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암동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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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16일 서울특별시 성북구 돈암동의 미입주 아파트였던 돈암 일신건영 아파트 106동(現 돈암동 일신건영휴먼빌 아파트 106동)에서 고려대학교를 2004년에 졸업한 이해령이 변사체로 발견된 사건.

평소 친하게 지내던 대학 교수, 남편 등이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지목되었고 원한에 의한 살인이나 청부살인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결국 미제사건이 되었다. 19년이 지난 지금까지 범인은 잡히지 않고 있다.

2005년 6월 16일, 서울특별시 성북구 돈암동의 미입주 아파트였던 돈암 일신건영 아파트 106동(現 돈암동 일신건영휴먼빌 아파트 106동)에서 광고 전단지를 돌리던 한 남성은 유독 한 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을 감지했는데 그 집은 아직 입주하지 않아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었다. 입주하지 않은 아파트는 집 안쪽까지 전단지를 붙이러 들어가기 때문에 이 남성은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혹시나 해서 현관문을 당겨 보니 문은 열려 있었다.

집 안을 둘러보던 그는 깜짝 놀랐다. 안방 화장실에 30대 여성의 변사체가 있었다. 시신은 겉옷이 찢어지고 속옷이 벗겨진 반라의 상태였고 얼굴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심하게 부패된 상태였다. 이때 큰 충격을 받은 발견자는 트라우마가 생겨 이후 닫힌 문을 잘 열지 못하게 됐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는 이해령(당시 30세)으로 밝혀졌다. 부산의 한 대학을 졸업하고 2001년 고려대학교에 편입학해 2004년 졸업한 그녀는 서울의 다른 명문대 대학원에 재학하던 부동산 자산가의 아들과 2004년에 결혼했다. 피해자 이씨는 시체로 발견되기 1주일 전인 6월 9일 행방불명돼 이미 경찰에 실종신고가 들어간 상태였다. 이 씨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잡힌 것은 K대학 캠퍼스 안에 있는 은행 CCTV 화면이었다. 이 씨의 시신 상태로 보아 경찰은 이 씨가 이 날 바로 피살됐을 거라 추정했다.

이 씨의 신원을 파악한 경찰은 곧바로 살인 사건의 수사에 들어갔지만 시작부터 난항에 빠졌다. 자산가 며느리가 왜 아무런 연고도 없는 돈암동의 미입주 아파트에 들어갔는지 그 이유부터가 불분명했다. 스스로 찾아갔는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끌려들어갔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이 씨의 시체는 심하게 부패되어 있어 성폭행이나 묶인 흔적을 감별할 수 없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부검을 통해 ‘부패 정도가 심해 사인이 불분명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아파트 안방 화장실에서 이 씨의 머리카락과 남성 의류 단추가 발견된 것을 두고 경찰은 범인과 이 씨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있었을 거라고 추측했다.

이 씨의 소지품이나 현금 등이 없어지지 않은 점으로 미뤄 강도살인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대신 경찰은 이 씨가 준재벌가 며느리라는 점을 감안해 누군가 재산을 노리고 접근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우발적으로 살해했을 가능성 혹은 청부살인의 가능성도 열어 두었다. 이 씨의 사체가 발견된 아파트는 신축 후 입주를 기다리던 미분양 아파트였다. 서울특별시 외곽에 살던 이 씨가 멀리 떨어진 동네의 미분양 아파트에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일단 경찰은 누군가 이 씨를 빈집으로 유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입주가 시작되지 않은 빈집인 터라 문제 아파트의 현관 자동잠금장치의 비밀번호는 모두 '1234' 또는 ‘0000’ 식으로 통일돼 있었다. 따라서 경찰은 “집주인이 입주해서 현관 자동잠금장치의 비밀번호를 바꾸기 전에는 누구나 쉽게 빈집에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이 씨를 이곳으로 유인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다.

