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12월에 걸쳐서 천안 일대에서 일어난 4인조에 의한 연쇄살인 사건.
범인 라씨의 실명과 얼굴, 생년월일이 모두 그대로 나오는데 이름은 라재영, 나이는 43세, 생년월일은 1963년 3월 12일, 178cm, 둥근 얼굴에 보통 체격이다.
총 9명이 살해되었다. 이들의 범행은 살인 9건을 비롯해 인질강도 1건, 강도상해 2건, 강도미수 1건, 특수절도 1건 등 무려 18건에 달한다.
2005년 2월 15일 충청남도 당진군 송산면 가곡리 김모씨(53) 살해
2005년 2월 25일 충청남도 천안시 백석동 종합운동장 부근 이모씨(34) 살해
2005년 3월 6일 충청북도 청원군 오창면 용두리 최모씨(34) 살해
2005년 3월 17일 충청남도 천안시 쌍용동 납치미수
2005년 4월 27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 진관리 김모씨(57) 살해
2005년 5월 5일 경기도 하남시 감북동 백모씨(58) 살해
2005년 5월 17일 서울시 중랑구 면목4동 주모씨(47) 살해
2005년 5월 27일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유모씨(51) 살해
2005년 7월 1일 서울시 성북구 강도상해
2005년 7월 12일 서울시 송파구 석촌동 최모씨(58) 살해
2005년 11월 16일 충청남도 보령시 미산면 풍계리 이모씨(28) 등 2명 살인미수
2005년 11월 19일 충청남도 아산시 배방면 세교리 김모씨(52) 살해
2005년 12월 8일 광주광역시 살인미수
2005년 12월 12일 전라남도 순천시 인질강도
애당초 경찰은 이들의 연쇄살인 행각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아산 H 대 경리부장 김모 씨(52) 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공범 라재영(43)과 함께 1심에서 각각 사형,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김종인(43)의 옥중 자백으로 인해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범인 김은 기소된 살인 사건 외에도 7명을 더 살해한 것과 친형과 친구가 추가로 범행에 가담한 것을 자백하였다. 이후 천안서 강력 3팀 형사들은 이 같은 추가 범행 12건에 대한 진술과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한 뒤 김의 친형 등 나머지 공범 2명에 대한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공범들은 주거지 주변에서 잠복해 있던 형사들에게 체포됐으며 이후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김종인(상해치사 등 전과 5범)과 라재영(폭력 등 전과 5범)이 연쇄살인 행각을 벌인 것은 2005년 2월부터였다. 중학교 동창인 두 사람은 타지에서 떨어져 지내던 중 2004년 9월경 우연히 재회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회포를 풀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공사판을 전전하며 막막한 생활을 하던 김종인은 옛 친구에게 자신의 처지를 털어놨다. 1990년대 서울 강남에서 대형 횟집을 운영하기도 했던 김종인은 당시 잇따른 사업 실패로 좀처럼 재기하지 못한 채 절망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특히 한 해 전인 2003년은 김종인에게 악몽과도 같은 해였다. 교통사고로 받은 보상금 1억 원을 경륜으로 몽땅 날려 버렸는가 하면 돈 문제로 이혼까지 하는 등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렇다 할 기술도 없고 전과까지 있었던 김종인이 발을 붙일 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친구의 얘기를 듣던 라재영은 “마땅히 할 일이 없으면 나랑 같이 돌을 납품하는 업체에서 일을 해보자”고 권유했다.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잠시 함께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지만 얼마 뒤 회사의 경영 악화로 인해 월급조차 받지 못하게 되자 결국 이들은 직장을 그만두고 말았다.
