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인동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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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0일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의 식당 주인이 잔혹하게 살해된 시체로 발견된 사건. 용의자를 장기간 추적하여 2015년 8월 검거하였으나, 범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1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08년 10월 20일 오전 10시 50분쯤, 광주광역시 동구 대인동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H식당에서 잔혹하게 살해된 남성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결혼한 딸의 이삿짐을 옮기기 위해, 서울에 올라와 있던 최씨의 부인은 다음날 아침 남편이 전화를 받지 않자, 인근 여관 사장 김모(당시 65세)씨에게 "남편이 잘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가게에서 좀처럼 자리를 비우지 않는 식당 주인 최 아무개 씨(당시 66세)가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즉시 해당 식당으로 달려갔는데, 잠겨 있는 식당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다 깜짝 놀라 뒤로 주저앉고 말았다. 머리에서 피를 흘린 채 식당 바닥에 쓰러져 있는 최 씨를 발견했다. 누군가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최 씨의 후두부가 함몰된 상태였다. 범인은 가게 뒤편 화장실 쪽 통로로 침입한 다음, 식당에 있던 장도리로 최씨의 뒤통수와 오른쪽 귀 부분을 8차례 가격했고, 최씨가 차고 있던 금반지와 금시곗줄(당시 시가 360만원)을 훔쳐 같은 곳을 통해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의 몸에서 반항한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술을 마신 뒤 잠든 최씨는 범인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당한 것으로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 범행은 20일 새벽 1시 이후에 범행이 일어난 것으로 보았다. 인근 노래방 사장이 영업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에 목격되었으며, 그 때까지 가게 문을 연 것으로 보아 마지막 목격 후에 가게 문을 걸어 잠그고, 안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가 잠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정확한 사망 시간은 알 수 없지만, 더욱 추정 시각을 좁혀 볼 수는 있는데, 피해자의 주량과 사망 당시의 알코올 농도에 따라 예측해 볼 수 있다. 피해자의 몸무게는 약 60kg, 사망당시 알코올 농도는 0.033%였는데, 피해자의 주량인 1병 약간 넘은 것을 고려해 봤을 때, 잠들었을 당시 혈중 알콜농도는 0.1%인 것으로 보았다. 알코올 도수는 1시간 마다 0.018% 줄어드니, 대략 3시간에서 3시간 반 사이 정도이다. 마지막 목격 시간이 1시 반이라고 한다면, 대략 4시 반에서 5시 사이로 사망 시각이 좁혀진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식당은 대인동 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었지만 CCTV도 없었고, 늦은 밤에는 인적이 드문 골목이라 추가 목격자도 없었으며 사건 현장도 깨끗했다. 단지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망치와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족적 등 두 개의 증거만 발견됐지만, 현장에 떨어져 있던 망치는 물에 씻은 듯 혈흔이 일부 지워져 있었고, 실제로 국과수 분석 결과, 피해자의 혈흔을 제외하면 지문 등 어떠한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망치는 쓰러져있던 피해자의 마루 밑바닥에 숨겨져 있던 공구함 안에서 발견되었다. 감식관들도 감식을 완전히 끝마쳐 할 때 쯤에 발견되었고, 주변 사람들도 그런 곳에 망치가 있다는 것인 줄 몰랐다고 한다. 범인이 가져온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망치는 평소에 피해자가 식당의 보수를 위해 썼던 망치인 것이다. 