이 씨가 ‘누군가’를 순순히 따라갔다면 이 사건은 분명 이씨와 친분이 있는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경찰은 이 씨가 아무 연고도 없는 돈암동의 미분양 아파트에 들어간 이유를 밝히는 것이 바로 사건 해결의 열쇠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했는데 사건 현장 주변을 훑으면서 여러 차례 탐문수사를 벌였지만 이 씨가 언제 누구와 그 아파트에 들어갔는지를 알아낼 수는 없었다.

게다가 발견 당시 이 씨의 사체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0.14%로, 만취 상태였지만 이 씨를 알고 있던 주변 사람들은 "이 씨가 평소 술을 잘 못 마시고, 즐기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따라서 경찰은 이 씨가 혼자 술을 마셨을 가능성은 극히 낮고 평소 알고 지낸 누군가와 함께 마셨을 거라고 보고 주변 지인들을 중심으로 수사를 펼쳐 나갔다.

가장 먼저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은 이 씨가 졸업한 대학의 은사였던 교수였다. 경찰의 수사 결과, 이 씨가 실종되기 2시간 전인 9일 낮 12시쯤에도 두 사람은 연구실에서 함께 점심을 먹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교수가 이 씨의 마지막 목격자일 수도 있는 셈이었다. 특히 일각에서는 "평소 두 사람이 함께 부동산을 보러 다녔으며, 보통 사이가 아니다"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교수는 이 씨의 죽음과 관련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으며 “이 씨 실종 당일 연구실에서 함께 도시락을 먹은 것은 사실이지만 바로 헤어져, 이 씨의 죽음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진술했고 이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도 “불륜 관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함께 집을 보러 다닌 적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교수 본인의 입으로 경찰 조사에서 이해령과 내연 관계임을 인터뷰에서 직접 인정한 것으로 나온다.

경찰은 교수를 5차례에 걸쳐 조사하면서 알리바이를 추궁했으며 교수의 유전자를 채취해 이 씨의 시신 발견 당시 가슴에 묻어 있던 타액 DNA와 비교도 하였다. 경찰에서 남성의 DNA가 발견되었다고 하자 교수가 먼저 자진하여 "나는 이 씨와 내연관계였으며, 실종 당일 육체적 접촉이 있었다"고 시인한 사실이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밝혀진다. 하지만 DNA가 발견되었다고만 했지, 어떤 형태로 발견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경찰이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명되어 교수는 용의선상에서 제외되었으며 교수와 이 씨를 잘 알고 있던 주변 지인들도 “두 사람이 깊은 관계였다는 소문은 말도 안 된다”고 항변했지만 교수는 계속되는 경찰조사에서 결국 두 사람은 내연관계라고 증언했다.

다음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은 이 씨의 남편 A씨였다. 두 사람이 결혼한 것은 2004년으로, 당시는 결혼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신혼이었다. 경찰은 A씨 부부가 겉으로 보기엔 결혼생활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이 씨가 남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불만을 나타냈던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이 씨로서는 준재벌급인 시댁과의 문화 차이와 자연스럽지 못한 부부관계로 인한 갈등이 결혼생활의 걸림돌이었다는 것이다. 한국 굴지의 직장에 근무하다가 서울의 명문대 대학원에 진학한 A씨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으며 활달하고 사교적인 이 씨는 결혼생활의 답답함과 남편과의 성격 차이로 인한 고민을 평소 교수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아내와의 사이에 결혼 생활을 위협할 만한 큰 불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도 A씨를 조사해 본 결과 사건 당일 알리바이가 확실하고, 살인 혐의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

경찰은 이 씨가 평소 고려대학교에 자주 드나들었던 점을 감안해 이 씨의 지인들도 조사했지만 단서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이 씨는 원만한 학교생활을 했으며 지인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평판이 좋았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행동을 할 성격도 아닐 뿐더러 평소 특별한 문제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 씨의 지인이라고 밝힌 한 사람은 “이 씨가 이 교수와 깊은 관계였다는 항간의 소문은 말도 안 된다. 교수와 가깝게 지냈다는 것만으로 불륜이나 치정관계로 매도하는 것은 이 씨를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씨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는데 이는 교수의 증언과는 배치된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이 씨 주변인들에 대해 원한관계가 있었는지 심층 수사를 벌여 왔지만 특별한 혐의점을 가진 이는 발견하지 못했다.

