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물탱크실 주부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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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6월 28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현 서원구) 수곡동의 한 빌라의 옥상 물탱크실에서 23일 전 실종된 43살 강정숙(이하 강씨)의 시신이 발견된 미제사건.

당시 경찰의 부실한 수사로 인하여 사건 발생으로부터 2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범인은 검거되지 않은 채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아 있는 사건이다.

6월 5일 오후 5시 강씨의 아들인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송군은 하교 후 집에 왔다. 그런데 거실에 있던 소파는 제자리에서 한참 나와 있고 식탁 의자는 넘어져 있었으며 전화선은 뽑혀 있었다. 특히 거실은 엉망이었는데 빨래도 돌리지 않아 세탁기엔 빨랫감이 그대로 담겨 있고 부엌엔 저녁 준비를 하다 만 흔적만 남아 있었다. 평소 꼼꼼한 강씨의 성격을 생각하면 있기 어려운 일이었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여동생 송양도 돌아와 엄마를 함께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강씨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과 발견된 후의 증거들은 다음과 같다.
증거 ① 강씨는 2002년 6월 5일 오후 3시 30분에서 오후 5시 사이에 없어졌다.
증거 ② 당시 마루의 붙박이장 앞에 소파가 있었는데 소파는 제자리에서 한참 나와 있고 붙박이장이 열려 있었다. 식탁 의자는 넘어져 있었으며 전화선은 뽑혀 있었다. 세탁기엔 빨랫감이 그대로 담겨 있고 부엌엔 반찬거리가 다듬어져 있었다.
증거 ③ 2002년 6월 5일 오후 5시 22분 강씨의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은행에서 강씨의 카드로 누군가가 돈을 인출했고 오후 5:33분 버스 터미널의 현금지급기에서 또 한 차례 돈을 인출했으며 2002년 6월 7일 오전 11시 20분 또 한 차례 돈을 인출하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1천만 원을 인출했다. 첫 번째 인출 시 가족들도 처음 보는 남자의 모습이 은행 CCTV에 찍혔다.
증거 ④ 강씨가 없어진 그 시간 동안 남편 송 씨는 현장에 없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었음이 증명되었다.
증거 ⑤ 2002년 6월 28일, 강씨의 집 위층 물탱크실에서 강씨의 부패한 시체가 발견되었다.
증거 ⑥ 시체와 함께 발견된 강씨의 소지품은 현금 인출에 사용되었던 카드와 휴대전화를 제외하면 모두 그대로였다.
증거 ⑦ 실종 당일 집전화로 통장의 잔고를 여러 번 확인한 기록이 남아 있으며 실종된 지 이틀 간 강씨의 휴대폰이 청주시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는 것이 실시간 기지국 추적으로 확인되었다.
증거 ⑧ 집 현관은 억지로 열려고 한 흔적이 없다.
증거 ⑨ 사건 당일, 강씨의 집과 같은 건물에 사는 세입자들 중 요란한 소리나 싸우는 소리, 비명 등의 소음을 들은 사람은 없다.

사건 당일 강씨의 아들이 집에 왔을 때 본 집안의 모습은 이러했다.
거실에 있던 소파는 제자리에서 한참 나와 있고, 식탁 의자는 넘어져 있었으며 전화선은 뽑혀 있었다. 특히 거실은 엉망이었는데, 빨래도 돌리지 않아 세탁기엔 빨랫감이 그대로 담겨져 있고, 부엌엔 반찬거리가 다듬어져 있었다. 저녁상을 차리던 도중 없어진 것이다.

그러나 2002년 6월 5일 바로 경찰로 간 가족들의 신고에 경찰은 접수해 놓겠다고만 하고 집 내부를 수색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후 사건을 예감한 가족들이 재차 신고하여 실종이라며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강씨의 실종을 ‘단순가출’로 치부했다. 당시 사건 현장에 남아 있었을 수도 있는 증거는 이때 모두 없어져 버렸다.