그러면 망치가 흉기이고 살해 후에 씻거나 지웠을텐데, 주변 사람들도 몰라하던 곳에 망치가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경찰 수사 결과, 일단 돈이 궁했던 누군가가 금품을 노려 저지른 강도 사건일 가능성이 커 보였다. 사건 현장은 과거 버스터미널이 위치해 여관과 모텔이 밀집해 있고,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었으며, 사건이 발생한 일요일이면 근처 스크린경마장에 수천명이 모여들기도 했다. 혼자 식당을 지키던 60대 식당 주인이 당장 현금이 급한 강도의 표적이 됐을 개연성도 있다. 장갑을 끼고 들어와 지문 하나 남기지 않은 지능적인 강도범일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현장에서 360만 원 상당의 금시계와 반지, 현금 등이 사라진 것으로 보아 손님을 가장해 침입한 강도의 소행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실제로 경찰은 주변 탐문수사와 동종 전과자들을 상대로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단순 강도 살인 사건만으로 보기엔 이상한 점이 많았다. 식당 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고, 망치는 식당에서 사용하던 것으로 밝혀졌으며, 숨진 최 씨에게선 반항을 하거나 몸싸움을 벌인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특히 범인이 최 씨의 후두부를 8차례나 때려 숨지게 한 것으로 볼 때,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은 아닌 것으로 추정됐다. 강도 짓을 하려다 들켜서 저지른 우발 범행이라면, 2, 3차례만 가격해도 충분할 텐데, 범인은 마치 증오했던 사람을 죽이듯 최씨를 처참하게 살해했다. 범인이 식당 계산대를 뒤진 흔적도 없고, 피해자 바지 주머니 현금도 챙겨가지 않았다. 강도로 위장한 원한 살인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범행 현장에서 피가 천장까지 튀긴 것을 고려했을 때, 범인의 옷가지에도 혈흔 묻어 있을 것으로 추정해, 환경미화원들에게 피묻은 옷이 버려지지는 않았는지 조사하고, 인근 세탁소들을 탐문하고 다녔다. 어느 한 세탁소는 피 묻은 와이셔츠를 부탁한 사람이 있어서 신고했는데, 확인 결과 DNA 불일치로 사건하고는 무관한 것이었다. 결국 사건하고 연관이 있어 보였던 옷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원한 살인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을 하나 둘씩 용의선상에 올렸다. 특히 식당에서 이따금씩 화투판이 벌어졌다고 해서 같이 화투판을 벌인 사람들을 조사해 봤다. 화투판은 돈을 따려고 판을 벌이는 화투판이 아니었고, 판돈도 200원~300원 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하는 그냥 시간 보내기식으로 화투를 쳤다고 하지만, 그 정도의 판돈이라도 많이 나가면 3~4만 원까지도 나간다고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경찰 조사 결과로는 특별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피해자가 또 다른 인근 식당에서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었다. 피해자는 식당에서 안주와 소주를 시키고 먹은 후에 계산을 안 하고 나가려고 했고, 취했는지 "계산했다."고 우기는 과정에서 주인과 실랑이를 벌였으며, 그 과정에서 주인의 아들이 전화를 받고 식당으로 나와서 몸싸움까지 벌였다. 그로 인해, 그 식당 주인의 아들은 회사까지 그만두어서, 이 일 때문에 용의선상에 올라갔지만, 족적과 신발이 불일치했기 때문에 용의선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계속된 수사 결과, 범인으로 의심할 만한 인물이 나타났는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숨진 최 씨와 과거 말다툼을 벌였던 이웃이 있었다. 그는 식당 위 2층에 위치한 모텔에서 6년 동안 속칭 ‘달방’ 생활을 하던 장기 투숙자 김 아무개 씨(당시 62세)였다. 최 씨는 과거 뇌종양 수술로 인해 눈이 침침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종종 인상을 찌푸리며 사람을 보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를 모르는 김 씨가 “기분 나쁘게 본다”는 이유로 최 씨와 다퉜던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김 씨는 최 씨가 숨진 채로 발견된 날 오후 6시께 모텔에서 나섰다가 20시께 돌아왔고, 곧바로 다시 모텔을 떠난 뒤 자취를 감췄다.

