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3월 16일에 충청북도 제천시의 한 배수로 공사현장에서 50대 여성으로 보이는 피살된 토막난 변사체가 발견된 사건. 이 사건은 가해자가 잡히지 않은 데다 오랫동안 정체를 숨기고 다녔기 때문에 한동안 미제사건으로 분류되었다. 다른 미제사건과는 달리 분명한 용의자가 있으나 용의자가 장기간 도피 끝에 숨져 결국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된 사건으로 남았다. 특명 공개수배에는 두 얼굴의 남자라는 부제로 방영되었다.
2003년 3월 16일 충청북도 제천시의 한 배수로 공사현장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들은 머리, 몸통, 두 다리와 두 팔이 끔찍하게 토막난 사체를 발견하였다. 사체는 토막낸 시신을 다시 원래 위치로 배치한 듯한 모습이었으며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운 좋게도 시랍화되었기 때문에 지문이 간신히 남았다. 시신을 수습한 수사기관은 확보한 지문 복원을 통해 간신히 신원을 파악했는데 확인 결과 2002년 12월 16일 경기도 용인에서 실종신고가 들어온 서울 출신 독신 여성이었던 구 모(당시 53세)씨로 밝혀졌는데 그녀는 제천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던 사람이었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 근처에선 불에 탄 여행 가방과 피해자의 옷들이 발견되었다.
부패가 진행되어 시랍화로 인해 사망자의 직접적인 사인은 알아낼 수 없었지만 머리에 뭔가 부딪쳐 생긴 두피하출혈이 발견되어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사인을 교살로 추정했으며 교살된 후 공구 등에 의해 토막난 것으로 추정되었다. 경찰은 피해자 주변 인물과 휴대전화 통화 목록 그리고 피해자의 계좌에서 4,200만원을 인출한 남자의 CCTV 화면을 통해 용의자들을 추려나갔는데 그 결과 범인으로 강력하게 의심되는 용의자 1명이 등장했다.
경찰이 지목한 유력 용의자는 신명호(당시 43세)라는 남성이었다. 그는 이미 제주도를 시작으로 경상도, 충청도 등을 돌면서 사기 전과만 10범이었던 사기꾼이었는데 사기 혐의로 여러 번 고발되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형량은 대부분 벌금형이었으며 징역도 기소중지, 집행유예 식으로 거의 유야무야되면서 감방행을 피하고 골프 동호회를 운영하며 여성 회원들에게 접근해 관계를 맺고 돈을 후렸던 속칭 제비족이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한 프로파일러 박지선의 의견에 따르면 신명호는 '경제적으로 본인이 취할 수 있는 이득이 있는 대상이면서, 고립되어 있는 사람, 그리고 피해자의 고립된 상태를 이해해 준 상태에서 가해자에게 정이 들다 보니 피해자가 신고하기도 꺼려지게 된 심리'까지 노려서 집요하게 타깃을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피해자 구씨도 그와 결혼을 약속하는 사이까지 갔다가 신명호의 이 같은 사기 행각을 눈치챘고 이로 인해 골프 동호회 모임에서 두사람이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걸 동호회 회원들이 목격했다고 한다.
실종되기 전날(12월 15일)과 다음날(12월 17일)에는 피해자가 신명호에게 계속 전화를 걸었고 이후 그가 받자 본인의 차를 타고 신명호가 있는 곳으로 과속까지 하면서 외출했으며 신명호를 만난 피해자는 다른 여성 회원들에게 사기 행각을 폭로하겠다고 신명호와 드잡이질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 사실이 알려지면 신명호는 다시 감방으로 들어가야 하고 그동안 후려냈던 돈도 도로 내놔야 했기 때문에 입막음을 위해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교살한 뒤 사체를 토막내 유기했을 걸로 추정했다.
신명호는 피해자의 사체를 유기하기 위해 총 3회에 걸쳐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해 사체를 토막내는가 하면 과거 자신이 내연녀와 밀월여행을 했던 제천으로 이동해 폐가 인근에 사체를 유기한 후 곧바로 제천을 떠나지 않고 인근의 한 호텔에 투숙하는가 하면 피해자의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할 것을 대비해 경찰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지인이 물어보는 것처럼 둘러대며 실종신고 시 어떻게 수사가 진행되는지를 물어보는 등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이 치밀함을 보였으며 사체 유기 후 텔레뱅킹을 이용해 피해자의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기도 했다.
