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 12일 부산광역시 동래구 온천동에 위치한 크리스탈 커피숍에서 여주인 이씨(당시 51세)가 무려 54군데나 칼에 난자당한 채로 살해된 사건. 부검 결과 흉기 3자루로 난자당했다고 밝혀져 또 한 번 충격을 주었다. 최소 2인 이상이 사건에 가담했다고 밝혀졌고 현장에서 피 묻은 족적 등 흔적들이 남아있었으나 끝내 범인을 검거하는 데 실패해 현재까지 23년째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2001년 3월 12일 오전 9시 부산 온천동에 위치한 크리스탈 커피숍 종업원 김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는데 문을 열자마자 밤 사이에 사건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왜냐하면 홀에는 화분이 쓰러졌고 여주인 이씨의 옷이 바닥에 널브러졌기 때문이었다. 기둥과 카펫 곳곳에는 피가 묻었고 커피숍 안쪽 화장실과 내실이 연결된 문을 열자 이씨의 참혹한 시신이 발견되었다. 이 씨는 무려 54군데나 칼에 찔린 흔적이 발견되었고 아랫도리는 발가벗겨진 채였으며 온몸은 피로 물들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부검 결과였다. 범행에 이용되었다고 보이는 흉기는 1자루도 아니고 무려 3자루였다. 그로 볼 때 범인은 1명이 아니라 최소 2명 이상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현장에서는 범인이나 공범의 것으로 보이는 피 묻은 발자국이 발견되었는데 그 발자국은 커피숍에 있는 쌀포대에 찍혔는데 여성용 랜드로버 구두였다. 이로 보아 범인 중 적어도 1명은 여자라는 추정이 가능했다. 그러나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혈흔은 어디에도 없었다. 당시 커피숍과 이 일대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았고 목격자도 없었다. 도대체 누가 이 커피숍의 여주인을 참혹하게 살해했을까?
사건이 일어난 커피숍의 테이블 몇 개에는 전날 누군가가 술을 마신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 커피숍은 낮에는 주로 커피를 팔았지만 밤에는 술을 팔기도 하는 곳이었다. 테이블에 남겨진 유리잔에는 지문 여러 개가 남아 있었지만 저녁 늦게까지 커피숍에 남아 있던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 수 없었다. 결국 경찰들은 고심 끝에 최면술을 동원하기로 했는데 최면술사로 하여금 종업원에게 최면을 걸어 밤에 커피숍을 찾은 손님들이 누구인지 기억하게 했다. 다행히 성과가 있어서 종업원이 퇴근한 뒤까지 남아 있던 손님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이들을 중심으로 집중 조사를 펼쳐 이들의 행적을 샅샅이 조사했지만 용의점은 나오지 않았다. 범행 과정에서 이용했다고 보이는 흉기와 입었던 옷, 신발 등을 숨긴 정황도 없었다. 이들은 그저 술을 마신 뒤 커피숍을 나왔고 사건은 그 뒤에 발생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사건 해결은 지지부진해졌고 경찰들은 시민들의 제보를 적극 기다렸다.
사건이 장기화되자 서서히 이 사건과 피해자에 대해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는데 숨진 커피숍 여주인 이씨가 실은 남몰래 대부업에 손을 대 사채놀이를 했다는 것이었으며 범인은 이씨에게 돈을 빌렸다가 빚을 안 갚으려고 조폭들을 사주해 사채업자 이씨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즉, 이 사건은 청부살인이라는 소문이었다. 경찰들은 곧바로 부산에서 설치고 다닌 조폭들을 상대로 일제 조사에 나섰고 사건 당일 알리바이가 불분명했던 자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까지 벌였지만 증거가 될 만한 것은 나오지 않았고 심지어 가족과 친지들까지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용의점은 없었다. 정말 이씨는 주변인들을 상대로 이자놀이를 했고 범인은 이씨에게서 돈을 빌린 채무자였을까?
사건 발생으로부터 10일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경찰 측에서는 형사 일부를 교체해 처음부터 다시 수사에 들어갔으며 얼마 후 처음 손님이 없는 줄 알았던 테이블 밑에서 헤네시 양주병 뚜껑 하나가 발견되었다. 탐문 수사 결과 이씨가 사건 발생 며칠 전에 인근 양주전문점에서 새로이 구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보아 범인이 범행을 은닉하기 위해 자신들이 앉았던 테이블을 나름대로 정리한다고 정리했지만 병뚜껑만은 못 보고 지나쳤다고 판단되었다. 그러나 헤네시 양주를 마신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새로운 단서 하나가 더 발견되었다. 커피숍 내실 장판 밑에서 차용증 8개가 나온 것이다. 소문대로 이씨는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빚돈을 놓고 있었다는 게 사실이라고 밝혀졌다. 이것을 토대로 경찰들은 범인을 이씨에게서 돈을 빌린 채무자들로 판단했고 이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이유는 차용증을 빼앗아 없애기 위해 고문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려 그 차용증에 적힌 채무자 8명을 모두 불러서 조사에 나섰지만 그 8명 모두 알리바이가 있었다. 당일 현장 근처에 있었던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 8명 중 딱 1명이 정말 수상했다.
그 수상한 1명은 바로 사건 당일이 변제일이었던 30대 여자였다. 마침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피 묻은 족적이 여성용 구두였으므로 범인 중 적어도 1명은 여자라는 추측은 이미 수사 초기부터 세워진 가설이었다. 그런데 사건 당일이 변제일이었던 채무자가 30대 여성이었으므로 해당인이 범인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했다. 그 여성이 빌린 돈은 원금만 3400만 원이었고 거주지는 커피숍 바로 맞은 편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범인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이 여자를 범인으로 단정할 물증이 없었다! 이 여자가 커피숍에 들어가는 걸 본 사람도 없었고 범행에 사용했다고 볼 만한 도구나 옷가지, 신발 등도 나오지 않았다. 새벽녘에 누군가와 여러 차례 전화를 한 사실 등 의심쩍은 구석이 여러 곳 있었지만 증거가 될 수 없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여자는 결국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혀졌다는 것이다. 결국 유력한 용의자였던 이 여성마저 사망해 버리면서 이 사건은 십수 년 넘게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부산 온천동 커피숍 여주인 피살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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