강씨의 남편 송씨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1991년 6월 25일에 교통사고가 났거든요. 그래서 병원에서 만 5년을 있었어요. 4년 몇 개월을. 약 5년 있었는데, 그 동안에 한 번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나중에는 심지어 집 팔고 우리 집 가까이 와 가지고, 병원 근처 와서 방 하나 얻으면서 낮에는 제 곁을 지키고…

아내 강씨는 남편과 아이들을 헌신적인 사랑으로 보살폈고 남편은 아내에게, 아이들은 엄마에게 항상 고마워하며 끔찍이도 위하고 있었다. 이는 뒤에 좀 더 자세히 서술되어 있지만 주변 사람들과 친지들을 통해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게다가 그의 아내 강씨는 단 한 번도 연락 없이 집을 비운 적이 없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족들은 강씨가 실종된 직후부터 범죄를 예감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했던 것인지 통장 내역을 확인해 본 결과 범죄라고 생각되는 점이 또 발견되었다. 남편의 말에 따르면,
통장이, 카드가 우리 가족통장으로, 내 이름으로 돼 있어요. 다. 그거를 은행에 조회를 해봤더니, 통장에서 카드로 1천만 원 빼간 게 있더라고. 우리 집사람은 1백 원짜리 하나도 진짜 벌벌벌 떨고 써요. 그리고 더군다나 이 돈은 내 남편 몸하고 바꾼 돈인데, 이 돈을 어떻게 쓰느냐, 우리는 돈 없으면 죽는다. 그런 생각을 항상 하고, 나한테 얘길했기 때문에, 1천만 원이라는 돈을 갑자기 찾아갈 리가 없어요.

강씨의 실종 그날 바로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것이 확인되자 남편은 즉시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그러나 경찰은 바람 나서 도망갔을 것이라는 막말을 하면서 신고를 묵살해 버렸다. 며칠 있으면 들어올 테니 신경 쓰지 말라면서. 결국 남편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자택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현금이 인출된 가경동의 한 은행에 직접 찾아가서 6월 5일 오후 5시 22분부터 한 번에 70만원씩, 수차례에 걸쳐 현금 1천여만 원이 인출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씨가 사라진 그날 오후 5시 22분부터 6월 7일 오후 12시까지 벌어진 일이었다.

가족은 직접 은행을 찾아가 관계자에게 사정한 끝에 CCTV를 봤는데 20~30대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강씨의 카드로 마구잡이로 돈을 인출하고 있었다.

이제야말로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거라는 희망으로 남편은 이 사실을 경찰에게 알렸으나 경찰은 여전히 수사를 시작하기는커녕 '이 남자하고 놀러가려고 돈 찾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우겼다. 남편이 아내는 40대 중반이고 사진 속 남자는 기껏 해봐야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인데 무슨 가느냐고 항의했지만 누구 시켜서 심부름 시킬 수도 있지 않느냐며 계속해서 억지를 썼다.

대체 경찰은 무슨 근거가 있어서 강씨가 가출했으리라고 그렇게 확신했을까?
그때 이 사건이 벌어지기 이전에 무슨 일이 많았느냐면, 바람난 아줌마들이 내연남하고 가출을 한 거예요. 그런 일이 많았어. 하필이면 이때. 내가 옆에서 이렇게 볼 때, 에이, 또 바람나서 나갔는데. 며칠 있으면 돌아오지, 뭐. (웃으며) 그렇게 나도 그냥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근데 다른 형사도 그렇게 알았던 거야. 그게… - 당시 사건 담당 형사의 증언

그러니까 합리적인 근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그냥 편견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자신이 틀렸(을 수 있)다는 물증 앞에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확증편향과 인지부조화로 인해 계속 말을 바꾸며 끝까지 우겨 댔다.

결국 CCTV에 찍힌 남자의 얼굴로 전단지를 만들어 시내 곳곳에 붙이고 다니며 애써야 했던 건 당시 실종된 강씨의 가족들이었다. 경찰은 전혀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고 그 결과 범인이거나 최소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그 남자에게 도주할 시간을 줬으며 증거를 수집할 수 있는 기회도 날려 버렸다.