거기다 신명호가 범인으로 지목된 또 하나의 계기는 피해자가 실종된 후에도 3개월 간 더 동호회 활동을 지속했으며 피해자의 아이디로 동호회에 접속해 다른 회원들과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었다. 이는 피해자가 아직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동시에 자신과 관계를 맺었던 여성 회원들과 정리할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경찰은 이 사건의 범인을 피해자와 같은 골프 동호회에 소속되어 있던 사기 전과자 신명호로 지목했다.
살인 전후에도 신명호는 피해자 지인과 가족들에게 뻔뻔히 전화를 걸었는데 자신의 정체는 숨기면서 친오빠에게는 당신 여동생이 사기를 쳐서 그 돈을 안 갚으면 고발하겠다고 오히려 피해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피해자 지인들에게는 두루뭉실하게 "외국에 가 있다. 사정이 있어서 당분간 돌아오기 어려울 듯하다."는 식으로 말을 흘렸다.
이후 피해자의 유품을 일부 팔 때도 그녀를 따르던 여자에게 대리로 시켰고 대놓고 뻔뻔히 활동했는데 다른 사람인 척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아넘어갔다. 도용당한 명의는 신씨 취미라는 골프와 아무런 관련도 없던 사람이며 베트남에서 사업하던 사업가 등 다양했다.
신명호는 골프 동호회에서 막 식사를 하려던 중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고는 황급히 자리를 떠 모습을 감췄는데 직후 경찰이 들이닥쳤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아마 그를 도와주는 조력자들이 있을 것으로 봤다.
그것이 알고싶다 취재 과정에서 신명호의 딸이 전화를 했는데 "유년기 이후로 아버지 얼굴을 본 적이 없으니 아는 게 없다. 그러니 내 엄마와 동생에게도 연락하지 말라"고 울먹이면서 말했다. 취재진들은 범인의 가족도 뭔가 범인에게 유형무형으로 억눌린 것이 있지 않을까 추정했다.
경찰이 신명호를 범인으로 지목하기 전에 신명호는 이미 다른 곳으로 도주해 버렸다. 너무나 악질범이라서 사건 발생 5개월만에 2003년 하반기 중요지명 피의자 종합수배 고유번호 3번 살인 용의자로, 2004년 10월 5일 iTV에서 방영된 리얼스토리 실제상황, 2007년 6월 7일에 KBS에서 방영된 특명 공개수배라는 프로그램에서 신명호를 공개수배하였다.
2007년 7월 19일 특명 공개수배에서 다시 수배하였을 때 충북 제천경찰서 형사들은 또 한번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피해자의 토막난 시신이 발견된 곳에 찾아와 소주를 부어 예를 갖췄고 한 형사가 '지금 우리가 용의자를 잡고 여기에 왔더라면 좀 조금이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었을 텐데, 아직 못 잡았으까 꼭 잡자고. 잡은 뒤에 다시 여기 오자.'고 동료들에게 말했는데 그 형사는 인터뷰에서 '용의자를 아직 못 잡았기 때문에 유족들과 피해자에게 떳떳하게 드릴 말씀이 없고 신명호를 잡은 다음 다시 이곳에 와서 예를 갖추겠다. 반드시 잡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2007년 9월 27일 특명 공개수배에서 이 사건을 세 번째로 다루었을 때 추석을 앞두고 피해자의 오빠가 가족들과 함께 피해자의 납골묘를 찾는 모습이 방영되었는데 조카들이 울면서 '고모께서 우리를 잘 챙겨주셨다, 잡채를 좋아하셨다'면서 잡채를 챙겨온 모습이 나와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3개월 후인 2007년 12월 20일 특명 공개수배 연말특집 방송에서 한 번 더 수배된 뒤 종영할 때까지 다시 수배되지 않다가 2010년 하반기 중요지명 피의자 종합수배에 다시 등재되기 시작했다.
2017년 8월 5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이 사건을 다루었다.
방송에서 추가적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전라도 일대에서 신명호와 비슷한 식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이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전남의 한 원룸 주인이 그에 대해 제보했고 이후에도 제보가 이어졌다. 처음 집 주인은 그를 강씨로 알고 있었지만 어쩌다 들어 본 다른 이름이 있었는데 그게 신명호였다. 그는 방을 등록할 때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를 제대로 적지 않았는데 그럴싸한 이유로 집 주인을 안심시켜서 넘어가게 만들었으며 보증금을 낼 상황이 아니라서 사글세로 하자며 거액의 돈을 건넸는데 집 주인이 계좌이체를 해 달라고 했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집 주인에게 돈을 건넸다. 이후 집 주인이 관찰한 바에 따르면 그는 멀티모니터를 갖추며 주식 투자를 하고 있었고 주변 사람에게 주식을 권유해서 주식 사기를 쳤는데 이때 집 주인도 소액투자해서 4천 2백만원을 날렸다고 회고했다.