당시 경찰 수사기록을 보면, 사라진 김 씨는 ‘보부상’처럼 인근 다방과 업소 여종업원들을 상대로 치약과 양말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해 왔다. 김 씨는 그동안 본명이 아닌 자신이 머물던 모텔 업주 이름을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김창용 광주지방경찰청 미제사건전담팀 형사는 “김 씨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치약 거래에서도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한 업체와 거래를 했는데, 카드나 ATM기를 사용하지 않고 무통장 입금을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도 가명을 썼으며, 택배를 받는 수취인의 이름도 가명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의 치약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인근에 있는 한 은행에서 무통장입금 전표와 은행 창구 CCTV에 찍힌 김 씨의 사진을 확보했다. 당시 김 씨는 백발을 하고 있었으며, 170cm 가량의 건장한 체격이었다. 하지만 김 씨에 대한 단서는 여기까지가 전부였다. 김 씨의 본명조차 알 수 없어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했다. 결국 경찰은 사건 발생 2개월 뒤인 12월 16일 살인 혐의로 김 씨를 공개수배하고, 전단 4000장을 제작해 전국에 배포했지만, 의미 있는 제보는 단 한 개도 없었다.

제자리만 맴돌던 수사는 4년이 지난 2012년 광주지방경찰청에 미제사건전담팀이 꾸려지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담당 경찰관에 의하면, "미제팀이 생긴 이후 지난 2013년부터 광주청에 있는 미제살인사건을 모두 모아서 기록을 검토했다. 해결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추리는 과정에서 ‘이 사건은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제팀은 사건 발생 당시 경찰이 확보한 무통장 입금 전표에 주목했는데, 김 씨가 직접 작성한 전표에서 '지문이라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경찰은 김 씨가 이용하던 은행 지점 23곳을 모두 방문해, 그가 작성한 전표 119장을 모두 수거했다. 앞서의 김 형사는 “다행히도 해당 은행에서 과거 무통장 입금 전표를 보관하고 있었다. ‘사건이 해결되려고 운도 따라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해결의 실마리가 눈에 보이는 듯했지만, 난항은 계속됐다. 미제팀은 수거한 전표를 모두 국과수로 분석 의뢰했지만, 국과수에서 ‘감식 불가’라는 답을 보내 왔다. 용의자 특정까지 한 걸음만 남겨둔 상태에서 포기할 수 없었던 미제팀은 수소문 끝에 한 대학 종이지문감식 전문가를 찾아 젖은 종이류에 남은 지문을 채취하는 ‘피지컬 디벨로프’ 방식과 2013년에 개발된 지문판독시스템을 통해 김 씨의 신원을 특정하는 데 성공했지만, 문제는 이후에도 발생했다. 이번엔 김 씨의 신원을 특정했지만, 주민등록이 말소돼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에 더해 김 씨는 수년간 신용카드나 휴대전화 등 사용 내역도 전혀 나오지 않아, 생사 여부조차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미제팀은 과거 수배 전단보다 구체적인 김 씨의 정보를 담아 다시 전국에 공개 수배했으며, 2015년 8월 드디어 김 씨가 미제팀에 의해 검거됐다. 수배 전단지를 본 한 시민이 “김 씨를 본 것 같다”는 제보 전화를 걸어왔다. 경찰은 즉시 신고가 접수된 곳으로 출동해 김 씨 검거에 성공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 씨는 사건 당일 도주한 이유에 대해 뜻밖의 진술을 했는데, 지난 1998년까지 인쇄업을 하며 부족함 없이 지내던 김 씨가 1997년 외환 위기 때 부도가 나면서 아내와 갈등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자신이 “아내가 2억 원대 사기 혐의로 고소한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숨진 최 씨가 발견되고, 현장 주변에 경찰들이 오가자, 자신의 사기 혐의도 드러날까 도망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씨는 사건 당시 수배된 상태는 맞았지만, 2억 원대 사기 혐의는 아니고, 향토예비군설치법 위반으로 20만 원가량의 벌금만 내면 되는 것이었다. 김씨는 “수배 중이라 경찰이 날 찾아온 것으로 오해해 달아난 뒤, 7년 동안 숨어 지냈다”고 진술했으며, 여기에 거짓말 탐지기 반응도 ‘진실’ 반응이 나왔다. 한국의 프로파일러 귄위자와 거짓말 탐지기까지 동원했지만, 김씨가 최씨를 죽일만한 동기나 증거를 밝힐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유일한 단서는 족적이었다. 경찰은 여기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역시 무산됐다. 사건 현장에 남아있던 족적은 275㎜이지만 족적과 실제 발 크기에는 약 3cm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 발 크기는 250~255mm로 추정되지만, 김 씨의 신발 크기는 270㎜였다. 결국 경찰은 김 씨와 살인사건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고, 향군법 위반에 대한 공소시효도 지나 검거 하루만에 김 씨를 석방했다.

다만, 현장에 남아 있는 족적과 보폭을 토대로 대략적인 용의자의 체격을 알 수 있는데, 발 사이즈가 250~255mm인 것과 보폭이 74cm인 것으로 봤을 경우 키는 171.5cm, 몸무게는 70kg~74kg 정도로 추정되었다. 경찰은 족적과 동일한 자국이 있는 네 종류의 구두로 구매하는 사람들의 나이대로 봤을 때 3~50대로 본다면, 현재는 4~60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훔쳐간 장물은 옛날에는 유행했지만 최근에는 보기 힘든 디자인이라고 한다. 한 때 유행했던 것인지라, 전당포나 금은방 사람들은 이런 종류가 흔하다고 말하며, 이런 게 돌아다닌다면 보통 녹여 버린다고 한다.

결국 이 사건은 피해자는 있으나, 범인은 없는 ‘찜찜한’ 사건으로 남았다. 경찰청 미제사건전담팀이 생긴 뒤, 기록 검토만으로 용의자 검거에 성공한 최초의 사례지만, 결국 사건은 해결하지 못했다. 현재 이 사건은 유력한 용의자가 사라진 ‘강도 살인 사건’으로 분류돼 있다.

경찰의 심증대로 김 씨가 이 사건의 범인일까, 아니면 김 씨의 주장처럼 진범은 따로 숨어 있는 것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진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들은 게 있다면, 광주동부경찰서 062-222-0112로 제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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