이 씨가 청부살인을 당했다면 모르는 사람에 의해 돈암동의 미분양 아파트에 끌려갔을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피해자는 저항하며 소란이 벌어지기 때문에 목격자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경찰이 사건 현장 주변을 훑으면서 여러 차례 탐문수사를 벌였지만 이 씨를 봤다는 목격자가 전혀 나타나지 않아 이 씨가 언제 누구와 미분양 아파트에 들어갔는지조차 파악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이 우발적 범죄가 아닌 계획된 범죄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는데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는 입주가 시작되지 않은 빈집이라, 현관 번호키의 비밀번호가 간단한 번호로 모두 통일되어 있었다. 따라서 범인이 그 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사람이 없어 범행을 저지르기 쉬운 아파트로 이 씨를 유인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추측했다.

전단지를 돌리던 최초 목격자는 자신 외에도 주변 상가에서 전단지 돌리는 사람들, 보여줄 집이 닫혀 있으면 같은 구조의 적당한 빈 집을 열어 보여주던 부동산 업자들, 내부구조를 참고하던 인테리어 업자 등등 수많은 사람이 들락날락하는 곳인데 왜 1주일이나 이 씨가 발견되지 않았는지 의아해했다. 당시 미입주 아파트 비밀번호는 0000, 1234 같이 쉬운 번호에 아파트 관련 일하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이 열려 있을 때도 있고 닫혀 있을 때도 있는데 목격자는 일단 문고리를 당겨 보고 안 열리면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런데 이미 열려 있었다고 한다. 당시 도어락은 자동으로 잠기는 게 아니라 문고리를 올려야 잠겼기 때문이다.

