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9일 전라남도 무안군 청계면에 위치한 청수제 저수지에서 18일 전 실종신고된 50대 남성 이정수가 자신의 차량 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 발견 당시 이 씨의 시신은 마치 운전 중에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독살당한 것으로 드러나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이 씨의 사망에 거액의 보험금이 걸려 있었기 때문에 이 씨의 아내가 유력한 용의자로 거론되었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해 현재까지 18년 째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2006년 8월 9일 무안의 청수제저수지에서 흰색 차량 하나가 물에 잠겨 있는 게 발견되었다. 발견자는 급히 경찰에 신고했고 차량을 건져올린 결과 운전석에서 시신 1구가 발견되었는데 그는 17일 전인 7월 23일에 실종된 이 씨였다. 이 씨는 평소 간이 좋지 않았는데 그 날도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밤 10시 쯤에 간을 치료하기 위해 보약으로 마시던 민들레즙을 마시러 가야 한다면서 자리를 떴고 이후 귀가하지 않아 실종신고된 상태였다.
그런데 시신의 상태가 매우 이상했다. 이 씨는 두 다리를 운전대 위에 걸쳐놓고 있었고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는데 마치 장시간 운전하다가 피곤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의 자세와 같았다. 운전석의 창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시신에는 외상이 없었으며 차체에도 전혀 손상 하나 없이 말끔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차량의 변속기였다. 해당 차량은 자동변속기 차량이었는데 정말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면 변속기의 단은 P나 N에 가 있어야 정상이지만 기어는 D에 가 있었다! 주행 기어에 놓여 있으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이상 차는 움직이기 마련인데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양발을 운전대에 걸쳐놓고 있는 건 말이 안 된다. 운전 경력이 오래된 사람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이런 초보 중의 초보적인 실수를 할 리가 없다는 점에서 이는 타살일 가능성이 높았다. 즉, 누군가가 이 씨가 정신을 잃은 상태였을 때 억지로 차에 태우고 기어를 주행에 맞춘 다음 운전석 창문을 열어놓아 저수지 쪽으로 가게 했고 그 열린 창문을 통해 저수지의 물이 고스란히 들어와서 차를 수장시킴과 동시에 이 씨를 익사시키려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추측은 다소 문제가 있었다. 왜냐하면 이 씨가 단단히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이 씨가 잠든 상태로 차에 탔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수지 쪽으로 가서 물에 빠져 버렸다면 안전벨트를 풀고 빠져나와야 정상이다. 물 속에서 문을 열지 못해 못 빠져나왔다 치더라도 최소한 안전벨트는 끌러져 있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이 씨는 단단히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다. 왜 그럴까?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은 이 씨의 부검 결과에 있었다. 이 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사인은 익사가 아니라 급성 약물중독으로 밝혀졌다. 즉, 이 씨는 이미 독살당한 상태였고 이 씨의 시신을 수장시킬 목적으로 차에 태웠던 셈이다. 이 씨의 체내에서는 치사량에 가까운 수면제성 약물이 다량의 민들레즙과 함께 검출되었다. 사건이 일어날 쯤에 이 씨의 아내가 간이 나쁜 남편을 위해 보약으로 민들레즙을 먹였던 바 있었다. 그렇다면 체내에서 검출된 민들레즙은 간을 치료하기 위해 먹었던 보약이었고 이 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수면제성 약물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누가 이 씨를 독살한 다음 시신을 수장시키려고 했던 것일까?
사실 이 씨에게 석연찮은 사고가 일어난 건 이 사건이 처음이 아니었으며 2년 전인 2004년 5월 16일에도 유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 이 씨는 오토바이를 몰고 있었는데 웬 용달 트럭이 갑자기 뒤에서 이 씨의 오토바이를 향해 박치기해 버려서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그런데 석연찮은 점은 따로 있었다. 자칫 잘못했으면 이 씨가 사망할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씨의 아내는 가해자에게 아무런 대가를 요구하지도 않은 채 순순히 합의에 응해 줬다고 하며 사고가 일어나기 몇 개월 전에 그녀가 교통사고 보험 등에 집중적으로 가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 씨의 아내는 혐의를 부인했고 그렇게 의문의 교통사고는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6년의 시간이 흘러 2012년 6월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2년 전 이 씨의 오토바이 사고가 아내의 청부에 따른 살인 시도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는데 이 씨의 아내가 내연남 정 씨에게 1억 원이란 돈을 주고 교통사고를 위장해 남편을 죽여 달라고 사주했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정 씨는 다시 자신의 지인인 한 씨에게 8,000만 원을 주고 고의 교통사고를 의뢰했지만 사고 직후 한 씨가 심경 변화를 일으켜 이 씨를 응급실로 이송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정 씨는 2006년에 이 씨의 아내가 남편에게 약물이 섞인 민들레 즙을 먹여 의식을 잃게 한 후 차량채 저수지로 밀어 넣었으며 그 과정을 자신이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했고 살인의 동기는 보험금이라고 주장했다. 확인 결과 이 씨 명의로 된 보험은 총 16개였고 수익자는 모두 이 씨의 아내였음이 밝혀졌다. 게다가 일부 보험은 다른 사망 사고에는 보장되지 않고 교통사고일 경우에만 거액이 보장되는 특약이 설정돼 있었다. 아내는 관련 혐의 일체를 부인하며 이 모든 것이 동거남이었던 정 씨의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주장이 너무나 팽팽해 경찰은 누가 범인인지 밝혀낼 수 없었다. 과연 이 씨의 아내는 돈에 눈이 멀어 남편을 살해한 악독한 여자였을까? 아니면 그저 정 씨에게 놀아난 꼭두각시였을까? 아직도 이 사건의 의문은 풀리지 않고 있다.
유력한 용의자인 아내 김 씨와 공범 정 씨와 문 씨는 2004년 이 씨의 교통사고 살해 미수 사건에 대해선 혐의가 인정돼 광주고등법원에서 각각 징역 5년, 5년, 4년을 선고받았지만 2006년 저수지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아 이 사건도 영영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