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14일 풍세면 신설도로 공사현장에서 20대 여성이 불에 탄 변사체로 발견되었으며 일주일 후 같은 장소에서 다시 얼굴과 목이 테이프로 감긴 채 질식사한 여성이 발견되면서 알려진 사건.
수사 결과 붙잡힌 용의자는 명병석(34)으로 이후 1건의 강도살인과 1건의 강간미수가 추가로 밝혀졌다.
1월 14일 천안시 풍세면 신설도로 공사현장에서 인적이 거의 없는 지하 터널 안에서 불에 탄 변사체가 발견됐는데 부검 결과 사인은 소사(燒死)였다. 늑골 아래 부분에 날카롭고 뾰족한 것에 찔린 상처가 있었지만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었다. 경찰 수사 결과 시신의 신원은 이틀 전 면접을 보러 간다며 집을 나간 후 실종된 표 씨(26)로 밝혀졌다. 표씨가 구인광고를 보고 접촉한 ‘하나상사’는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유령회사’로 밝혀졌고 용의자들이 사용한 휴대전화도 ‘대포폰’이었다. 경찰이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한 결과 용의자들과 통화한 여성이 10여 명이나 됐고 이 중 한 명이 표 씨와 같은 날 면접을 보러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 표 씨와 같은 날 실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뒤늦게 수사 대상이 된 송 씨(26)는 결국 6일 뒤인 20일 표 씨가 불에 탄 변사체로 발견된 지점에서 불과 50여m 떨어진 논두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비닐하우스용 보온 덮개로 덮여 있던 송 씨의 시신은 목과 얼굴이 테이프로 감겨 있었고 부검 결과 질식사로 밝혀졌다.
두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천안시 풍세면 신설도로 공사현장은 천안에 사는 사람들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로 지리적으로 복잡하고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따라서 경찰은 천안 지리를 잘 아는 인근 지역 주민이거나 ‘대포폰’이 배달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수원에 연고가 있는 2명 이상을 용의자들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원의 한 대형 할인마트로 휴대폰을 배달했다”는 택배회사 직원은 용의자에 대해 “키가 작은 30대 중반의 남자”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집을 나간 표 씨의 차가 천안의 한 할인마트 주차장에서 발견됨에 따라 표 씨가 이곳에서 용의자들을 만난 것으로 보고 폐쇄회로 TV화면을 분석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몸에 불을 지르고 얼굴과 목을 테이프로 감아 질식사시킨 범인들은 도대체 어떤 목적에서 이같이 잔인한 범행을 저지른 것일까. 이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수사 내내 말을 아꼈지만 용의자들이 숨진 두 여성이 면접을 위해 준비해 온 서류를 이용해 대출을 받으려고 한 정황을 잡고 목격자와 제보자를 상대로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대출에 성공했는지의 여부와 이 여성들을 직접 내세워 대출을 받았는지, 대출을 시도한 곳이 은행과 같은 제도금융권인지, 사채업자인지에 대해서는 수사비밀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애초에 “두 여성 모두 인감증명서는 가지고 가지 않았다”는 경찰 관계자의 말과 함께 구직에 필요한 서류가 한정돼 있는 만큼 용의자들은 사채업자에게 대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용의자들이 범죄 대상을 물색하기 위해 던진 미끼는 ‘취업’이었다.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10일 한 지역정보지에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는 20대 여성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내고 12일 오후 5시간 간격으로 표 씨와 송 씨를 만난 뒤 전화를 끊었으며 매체에서도 연락이 되지 않자 자체적으로 광고를 내렸다고 한다. 그 사이 취업 광고를 보고 전화를 한 여성은 10여 명이었다. 