사건 이후에도 버젓이 지역 골프 동호회 활동을 했는지 회원들과도 면식이 있었다. 회원들은 그를 신명호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알고 있었지만 그가 동호회에 올려놓은 사진이 있었고 그 사진을 보니까 범인인 것 같다는 제보도 이어졌다. 카페에 올린 셀카와 기존에 알려진, 그러니까 구씨를 살해한 후 피해자의 계좌에서 현금 인출을 할 때 현금인출기 CCTV에 찍힌 얼굴을 영상 분석 전문가에게 의뢰하니 80% 이상 일치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명의도용 수법도 이전과 비슷했다. 이때는 강씨, 박씨, 서씨, 휴대폰 명의 1, 휴대폰 명의 2 등 최소 5개 이상의 가명을 굴렸고 그 중 한 피해자는 잡화상을 운영했는데 범인은 가게 주인이었던 피해자 가족에게 낚싯대를 산다는 핑계로 계좌번호를 요구하고 그때 거래하기 위해서 계좌번호를 신명호에게 넘겨준 게 화근이 되어서 그가 해당 계좌를 굴리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가용, 대중교통을 일절 이용하지 않고 자전거만 타고 다니며 생필품들조차 마트에 직접 가지 않고 일정한 텀으로 다량 구매 후 배달받는 식으로 구했다.
원룸 주인이 기억한 신명호의 마지막 모습은 뭐가 켕겨서 모든 물품을 놔둔 채로 오직 자전거만 챙겨서 도망갔다는 것이다. 이후 인근 은행 CCTV에서 도피 자금으로 활용할 거금을 인출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을 마지막으로 다시 그는 종적을 잡을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자전거 거리로 항구나 버스 터미널과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에 다도해의 특성상 언제든지 피신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그가 치명적으로 흘린 특징이 있다면 그가 사기 수법을 여러 번 바꾸어도 낚시라는 취미는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골프는 몇 년 전에 끊었다고 알려졌지만 낚시는 아직도 해서 인근 낚시터에 그가 낚시를 하려고 온 것을 목격한 제보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게다가 원룸 잠적 이후에는 다시 교통수단을 오토바이로 바꾸며 여전히 낚시를 다닌다는 제보까지 확보되었다. 사람을 속이는 것을 속된 말로 낚다라고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묘하게 의미심장하다.
언젠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게 되면 구씨를 살해한 것처럼 또 다른 살인도 불사할 사람이기 때문에 빠른 검거가 시급하다고 박지선 프로파일러는 말했다. 2017년까지 근래의 제보로 봤을 때 범인은 해외 도피를 하지 않았고 대한민국에 상주 중인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진행자 김상중도 클로징 멘트를 남길 때 이렇게 일침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으로부터 약 1년 후인 2018년 6월 22일, 강원도 속초의 한 원룸에서 고독사한 한 남자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외형과 십지 지문 대조 등을 통해 사망한 남자의 신원이 살인 혐의로 15년간 수배 중이었던 신명호임이 밝혀졌다. 은신해 있던 집 안에서 나온 약봉지, 사후 부검에서 혈당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을 통해 사인은 당뇨로 인한 신부전으로 추정되었다.
15년 동안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 채 도망다니면서 비참하게 살았을 테니 편히 지내지는 못했을 것이고 결국 병에 시달리다 도망자라는 신분상 제대로 병원에 다니거나 관리를 하지 못해 그 병으로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은 것이다.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피해자의 가족들과 친척들, 지인들에게 범인의 죽음은 아무런 위안도 되지 못했고, 상당한 허탈감만 주었을 뿐이다.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검거하지 못한 채 가해자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는데, 즉 죽을 때까지 잡히지 않는 데 성공(?)했으니 결국 영원히 법의 심판을 피한 것이기 때문이다. 범죄행각에 대한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일 범인이 죽어 버렸으니 정확히 어떻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자세히 알아내는 것이 영영 불가능해지고 말았다. 그의 도피를 도와주고 경찰의 동향을 알려주었을 조력자(들)도 누군지 밝혀 처벌해야 할 텐데, 이에 대해서도 알 길이 없어졌다. 이 자(들) 역시 법망을 피해 유유히 빠져나가게 되었다. 끝끝내 가해자에게 합당한 법적 처벌을 내리지도,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가해자에게 피해 보전 및 사과를 받지도, 피살자의 한을 풀지도 못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