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4일, 대구광역시 달서구 송현동에서 발생한 성범죄 결합 살인 사건. 20년에 가까운 기간을 교도소에서 보낸 범인이 출소 이후 치밀한 계획 범죄 하에 한 여고생을 납치해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다. A양이 범인의 마수에 걸린 곳은 집에서 불과 30여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어서 A양을 기억하는 주민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2006년 9월 4일 오후 10시경, 대구광역시 달서구 송현동 소재 송현여자고등학교 인근 도로에서 한 흰색 티코 승용차가 주변을 배회한다.
승용차에 탄 남성은 골목길을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접근하여 "OO여고가 어디냐", "OO여고 학생이냐, 윤리 선생님 XXX가 사고를 당했는데 같이 가주면 안되겠냐"는 등의 말을 하며 차에 태우려고 했지만 모두 완곡하게 거절하는 바람에 그냥 보냈다. 남자가 접근했다가 그냥 보낸 여학생은 모두 3명에 달했다.
그리고 그날 오전 12시, 송현여고 2학년생 A(17)양은 공중전화 부스에서 "1시간 후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 후부터 계속 귀가를 하지 않았다. 반에서 1, 2등을 놓치지 않는 등 모범생이라 특별한 가출 이유가 없었다.
이에 부모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4일 오후 10시 20분 이후 시간대의 송현동 일대 폐쇄회로 촬영분을 조회하여 해당 여고생으로 특정되는 인상착의를 확인하고 집에 전화를 건 공중전화 부스의 위치(달서구 대천동)까지 찾아냈지만 그 이후의 행적은 밝혀내지 못했다.
실종된 지 4일이 경과된 9월 8일부터 13일까지 서울역과 부산 서구청 인근 등지의 공중전화 부스에서 "돈을 준비하라"는 내용의 협박 전화가 A양의 집으로 걸려왔다. 또한 한 청소부는 "아빠 도와 주세요, 여기가 완월동이라고 하네요"라는 쪽지를 주웠다고 전화를 걸어오기도 했다.
13일, 부산의 모 구청 민원실 CCTV에, 노숙자를 시켜서 협박전화를 걸던 한 남성의 모습이 찍혔다.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이날 오후 대구광역시 남구 서부정류장 인근에서 범인 김수길(50)을 체포했다. 체포 후 범행을 부인하였으나, 추궁 끝에 범행을 자백하였다. 범행의 이유는, 내연녀와 싸우고 술김에 성욕을 참지 못했다는 것.
1956년생인 김수길은 강원도 출생으로, 1973년, 만 16세의 나이에 절도를 저질러 강도미수죄로 소년교도소에서 복역한 전과가 있으며, 28세 때인 1984년에는 성폭행을 동반한 폭행죄로 수감된 적이 있다. 서울 등지 수도권에서 거주하던 김씨는 2000년에 즈음하여 대구에 정착한다. 2001년 11월에는 대구 시내에서 이번 사건과 비슷한 수법으로 여중생을 납치 성폭행하여 청송교도소에 수감되었다가 2005년 9월에 출소했다. 반복되는 범죄로 인생의 절반에 가까운 20년을 교도소에서 보낸 김씨는, 사건 당시에는 중고차 판매원으로 일하다가, 범행 후 그만 둔 뒤 무직 상태였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김씨를 가리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할 만큼 범행은 치밀하고 대담했다. 앞서 총 3명의 여학생을 유인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는데, 유인하기 위해 했던 말에서 볼 수 있듯이 구체적으로 과목명과 교사 이름까지 거명했다. 이는 학부모인 척 학교에 전화를 걸어서 알아낸 것이었다.
9월 4일 밤 10시 40분, 김씨는 A양을 보고선 접근하여 "윤리 선생님이 교통사고가 났다, 도와주어야 하니 같이 가자"고 유인했는데, 그 말에 속은 A양은 김씨의 티코 승용차에 동승하게 되었다.
학생을 유인하는데 성공하자 그는 A양을 태운 채 당시 달서구 대천동에 위치해 있던 비상활주로로 이동해 A양을 위협하여 성폭행을 시도하였으나, 문득 과거 자신이 같은 수법으로 납치한 여중생을 활주로에서 강간한 뒤 살려두었다가 검거되었던 기억을 떠올렸고 이때부터 그는 A양을 살려서 보내줄 생각은 일절 하지 않았고 살해할 생각을 하였다.
김씨는 A양을 흉기로 위협한 뒤 스스로 집에 전화를 걸게 만들어 "새벽 1시까지 들어가겠다"고 말하도록 시켰다. 그 후 달성군 가창면 으로 차량을 운전하여 이동하였고, 그 곳에서 성폭행을 한 뒤, "살려주는 거죠"라며 애원하는 A양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9월 5일 00시 40분, 범인은 시신을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 백련사 부근 야산에 유기하고 나뭇가지를 덮어 은닉하고 귀가하였으나, 다음날 9월 6일 오전 9시에 다시 산으로 올라가서 시신을 칼로 훼손해 오욕하는 파렴치한 짓까지 일삼고 시신을 암매장하였다.
이후 사건을 단순 인질강도 사건으로 위장하기 위해 서울, 부산 등지를 돌아다니며 노숙자를 이용해 협박 전화를 걸게 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동종 전과자인 범인은 수사 초기에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이러한 범인의 행동에 경찰의 수사에 혼선이 있었고 검거가 늦어졌다.
교정행정과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가 미흡한 것 아니냐는 큰 논란이 일었다. 현장 검증 당시 기사 같은 2006년 2월에 발생하였던 용산 아동 성폭력 살해사건의 범인 또한 성범죄 전과자였다. 재범의 가능성이 큰 성범죄, 특히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인 대응 및 대처가 너무나도 부족하고 늦다는 여론이 일었다.
김씨는 별 다른 반성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형사에게 대뜸 말을 놓거나 담배를 달라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그가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일화가 있는데, 비상활주로와 야산에서의 현장 검증에서, 갑자기 A양에게 용서를 빌겠다며 막걸리를 달라고 요구하길래 줬더니, 절을 두 번 올리고 '잘못했다'고 울길래 범행을 후회하는가 싶었는데 우는 척 연기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김수길은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법정에서는 술로 인한 심신상실 혹은 심신미약을 주장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다. 검사측에서는 사형을 구형하였으나, 법원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반성했다는 점과 출소 후 성실하게 살았다는 걸 감안하여 교화의 여지가 있다고 하여 무기징역을 선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