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7월 12일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의 한 주택에서 주부 마수옥(당시 35세)과 마수옥의 두 아들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사건.
2002년 7월 12일 밤 10시 30분,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의 한 주택가에서 여성의 외마디 고성이 들려왔다.
이후 3시간이 지났을 7월 13일 새벽 1시 30분, 비명이 들려왔던 주택가의 한 2층 주택 안으로 시뻘건 화염이 솟는 것을 인근 주민이 목격해 신고했다. 소방대가 출동해 현장에서 불을 진화했고 집 안방에서 시신 3구를 발견했다.
그러나 시신의 상태가 이상했다. 성인 여성 한 명과 남성 아동 두 명의 시신은 망치와 같은 둔기로 쎄게 가격당한 것이 확실한 듯 치아가 부러져 있고 머리에 엄청난 양의 피를 흘린 채 발견되었다. 소방대원들은 화재현장 안에서 발견된 시신 3구가 화재가 아닌 둔기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라고 직감하고는, 경찰에 이를 신고했다.
시신의 신원은 집에 살고있는 마수옥(당시 35세)과 그의 두 아들인 남경태 군, 남기환 군(당시 각각 10세, 5세)으로 밝혀졌다. 마수옥은 미대를 졸업하고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며 경제활동을 하였는데, 그러면서도 집에 와서는 두 아이들을 챙기는 것에 진심이었다고 한다. 사건 당시에도 학원에서 막 퇴근한 뒤 두 아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변을 당한 것으로 보였으며 마수옥의 남편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인 남 모씨는 역무원이라 사건당시 야간근무를 나가 집에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불에 탄 집은 그을려 지문과 같은 단서는 찾을 수 없었지만, 한 가지 특이사항이라면 전화선이 잘려져 있었다는 것인데 이는 범인이 세 모자를 살해한 뒤 피해자들이 죽었는지 확신하지 못해 혹여나 깨어나 신고를 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전화선을 자른 것으로 추정했다.
또 부엌의 모습도 어딘가 이상했는데, 범행 추정 시각은 밤 10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 30분까지였고 그 전에 이미 이 일가족들은 저녁식사를 마쳤을 시간대인데도 불구하고 갖가지 반찬통과 밥솥이 부엌에 어지럽게 놓여져 있었다. 아마도 마수옥이 아들 둘과 함께 저녁을 늦게 먹고 미쳐 치우지 못한 채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둘째 아이는 발견당시 속옷 차림이었기에 범행을 당하기 직전에 목욕을 했을 가능성도 있으나 한여름철이라 더워서 그랬을 수도 있었기에 이 부분은 단정하진 못 했다.
부검의 소견으로는, 마수옥과 첫째 아이는 범인이 휘두른 둔기와 흉기에 맞아 화재 전에 이미 사망했으나 둘째 아이는 빈사 상태로 사망하진 않았다가 화재로 인하여 사망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세모자의 위 안에서 음식물들이 소화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었기에 예상대로 밥을 먹던 도중 혹은 식사를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사망한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장에는 용의자에 대한 단서가 단 한가지 남아있었다. 보통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휘발유같은 인화성 물질을 챙겨오는 다른 방화사건의 사례들과는 달리, 이 사건 방화행위는 피해자 마수옥이 평소 물감을 갤 때 사용하던 시너로 행해졌다는 것이었다. 시너는 마수옥이 평소 집에서 그림을 그리던 1층 화실에 있던 것이었으며, 이는 마수옥의 집에 화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즉 면식범의 소행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였다.
경찰은 처음부터 피해자의 가장 가까운 주변인물인 남편 남 모씨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남 씨가 아내 마수옥 명의로 큰 생명보험을 들어 2억 6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얻은 점을 들어 의심은 커져갔지만 남 씨가 당시 돈이 급한 상황도 아니었을 뿐더러 상계동에 사건이 일어났던 본인 소유의 2층 주택과 세를 주던 아파트 각각 한 채씩, 인근 번동에 임야를, 부천시에는 빌라까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부자여서 금전관계에 의한 살인 동기의 가능성은 배제되는듯 보였다.