세상에 대한 한탄과 술로 소일하던 두 사람이 결국 눈길을 돌린 것은 범죄였다. ‘크게 한탕해보자’며 손을 맞잡은 김종인과 라재영은 본격적인 범행 모의에 들어갔다. 처음 이들은 자신들의 연고지가 있는 충남 지역을 범행 무대로 한정했는데 어느 정도 지리도 알고 나름대로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지역이라는 생각에서였고 이후 이력이 붙으면 차츰 전국적으로 무대를 넓혀 가자는 식이었다. 두 사람은 범행에 앞서 치밀한 계획을 세웠는데 가령 ‘충남의 소문난 갑부 ○○○’을 범행 대상으로 정하면 이들은 곧바로 미행부터 시작했다. 범행 대상을 며칠 동안 따라다니며 동선을 체크하고 스케줄을 일일이 파악한 것. 이들은 이렇게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어떤 방식으로 범행을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범죄 시나리오까지 짰다고 한다. 택시 기사를 납치해 돈과 택시를 빼앗고 살해한 것이나 가스검침원을 가장한 범행, 외제 승용차 주인에게 시비를 걸어 접근한 것, 일부러 차를 들이받아 대상자를 차 밖으로 유도한 것 등 이들의 실제 범행 수법들은 모두 치밀한 사전 계획에 따라 실행된 것들이었다. 이들은 범행을 위해 항상 흉기와 플라스틱 끈을 준비해 다니는 등 철저한 준비를 했으며 대상자를 흉기로 위협해 제압하고 납치·살해하는 과정은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치밀한 계획에 비해 ‘성과’는 너무도 형편없었는데 ‘돈이 많다더라’라는 뜬소문만 믿고 겉보기에 그럴싸한 범행 대상을 찾은 것이 이들의 가장 큰 ‘실수’였다. 이들의 첫 범행은 2005년 2월 15일 충남 당진에서 시작됐는데 김종인 등은 평소 눈여겨보던 개 사육장 주인 김모 씨(53)를 유인한 뒤 머리를 몽키 스패너로 내리쳐 살해했지만 부유해 보이던 사육장 주인이 지니고 있었던 돈은 고작 30만 원에 불과했다.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액수에 실망한 이들은 사건으로부터 열흘 후 또 다른 대상을 물색했다. 두 번째 범행 대상은 천안에 거주하던 외제차 소유자 이모 씨(34). 며칠간 그를 미행해 동선을 파악한 이들은 2월 25일 외출하던 이 씨의 차를 따라갔다. 접촉 사고를 위장해 이 씨를 제압하는 데 성공한 이들은 준비한 플라스틱 끈으로 이 씨의 손발을 묶고 흉기로 온몸을 찔러 잔인하게 살해했지만 이 씨로부터 빼앗은 돈은 불과 4만 원이었다.
‘큰 거 한탕’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들은 열흘 후 또다시 범행을 시도했다. 김종인 등은 3월 5일 10시 30분경 충북 청원의 한 주유소 앞 노상에서 최모 씨(34)의 외제차를 고의로 추돌했다. 이들은 차에서 내린 최 씨를 흉기로 위협해 케이블 선으로 묶고 은행카드를 빼앗은 뒤 현금을 인출하려고 했지만 계좌의 잔액은 없었고 결국 이들은 최 씨를 목 졸라 죽여 버렸다. 20일 사이에 세 사람을 살해했지만 이들이 손에 쥔 돈은 34만 원에 불과했다.