애쉬워스 단추: 애쉬워스는 미국의 골프웨어로 2003-06년에 한국에서 라이센스 생산&제작된 바 있으며 셔츠 1장에 2005년 기준으로 10만원 정도의 꽤나 고가 브랜드다. 떨어진 단추는 실제 옷을 채우는 용도가 아닌 장식용 단추로, 보통 바지 뒷주머니나 정장의 소매에 쓰인다. 당시 이 브랜드는 미국에선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는 생소해서 금방 철수했다. 미국에서는 수년간 1위를 차지할 정도인 유명 브랜드로 당시 주 고객층은 30~50대라고 한다.
경찰은 가해자가 화장실로 피해자를 유인했다고 봤으나 범죄심리학자는 피해자가 부근에서 가해자의 위협을 느껴 도망치다가 미입주 아파트 화장실로 도망쳐 들어갔지만 결국 쫓아온 가해자에게 살해당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변기 뒤 서랍의 깨진 유리창과 그곳에 뜯겨져나간 피해자의 머리카락 뭉치가 있었는데 당시 상황을 재현하면 피해자는 변기에 앉아 있었고 강하게 뒤통수를 변기 뒤 서랍에 박아 유리창이 깨졌을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피해자는 변기에 앉아 있었고 프로파일러들의 '자력으로 들어갔다'는 말을 종합해보면 해당 아파트에서 범인과 피해자가 실랑이에 휘말리던 중 피해자가 화장실로 피신하려고 했지만 뒤따라온 범인과의 몸싸움 과정 중 피해자가 만취해 있었고 여성이었던 점에서 범인의 완력을 이기지 못해 변기 커버 위로 주저앉게 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교수는 참고인으로 나와서 피해자와의 관계를 묻는 경찰에 가까운 사이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피해자에게서 남자의 DNA가 나왔다는 말에 내연관계가 있다고 본인이 증언하면서 용의자가 되었다. 그러나 교수의 DNA와 일치하지 않았다. 이들이 깊은 관계였다는 주장은 교수 쪽만의 것으로 다른 주변인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증언했다.
교수가 컴퓨터에서 피해자의 암호가 걸린 유서 텍스트를 암호를 풀어 제출했다. 유서가 본인의 컴퓨터에 있다고 말했고 그 문서에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걸로 나오자 아마 이게 아닐까 하여 직접 암호를 입력했다고 하지만 피해자가 컴퓨터로 유서를 쓰는 걸 교수가 도왔다는 주장을 들은 피해자의 후배는 "유서가 있단 얘기는 처음 들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뜬금없이 자살을 암시하는 유서는 이 사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다.
교수는 이해령이 실종된 날 그녀의 실종에 대해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하고 실종신고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남편과 전 남자친구에게 이해령의 행방을 물었다. 이 뿐만 아니라 경찰에서도 둘(이해령과 전남친)이 함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말했다고 한다.
교수는 범행 당일 학회에 참석한 후 식사 자리에 참석했다는 것을 알리바이로 주장했지만 해당 식당 주인은 교수가 예약 시간보다 3-40분 이상 늦게 왔다고 진술했다. 마침 해당 식당이 범행 장소에서 그리 먼 거리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것이 경찰들에게 의심을 산 주요 원인이 되었다.
교수는 남편이 내연의 여자와 사귀고 있다고 유족에게 말하였다. 사건 이후에는 다른 사람과 가정을 꾸렸으나 남편은 이해령의 기일에 5년 간 참석하였으며 유족들도 남편에게 의심을 품었던 것에 미안함을 드러냈다.
범행 장소는 집 내부에 여러 전단지가 있을 정도로 개방적인 장소였고 범행 중에도 누군가 들어올 수 있었는데 범행을 저질렀으며 흉기의 사용이 없음을 이유로 우발적 범행이라고 보았다.
범행시각은 해가 긴 6월이었던 것과 관계자들이 14시~16시까지 방충망 설치 작업을 끝내고 철수한 것을 근거로, 16시 이후부터 조명 없이도 광량이 충분한 19시 30분 사이로 추정했다. 해당 사건이 일어난 집의 전원차단기가 내려가 있었고 화장실의 스위치도 아직 설치되지 않았던 상태라서 해가 떠 있는 시간으로 추리할 수 있었다.
피해자의 사체와 속옷에서 정액반응은 없었다. 정황상 강간을 저지르려다 피해자의 사력을 다한 저항에 행위 자체는 실패하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 후 자신의 범행의 결정적인 증거물이 될 수 있는 피해자의 원피스의 앞부분을 찢어 이것으로 지문 등을 지우고 도주하였을 수도 있다.
당시 피해자의 가슴 쪽에서 남성의 DNA가 검출되긴 했지만 이 DNA가 반드시 가해자의 것이라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한다. 당시 이 미입주 아파트에는 최소 수백명의 사람들(주로 남성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빈집들을 들락날락하는 상황이었고 이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의 DNA가 검출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변기와 세면대만 있는 한 평 남짓한 좁은 화장실이기 때문에 범인이 아닌 제3자의 DNA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수사 과정에서 DNA가 오염되었을 가능성도 전적으로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진행자인 김상중은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처럼 진범의 지인이 용기를 내어 경찰에 보낸 제보로 억울한 옥살이를 끝낸 청년의 이야기를 들면서 용의자 주변인들의 용감한 제보와 당시 범행 현장 근처에서 용의자를 목격한 사람들의 제보를 호소하였다.
프로파일링을 했던 박지선 교수는 정신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사건으로 이 사건을 꼽았는데 이 사건을 프로파일링하고 현장사진의 잔상이 무려 1년이나 남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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