그러나 표 씨와 송 씨를 제외한 나머지 여성들은 용의자들로부터 ‘나이가 많다’, ‘조건이 안 맞다’는 등의 이유로 거절당해 면접까지는 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시흥에 살던 명 씨는 생활정보지 광고를 이용해 구직 여성을 유인해 카드를 빼앗으려고 마음먹은 뒤 지난 1월 9일 오후 6시께 수원의 한 대형 할인마트 부근에서 인터넷을 통해 구입・예약한 대포폰을 택배로 건네받았다. 명 씨는 이어 서울 구로동으로 이동해 대포폰을 이용해 천안의 한 생활정보지에 광고 문의를 해 '하나상사'라는 명의로 구인광고를 계약한 뒤 10일 인천 부평에서 렌터카를 빌려 범행 준비를 마쳤다. 11일 낮 충남 천안으로 내려온 명 씨는 인적이 드문 풍세면 가송리를 범행 장소로 정하고 사전 답사를 한 뒤 흉기와 테이프, 석유 등 범행 도구를 구입하고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12일 오전 11시께 명 씨는 천안의 한 대형 할인마트 앞에서 구직 여성 표씨를 만나 사건 현장으로 데리고 간 뒤 성폭행했으며 이어 표 씨를 차에 태운 채 같은 날 오후 4시께 목천휴게소로 이동했고 두번째 피해자 송씨를 태웠다. 다시 사건 현장으로 돌아간 명씨는 송 씨에게 카드대출 한도를 문의하게 했으나 대출이 불가능하자 오후 7시께 차 안에서 송 씨를 질식시켜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테이프로 감아 질식시켜 살해했다. 이에 놀란 표씨가 살려 달라며 저항하자 명씨는 흉기로 표씨의 복부를 찌르고 자신의 체액이 남아 있을 것을 우려해 아직 살아 있던 표씨의 전신에 등유를 뿌리고 생활정보지에 불을 붙여 표씨의 몸에 던지고 달아났다.
용의자 명 씨는 신용카드를 빼앗아 금품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으며 특히 범행 과정에서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치밀한 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도강간 등 전과 4범인 명 씨는 1999년 유흥업소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6년 복역한 뒤 2005년에 출소했으며 이전에도 대출 관련 동종 전과가 있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조사 결과 명 씨는 경기 시흥의 한 고시원에 살며, 일정한 수입이 없었던 명 씨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명 씨는 범행을 위해 대포폰과 렌터카를 준비했으며 특히 구로와 수원시, 시흥시 등 장소를 이동해 가면서 통화를 하고 렌터카도 부평에서 빌리는 등 경찰수사를 피하려고 여러 장소를 이동해 왔다. 명 씨는 또 구인광고 문의 과정에서 생활정보지 측이 "광고주의 유선전화번호를 기입해 달라"고 요청하자 천안 지역의 전화번호를 허위로 댔으나 이 번호가 천안시청의 한 구내번호와 일치해 경찰 수사에 혼선이 더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명 씨는 천안에 내려오자마자 흉기와 석유 등을 준비해 처음부터 피해 여성을 살해할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는데 특히 표 씨가 보는 앞에서 송 씨를 살해했으며 표 씨를 살해한 뒤에는 자신이 성폭행한 흔적이 남지 않도록 유전자 감식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사체에 불을 지르는 잔인함도 보였다. 그러나 경찰은 연쇄살해된 여성 2명의 사체에서 채취한 피의자 체액에 대한 DNA 검사 결과 명 씨와 일치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명 씨는 지난 12일 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인천에서 생활광고지에 "과외교사를 모집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고 찾아온 피해자를 성폭행하려다가 미수에 그치기도 하였으며 경기도 의왕에서도 50대 여성을 유인해 살해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명 씨는 2005년 12월 2일 경기도 안산의 한 영어 학원에 전화를 걸어 “딸에게 영어과외를 시키겠다.”며 학원 상담원 윤(52·여)씨를 길가에 세워 둔 렌터카로 꾀어냈는데 윤 씨를 흉기로 위협해 신용카드를 빼앗은 뒤 차량을 운전해 의왕시 초평동의 인적이 드문 야산으로 이동해 윤 씨를 질식시켜 살해하고 시신을 낙엽으로 덮어 은폐하였다.
명씨에게는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