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동생 도끼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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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3월 5일 광주광역시 동구 계림동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용의자는 피살자의 친형이었고 사건 당시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었다.

오전 7시 30분 광주에서 아내와 야식집을 운영하던 양모 씨는 계림동에 위치한 아파트로 귀가했다가 막내 아들(만 10세, 초4)이 안방 침대에 피를 잔뜩 흘린 채 처참하게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첫째 아들(만 14세, 중3)은 자취를 감춘 채 보이지 않았다. 양씨는 피가 뿜어져 나온 목 부위를 물에 적신 수건으로 감싼 채 막내 아들을 안고 인근 병원으로 내달렸으나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사건을 맡은 광주동부경찰서는 처음에는 강도 살인으로 의심했으나 사건 발생 후 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 너무나 태연히 집을 빠져나가는 형 양군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경찰들은 양군이 다니던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났는데 친구들에게서 양군이 동생을 도끼로 참혹하게 살해했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하였으며 양군의 컴퓨터 사용 흔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양군이 '좀비(zombie)'라는 명칭으로 미니 홈페이지를 개설해서 운영 중이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는데 양군은 자신의 홈페이지 자기 소개란에 '군대 갔다 와서 살인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밝혔고 좋아하는 것은 '파충류', '살육', '쾌락'이고 싫어하는 것은 '정의', '법', '인간들' 이라고 적어두기도 하였다.

특히 사건이 발생하기 이틀 전인 3일에는 '가족과 정이 들면 안 된다. 살인이라는 것을 꼭 해보고 싶다. 평범함을 벗어나고 싶다. 할인점에서 도끼를 구입해 날을 갈아 침대 밑에 숨겨두었다'는 글을 일기 형식으로 올려 두었으며 사건 전날인 4일 오후에는 살인 계획의 결행을 알리는 듯한 내용의 이메일을 자신의 친구들에게 발송했다. 게다가 양군은 학교에서도 신상 기록의 장래희망 란에 '살인청부업자'라고 적어 담임선생님이 양군 부모에게 정신과 치료를 제안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미성년자인 양군이 갈 만한 곳을 샅샅이 수색하던 경찰은 사건 발생 13시간 반만에 한 유흥가 골목에서 양군을 검거했다. 양군이 메고 있던 가방 안에는 범행에 사용한 도끼가 들어 있었다.

양군은 경찰 조사에서 살인은 매우 오래 전부터 계획한 것이었고 원래는 40명 내지 50명을 살해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해 아쉽다고 차분하게 진술하는 모습은 담당 형사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양군이 밝힌 당일 행적은 이렇다.

자신이 계획한 연쇄 살인의 제1차 대상이었던 동생이 자고 있는 사이 미리 준비한 날 선 도끼로 동생의 목을 내리쳤고 피를 흘리며 숨져가는 동생에게 "편안히 잘 자라"고 인사한 뒤 피가 튄 옷을 갈아입고 도끼를 가방에 넣고 나서 그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자기를 아는 사람이 없는 다른 곳으로 가서 마음 놓고 살인을 하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에서 만난 친구에게 동생을 죽였다는 이야기를 하고 전북 고창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에서 내린 양군은 걸어가다가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얻어탔고 오토바이를 태워 준 40대 아저씨가 잠시 길에서 소변을 보는 사이 뒤에서 도끼로 내리쳐 살해할 마음을 먹었으나 마침 다른 사람이 지나가는 바람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 40대 아저씨는 지나가는 사람 덕에 목숨을 건져 지나가는 사람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마땅한 살해 대상을 찾지 못한 양군은 다시 버스를 타고 광주로 돌아와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인적이 없는 골목길에 있는 한 PC방 건물 앞에서 등을 보이고 서 있는 남자를 발견하고 도끼를 꺼내들고 다가갔다. 목표까지 몇 발짝 남겨둔 곳에서 갑자기 앞에 세워둔 큰 거울에 도끼를 든 자신의 모습이 비쳤고 순간 겁이 나면서 살해 의도가 사라져 버렸다. 이후 주변을 배회하던 양군은 자신을 찾기 위해 일대를 수색하던 형사에게 발견되어 검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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