경찰은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가족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전단지를 붙이면서 강씨와 CCTV 속 그 남자를 찾으려고 애쓰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집에서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집에서 무언가 썩는 듯한 악취가 진동하고 집 앞 복도에 구더기가 끓기 시작한 것이었다. 강씨의 실종으로부터 23일이 지난 6월 28일 송군은 악취의 근원을 찾다가 옥상의 물탱크실 앞에까지 왔다. 문 앞에 구더기가 들끓으므로 물탱크실 안이 근원이라고 생각했다. 이상하게 여겨 조심스레 올라가 본 송 군이 물탱크실 안에서 본 것은 심하게 부패된 어머니 강씨의 시신이었다.
그때 내가 사거리 신호 받고 있었어요. 근데 우리 아들한테 전화가 왔는데, 막 울면서 소리지르는 거예요. 엄마 발견… 사체 발견됐다고, 자기가 발견했다고… - 강씨의 남편 송씨

사건은 집안 어디에선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시신이 발견된 후에야 비로소 수사에 착수한 경찰의 의견은 이와 좀 달랐다.

이 사건은 2002 한일 월드컵이 진행 중이었을 때 발생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은 오로지 월드컵에 쏠려 있었다.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저녁 9시 뉴스의 메인에 나와야 할 정도의 사건이었고 그렇게 공론화되길 원했지만 월드컵 열풍이 휩쓸던 와중에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흐지부지되었다. 경찰은 자신들의 경험과 감만 믿고 초기에는 단순가출이라며 수사하려고 하지 않았고 시신이 발견된 후에는 진짜 중요한 CCTV 속 인물은 제쳐 놓고 남편 송씨가 범인이라며 엉뚱한 방향으로만 수사를 진행함으로서 범인이 시간을 벌고 도주할 수 있게 도와주게 되었으며 결국 수사는 종료되었다. 애초에 진전도 없이 결론을 정해 놓고 수사한 셈이니 해결될 수 없었다.

사실 이 사건은 여러가지로 허술한 점이 많다. 당장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강씨의 휴대전화를 끄지도 않고 돌아다녔는데 이것만 추적했어도 모든 의문이 풀렸을지도 모른다. 경찰의 추측이 전부 사실이더라도 이 사람을 추적하지 않은 것 자체가 빼도박도 못할 실책이다. 하다못해 경찰의 추측대로 공범일 수도 있지 않은가? 단순 가출이었더라도 추적하여 강씨의 신변을 확보했어야 했다. 그게 수사기관의 의무다.

《그것이 알고싶다》 814화의 말미에서 김상중은 당시 경찰의 태도를 이렇게 요약했다.
피해자 강씨가 실종됐을 때, 경찰은 단순가출로 판단하고 수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의 거듭되는 수사요청에 경찰은, 오히려 피해자 강씨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거라며, 가족들에게 상처만 주었습니다. 가족들이 CCTV에 찍힌 용의자의 모습을 직접 찾아서 경찰에게 주었는데도, 경찰은 그 용의자 대신에 아버지의 혐의만을 쫓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진짜 범인은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한마디로 수사기관이 의무를 다하지 않은 허술한 수사로 인해 진범을 멍청하게 보내주고 미제사건으로 만들어 버린 최악의 수사였다. 경찰은 자기들이 초동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걸 덮는데 급급했으며 이 사실들이 언론을 통해 밝혀지자 해결 가능성이 있었던 사건을 사실상 방치해 미제사건을 만든 원인을 제공한 대한민국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허나 이러한 엄청난 비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유족들한테 끝내 위로금이나 사과는커녕 오히려 자기들이 잘못했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이에 대해 언급을 꺼리거나 변명하기에 바빴다. 이 사건을 다룬 방송에서 나온 형사들과 범죄 전문가들도 기가막히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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