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18일 대전광역시 중구 문화동에서 벌어진 한 가장의 일가족 살인 사건. 보험금을 챙기려고 아내를 살해하고 그와 무관한 아들들도 살해했다는 것이 충격적이지만 애초부터 살인의 계기가 내연녀와 결합하기 위해 방해물을 치운 것이라는 점에서 크나큰 잔인성을 보여준 사건이다. 범인 장기수(당시 35세)는 대법원에서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았다.
2005년 8월 18일 오후 11시경 대전광역시 중구 문화동 곽모(72·여, 1933년생) 씨의 한옥 기와집에서 불이 나 잠자던 세입자 김모(34·여·주부, 1971년생) 씨와 10세(초등 4년, 1995년생), 8세(초등 2년, 1997년생), 4세 아들(2001년생) 3명이 모두 숨졌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당시 이웃의 증언에 의하면 갑자기 펑 하는 소리가 났으며 집이 연기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고 한다. 이날 귀가가 늦어 화를 피한 남편 장기수(35, 1970년생)는 “나만 살아서 뭐 하느냐”고 통곡했다.
경찰은 불이 난 집은 지은 지 25년이 넘은 데다 최근에도 누전차단기가 작동되는 일이 있었다는 남편 장 씨의 말에 따라 누전 등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화재 원인 분석을 의뢰했다.
당시 화재 감식반은 일단 전기 누전이나 선풍기 과열로 불이 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하지만 시신의 부검 결과는 일반 화재 사건과는 거리가 멀었다. 숯덩어리의 시신이 된 김 여인(34)과 10살, 8살 두 아들의 장기에서 시안화칼륨(일명 청산가리)이 발견되었고, 사망자들이 죽기 전까지 화재 현장에서 호흡을 했다는 흔적인 기관지 내 그을음이 발견되지 않았고 시신도 불이 났을 때 출구 쪽으로 탈출하려는 본능과는 다른 형태로 배치되어 있었다. 이때부터 경찰은 먼저 숨진 일가족의 사인이 질식사보다는 독극물에 의한 것으로 보고 수사 방향을 변경하였으며 사건 현장에는 유서 등의 자살 징후가 전혀 발견되지 않은 데다 창문이 닫혀 있는 등 외부 침입 흔적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일가족의 자살이 아닌 원한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주변 인물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경찰이 이때부터 숨진 김씨의 남편 장기수(35)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조사한 결과 장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떨어지는 데다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범행이 일어나기 며칠 전 총 6억 가량의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증거는 컴퓨터 전산기록에서 밝혀졌다. 장씨는 가족들을 살해하는 데 사용한 청산가리를 인터넷을 통해 구매했고 경찰은 이 과정에서 장씨가 자살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을 찾아냈다. 결국 장씨는 범행을 일체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
장 씨는 벌금형 외에 별 다른 전과는 없었던 평범한 인물이었으며 1~2년에서 6개월 간격으로 직장을 여러 번 옮겼다. 2002년부터 약 3년 동안 청주시에 위치한 음식점의 지사를 3년 동안 운영하다가 영업이 잘 되지 않아 빚을 진 채 2005년 4월 경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고 사건 당시까지는 음식점 대전지사의 배달원으로 100만 원 가량의 월급을 받으며 생활했지만 생활고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해서 아내가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면서 생활비를 벌기도 하였다. 아내 김 씨는 친구의 소개로 만나 7년간 연애한 뒤 결혼하여 10년 정도 결혼생활을 하였고 슬하에 3명의 아들을 둘 정도로 금실도 좋았다.
그러던 중 2000년 ~ 2001년 오산시에서 매형 소유의 슈퍼마켓에서 일할 때 그곳에서 일하던 이혼녀를 알게 되면서 내연 관계에 빠졌다.
장기수는 당시 대전에 아이들을 두고 기러기 아빠로 지내고 있었고 역시 혼자였던 이혼녀 김 씨와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꼈다. 둘의 사이가 틀어진 건 장기수가 오산 생활을 접고 대전 집으로 내려가면서부터였다. 물리적 거리도 멀어졌을 뿐더러 사업도 실패해 빈털터리가 되면서 아내 김 씨와 이혼까지 한다면 처지가 더 궁색해질 것만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장기수가 숨기고 있던 청주시 식당 지사 양도 사실을 장기수의 아내가 뒤늦게 알게 되고 오산에서 내연녀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이 들통나자 장기수의 부부 관계는 금이 가기 시작했는데 이에 2005년 6월 장기수는 내연녀에게 다시 내연관계를 복원하자고 요구했지만 내연녀 김씨는 장씨의 경제력이 좋지 않다는 이유와 본인에게 자녀가 있다는 이유, 그리고 자기는 이미 전 남편과 재결합했다는 이유로 장씨의 요구를 거절하였다. 법원의 판결문에 따르면 장기수는 내연녀에게 거절당한 때부터 아내 명의로 보험에 가입한 뒤 처자를 모두 살해하고 집을 불살라 누전에 의한 화재사로 위장하여 보험금을 타낼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장기수는 7월~8월 초까지 3억원짜리 생명보험을 두 개나 들었다. 만약 아내가 사망하게 된다면 총 6억원을 손에 움켜쥘 수 있었다. 물론 지급해야 하는 보험료는 한 달에 28만 원에 이르게 되었지만 아내에겐 대충 둘러댔다. 장씨는 포털 사이트에서 ‘죽음’, ‘약’, ‘강력수면제’, ‘마취제’ 등의 검색어로 집중적인 검색을 하였고 청부살인 사이트까지 검색하였다.
급기야 자살 카페를 찾아냈고 회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던 청산가리를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게시글을 통해 남겼다. 사흘 후 익명의 네티즌에게서 청산가리를 팔겠다는 내용의 쪽지가 날아왔다.
장기수는 그를 직접 만나 진품 여부를 확인하고 다른 4명과 함께 공동구매를 하여 6그램을 25만원에 구입했다. 청산가리는 0.15그램이 치사량이다. 청산가리는 필름통에 담아 승용차에 보관하였다. 비 오는 날을 범행 실행일로 정했는데 비 내리는 날 집에 불을 지르면 전기 합선에 의한 화재로 둔갑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되었으나 검찰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하였고 2심은 검찰의 양형 부당을 받아들여 장기수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판결문 장기수는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006년 장씨에 대한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였고 현재도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