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13일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덕현리에서 69세 노파 장 모씨가 손발이 묶여 살해당한 채 발견된 사건. 사건의 유일한 증거가 1cm 길이의 쪽 지문이었기 때문에 '쪽 지문 살인사건'이라고도 불린다.
15년 만에 쪽지문의 정체가 밝혀져 사건이 해결되는 듯 했으나 증거 부족으로 유력한 용의자가 무죄 판결을 받아 영구 미제사건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사건이다.
5월 13일 오후 4시 피해자 장씨의 이웃 주민은 20만원을 갚으러 장씨에게 찾아갔다가 거실문이 열려있어 인기척은 없는데 문이 열려 있고 TV 소리가 나 집안을 들여다봤다가 살해당한 장씨를 발견했다.
장씨는 발견 당시 얼굴이 포장용 노란 테이프로 칭칭 감겨 있고 손발은 테이프와 전화선 등으로 묶여 있는 상태였다. 안방 장롱과 서랍이 모두 열려 있었으며 총 78만 상당의 귀금속이 없어진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3천만원이 들어있는 통장과 도장, 현금 등은 그대로였다. 조사 결과 범인은 장씨를 우선 움직이기 못하게 포박한 후 저항하는 피해자를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망 원인은 기도 폐쇄와 갈비뼈 골절 등의 복합적인 원인이었다.
CCTV도 목격자도 없었던 이 사건에 당시 유일하게 남겨진 증거는 포장용 테이프의 심지에 남아 있던 1cm 쪽지문이었지만 당시에는 지문 수사 기술의 수준이 많이 낮았기 때문에 겨우 1센치 남짓한 지문으로 범인을 찾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문으로 범인을 찾으려면 지문의 끊긴 점이나 곡선 등 지문을 구별하는 데 쓰는 특징점이 있어야 하는데 발견된 쪽지문은 융선과 돌출되는 선이 불분명해서 구별이 더 어려웠다.
한편 범인을 잡지 못한 데는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가 한몫했다.
사건으로부터 한 달여 후 자신이 범인이라며 마을 주민 박씨가 경찰에 자백했는데 그는 장씨 할머니와 수양딸과도 같이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었으며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해서 순간 화가 나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상황 증거는 박씨의 설명과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사건 상황도 전혀 달랐고 범행 도구도 달랐다. 훔쳤다고 주장한 금반지와 금팔찌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장씨보다 왜소했던 박씨가 장씨를 결박했다고 보기에는 정황상 어려운 점도 있었다.
결국 박씨는 자신이 허위 자백을 했음을 밝혔는데 그 이유는 놀랍게도 한 비구니가 찾아와서 자백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비구니는 박씨에게 죽은 할머니가 이 집 막내아들을 노리고 있으며 당신이 경찰서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들이 죽는다고 협박했던 것이다. 더 어이없는 것은 그 비구니의 정체는 박씨를 체포한 형사의 친누나였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이 일어난 이유는 당시 경찰은 범인이 면식범이라는 사실에만 집중해 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어거지로 함정수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박씨의 혐의는 풀렸지만 여전히 일부 주민들은 박씨를 범인 취급했기 때문에 참지 못한 박씨는 동네를 떠났다고 한다.
이후 그알 제작진이 당시 초동 수사를 했던 경찰들을 찾아갔지만 대부분 취재를 거절했으며 친누나를 동원한 형사는 연락이 닿지도 않았다고 한다. 피해자의 아들 한씨는 3~4년 후 형사에게 따졌는데 초동수사가 미비했다는 건 인정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후 과학수사가 발달하면서 경찰의 지문 감정 장비의 성능이 높아졌고 감정관들의 질도 높아졌다. 경찰은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으로 지문을 재감정했고 해당 지문의 주인이 인근 동해시에 거주하던 정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쪽지문은 정씨의 왼쪽 가운데 손가락의 지문이었는데, 경찰은 노파의 얼굴을 테이프로 감는 과정에서 테이프가 잘 떨어지지 않자 맨손으로 떼는 과정에서 남은 지문이라고 추정했다. 정씨는 사건 당시 경제적으로 궁핍했으며 알리바이가 불분명했다. 과거에 부녀자 폭행과 절도 경력이 있었고 거짓말탐지기 검사도 거짓으로 판명된 점도 의심을 샀다.
하지만 정씨는 강하게 반발했으며 자신은 강릉에 가 본 적도 없고 전과자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렸다고 주장했으며 문제의 테이프는 예전에 도난당한 자신의 오토바이에 있었던 것이며 그 테이프가 장씨의 방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오토바이의 소유 관계와 내력을 모두 확인해 이 주장도 거짓말임을 확인했다. 정씨의 당시 동거인도 정씨가 오토바이를 도난당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후 검찰은 강도살인 혐의로 정씨를 기소했다.
하지만 2017년 12월 15일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피고인 정씨의 무죄를 선고했다. 노란색 박스테이프에 묻은 지문 하나만 가지고는 범행을 저질렀다고 확정짓기 어렵고 사건이 일어난 지 12년이 지나 피고인이 알리바이 등을 입증하기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유죄로 판단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즉, 심증은 있어도 유죄라고 확실히 결론을 내릴 만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해당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는데 같은 이유로 배심원 9명 중 8명도 무죄로 판단했다.
2018년 10월 24일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이 났고 검찰은 번복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판단하에 상고를 포기했다. 이로써 이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유일한 증거마저 무의미하게 돌아갔으니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