거듭되던 범행에도 ‘벌이’가 신통치 않자 이들은 자신들의 능력에 대한 적잖은 회의를 가졌다. 결국 그해 4월부터 김종인은 친형 김기운(56)을 범행에 끌어들였다. 김종인의 형 역시 사업 실패와 이혼을 겪은 김종인과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김종인의 형은 한때 가정을 이뤄 두 명의 딸을 두었으나 형편이 어려워 큰딸은 입양 보내고 둘째딸이 네 살이었을 때 이혼하는 등 순탄치 않은 생활을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할 수입도 없었던 김종인의 형은 ‘우리도 한번 제대로 살아봐야 하지 않겠냐’는 동생의 제안을 이내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러자 라재영이 공사장에서 알게 된 이기준(53)을 공범으로 끌어들였다. 4인조로 팀을 재정비한 이들은 또다시 역할을 나누고 범죄 시나리오를 짜는 등 본격적인 범행 준비에 들어갔다. 이들은 그동안 활동했던 충청도를 벗어나 경기도와 서울로 범행 무대를 옮기는 동시에 범행 대상을 택시 기사와 고급 빌라에 사는 사람으로 확대했다. 한 달여 뒤인 4월 27일 이들은 경기도 남양주에서 손님을 가장해 개인택시에 올라탄 후 기사 김모 씨(57)의 머리를 20㎏짜리 돌로 마구 내리쳐 살해하고 차량과 20만 원을 빼앗았고 며칠 뒤에는 한 모범택시 기사를 유인해 역시 동일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5월 한 달 동안 이들이 살해한 사람만 해도 3명이었지만 이들의 범행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전기검침원을 사칭해 가정집에 들어가 집주인을 살해하는가 하면 슈퍼마켓 주인을 살해하고 외제차 주인에게 ‘차가 싸구려 같다’고 시비를 걸고 무자비하게 살해하는 등 거침없는 살인 행각을 이어갔다. 이런 식으로 김종인 등 4인조가 벌인 범죄는 살인 9건을 비롯해 인질강도 1건, 강도상해 2건, 강도미수 1건, 특수절도 1건 등 무려 18건에 달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종인 등은 2005년 12월 순천에서 인질 납치극을 벌여 2,500만 원이라는 목돈을 만졌던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 경우를 제외하면 피해자들을 무조건 살해해 버리는 잔인함을 보였다. 살해 이유는 자신을 무시하는 말투를 썼다거나 범행이 발각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10개월 동안 이들에게 살해된 사람은 무려 9명이었지만 이들이 사람 9명을 살해하고 뺏은 돈은 인질 납치로 번 돈 2,500만 원을 제외하면 1,000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천안서 강력3팀 형사들은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김종인과 라재영으로부터 이 같은 추가범행 12건에 대한 진술과 관련 증거자료를 확보한 뒤 김종인의 친형 등 나머지 공범 2명에 대한 검거 작전에 돌입했다. ‘동료’의 변심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기 때문인지 공범들은 주거지 주변에서 잠복해 있던 형사들에게 체포됐으며 이후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어린 시절의 환경이 전적으로 김종인을 연쇄살인범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3남 1녀 중 막내인 김종인은 초등학생 시절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은 사춘기 시절을 겪으면서 성격이 점점 난폭해졌다고 하는데 고등학생 시절에는 무리를 지어 패싸움을 벌이다 폭행치사에 연루된 적도 있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에는 강도짓을 하다 출동한 경찰을 중태에 빠뜨려 소년원에 수감되는 등 본격적인 탈선의 길로 빠져들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평탄하지 못했는데 가정을 꾸렸지만 하는 일마다 실패하기 일쑤였다. 90년대엔 강남에서 횟집을 하면서 돈을 모았으나 1997년 외환 위기를 맞이해 가게를 정리해야 했으며 이후 시작한 택시 운전 등도 벌이가 시원치 않아 항상 쪼들린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종인이 범행에 친형을 끌어들였다는 것과 친형이 그 제안에 응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어릴 때부터 평범하지 않은 가정환경에서 함께 자란 데다 두 사람 모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점 등 상황이 두루두루 겹쳤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김종인은 과거에 형의 권유로 키토산 약품판매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모아놓은 대부분의 돈을 날려 형에 대한 깊은 원망도 품고 있었다”면서 “김종인이 형을 범행에 끌어들인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형에게는 부담이 되었던 듯하다”고 전했다.
2007년 2월 25일 오전 7시 10분쯤 충청남도 천안시 성거읍 천안구치소 내 수감실에서 주범 김종인(43)이 침낭에서 뜯어낸 지퍼 줄을 이용해 자살을 기도한 것을 순찰 중이던 교도관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발견 당시 그의 수감실에서는 '내 죄를 용서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는데 사건의 주범인 자신에게 법정 최고형이 선고되었기 때문에 이를 두려워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2심까지 사형이 선고되었고 상고심이 진행 중이었다.
법원에서 자살한 김종인(43)을 제외한 남은 3명에 대한 여죄를 모두 인정하여 공범 라재영과 김기운에게 무기징역, 이기준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였다.
라재영과 김기운은 현재 수감 중이며 이기준은 2012년에 만기 출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