하지만 마수옥의 지인으로부터 입수한 증언에 따르면 최근 마수옥에게 이혼을 강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한다. 그렇게 남편을 강력한 용의자로 보고 조사하던 도중 밝혀진 놀라운 진실은, 남편 남 모씨는 마수옥의 막내동생 즉, 그러니까 처제와 교제를 하고 있었으며 이에 따르면 이혼의 귀책사유는 남편에게 가중되어 있으니 만약 이 사실을 아내에게 들켜 이혼을 하게 된다면 재산분할 과정에서 남편인 남 모씨는 가지고 있던 재산 중 상당부분을 빼앗길 가능성이 컸다.
또한 남 씨가 돈이라면 환장을 하며 돈에 죽고산다는 당시 남씨 소유 집 1층에 세들어 살던 임차인 등 다수로부터의 증언, 원래는 마수옥의 명의로 진행될 예정이었던 친정아버지 소유의 아파트 상속에 관한 유언장 정본을 포토샵을 이용해 본인 명의로 상속되도록 조작한 정황 등으로 남편에 대해 금전이 얽힌 살인의 가능성이 또다시 대두하였다.
또다른 유력한 용의자 혹은 공범으로 마수옥의 막내동생이 떠올랐으나 막내동생은 경계선 장애가 의심되는 사람이어서 이런 범행 은폐를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결정적으로 사건 당일 처제는 영등포구의 한 수산시장에 아르바이트를 나갔으며 범행 후 방화를 통한 은폐 시도가 이뤄지고 있을 시각인 오후 11시에는 교제하던 남자친구와 통화를 한 사실이 확인되어서 알리바이가 완벽하였다.
또한 남편 남 씨의 알리바이도 확인되었다. 남편 남씨는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서울지하철공사소속 역무원으로 근무했는데, 역무원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남편 남 씨가 범행(살인 행위)이 이루어지기 1시간 전인 오후 9시 30분 매표소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이후 10시 20분에 교대근무자에게 자리를 넘겨주고는 숙직실로 떠났다는 것이었다. 그 후 11시 10분경에 매표소에 다시 얼굴을 비춰 수금을 해갔고, 11시 30분경에는 막차를 보러 승강장에 동료와 같이 내려갔다는 증언도 확보되었다. 이후에도 이변이 없었다면 그는 범인이 범행을 끝내고 방화를 끝마친 시각(새벽 1시 30분)에도 숙직실에서 자고있었을 것이며 실제로 다수의 동료들로부터 화재가 목격되기 10분 전인 1시 20분경에 그가 숙직실에서 자고 있는 걸 목격했다는 공통된 진술이 있었다. 남 씨의 직장은 중구에 있어서 10분 남짓한 시간에 노원구까지 그 거리를 왕복해 오는건 아예 불가능했다.
다만 화재 목격 시간과 화재 발생 시간은 다를 수 있으며 이 사건 화재 발화 시간은 불명인데 남편 남 씨의 13일 0시 무렵 알리바이는 여전히 공백이고, 나머지 알리바이들도 당시 남 씨가 근무하던 역사의 승강장 CCTV가 녹화가 안되는 송출전용 CCTV였기 때문에 이를 말이 아닌 눈으로 증명해줄 물증으로는 남지 않았다는게 흠이다. 하지만 남편을 범인으로 볼 유력한 증거나 물증또한 아무것도 없었기에 경찰은 남편이 처제와의 불륜관계를 마수옥에게 발각당해 결국 살해에 이르렀다는 하나의 가능성만 제시할 뿐 확신할 수는 없었으며, 결국 이 사건은 범인을 잡지 못하고 미제사건으로 남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