방에 연결해 가스를 주입했는데 머리가 아프다며 잠에서 깬 부모가 119에 신고하는 바람에 허탕을 쳤다.
사건은 풀렸지만 작은아들은 ‘왜 그랬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10억원 상당 부동산 자산과 수십억대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전적 동기’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경찰 조사에 따르면 작은아들은 수령 가능한 보험금을 조회한 적 자체가 없었다. 패륜적이고 잔혹한 면모 때문에 ‘사이코패스’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지만 정신병질자체크리스트(PCLR) 결과 40점 만점에 12점에 불과했다. 보통 24점 이상인 경우에만 사이코패스로 판정한다.
경찰은 박재박을 존속살해와 살해미수, 살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2013년 7월 4일, 1심 전주지방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9월 27일, 광주고등법원에서 항소를 기각하여 원심의 무기징역형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같은 해 12월 법원은 “거액의 보험금 수익을 노린 정황이 보인다”, “증거인멸 시도가 동반자살이 실패해 살아남은 사람의 행동으로는 보기 어렵다”며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전주 일가족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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