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신 없는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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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중순 부산광역시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

주변 인물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녀의 집안은 과거 제법 유복했으나, 점차 가세가 기울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씀씀이는 과거와 다를 것 없이 여전했는데, 사치를 감당하기 위해 탕진할 돈을 차량 매도 대금과 보험금, 각종 금융재단과 복지재단에서 횡령한 창업자금 등에서 마련했다.

1999년부터 각종 사기 전과를 쌓아 온 한편, 2003년에는 부산에서 학원강사로 일했고, 13세 연하였던 대학생 동거남 G씨와 교제하고 있었는데, 당시 그녀의 사치스러운 씀씀이로 재력을 과시하며 G씨의 환심을 사려고 하기도 했다.

2005년 삼성카드사에서는 백혈병 어린이 돕기 지원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는데, 그녀에게는 마침 백혈병 투병 중이던 딸이 있었다. 그 딸은 전 남편 B씨와의 사이에서 낳았는데 혼인신고도 안 하고 자식을 낳았으며, 사기 행각 때문에 B씨가 그녀와 이혼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녀는 '나는 남편과 헤어진 후 혼자서 백혈병을 앓는 아이와 어렵게 살고 있으니 도와달라.'는 투로 백혈병 환우를 위한 지원을 받으려는 시도를 하였다. 당시 카드사 홈페이지에는 그녀가 적당히 날조한 감성에 호소하는 내용이 한동안 걸려 있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딸의 병을 빌미로 카드사로부터 지원금을 받았지만, 그 돈을 사치에 탕진했다.

어이없는 건 이 과정에서도 그녀가 벌인 보험 사기가 포착되었다는 점이다.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딸의 백혈병이 빨리 낫게 되자, 카드사로부터 지원금이 끊기게 생겨 보험 사기를 저지른 것이다.

2008년에는 부산진구 개금동에 영어학원을 개설했으나, 6개월만에 문을 닫았다. 2009년 2월부터는 학원을 개설했던 곳 근처에서 '나무사이로'라는 이름의 커피숍을 운영했으나 파리만 날렸고, 자궁에 병이 생겨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역시 망했다. 이후 수입이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2010년엔 위조 서류로 창업자금을 지원받았는데, 이 사실이 드러나 조합에서 고소당할 위기에 처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애인에게 자신이 결혼했다는 것과 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발각당하기까지 했다.

2010년 6월 16일(당시 40세) 대구의 한 여성노숙자쉼터에서 김은혜(당시 26세) 씨를 부산으로 데려왔는데, 자신을 '부산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원장'이라고 소개한 후 김 씨를 자신의 어린이집에 고용하겠다고 유인했다. 그리고 김은혜는 다음 날 새벽에 죽었다. 그녀는 죽은 김은혜를 화장하여 시신을 처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쉼터 측에서는 그녀에게 보낸 김은혜가 죽었다는 정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쉼터는 2016년 6월 확인 결과 문을 닫았다.

그녀는 본인에게 거액의 생명보험을 들어 둔 상황이었는데, 죽은 김은혜를 자신인 것처럼 속여서 어머니 P씨의 도움 아래 생명보험금을 타내려고 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보험회사의 신고로 결국 경찰에 체포되었다. 그녀는 경찰이 체포하러 온 순간에도 자신을 극구 죽은 김은혜라고 주장하면서 1시간을 넘게 버티다가 결국 강제로 경찰서에 끌려갔다고 한다.

경찰의 조사 결과, 4월부터 '여성 쉼터', '독극물', '사망신고 절차' 등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고, 실제로 독극물을 구입했으며, 5월부터 생명보험에 가입하기 시작해 총 24억 원의 생명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며, 6월에 대구의 여성 쉼터에서 김은혜를 데려온 뒤, 특정한 레시피의 독약으로 살해했다는 것이 경찰과 검찰의 조사 결과였다. 처음 그녀가 생각한 살인 수단은 농약이었는데, 농약을 사용하면 사체 부검 시 독살의 흔적이 남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흔적이 남지 않는 특정한 독극물을 제조하여 살해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2011년 5월 1심 재판부인 부산지방법원 재판부는 손예연에 대해서 "피해자의 사인이 분명하지는 않으나, 자연사나 자살했을 가능성이 적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전에 거액의 보험에 가입하고, 인터넷으로 살인 방법 등을 검색한 점 등으로 미뤄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고, "사회적 약자인 여성 노숙자를 살해하고 보험금을 편취하려 한 것은 저급하고도 비열한 범죄이기 때문에 어떠한 이유로 용서 받을 수 없는데도 뉘우치지 않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형을 선고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하여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다만, 시체를 화장한 것을 시체은닉죄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2년 2월 2심 재판부인 부산고등법원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했을 것이라는 강력한 의심이 들지만 공소 사실에 구체적인 범행 방법이 적시되어있지 않고, 사망 원인이 객관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타살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하며, 손예연에게 사기와 시체은닉죄만을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판결이 나오게 되면 '살인 후에 시체를 온데간데 없이 처리해버리면 설령 범죄가 발각되더라도 살인죄 인정은 받지 않는다'는 것을 범인들이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실제로 살인이 의심되는 여러 사건들이 있지만,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손예연이 의도적으로 보험 사기를 위해서 여성 노숙자(김은혜)를 취업의 사유로 속여서 데려온 뒤에 그녀를 살해한 후 화장하여 증거를 없애고, 김은혜의 신원을 도용해 보험금을 타내려다가 발각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2심 재판부는 '직접적인 살인의 증거가 없는 이상 살인 혐의를 둘 수 없다'고 판단해, 살인죄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지만, 대법원은 실체적 법적 진실을 가린다기보다는 '2심 재판의 판결이 법리적으로 타당했는가'를 판단하기 때문에, 당시엔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정황 증거만 놓고 본다면 손예연의 살인은 분명하지만, 직접적 물적 증거가 없는 이상 대법원에서도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을 두고 고심할 것이라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손예연이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정황 증거는 차고 넘치지만, 손예연이 이를 매우 논리적으로 잘 빠져나가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2012년 9월 30일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합당한 이유가 있어 보이고, 진술의 신빙성에 의심이 들며, 피해자의 여러 정황으로 보아, 돌연사는 의구심이 든다는 이유로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와 비슷한 시신이 없는 산낙지 보험 사망 사건의 피의자에게도 2012년 10월 11일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이 사건은 용의자의 권유에 속아서 유족이 시신을 화장했는데, 재판부는 살인죄와 같은 중죄의 경우, 직접 증거 없이 간접 증거만으로도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댔다.  한편, 2013년에 산낙지 보험 사망 사건은 판결이 뒤집혀 무죄가 선고되었다.

2013년 3월 27일 부산고법의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손예연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돌연사하거나 자살할 개연성이 없고, 인터넷에서 독극물을 검색했으며, 해당 독극물을 먹었을 당시 침이 나왔다는 정황 등으로 볼 때, 독극물로 피해자를 죽였다는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뉴스 기사.

결국 2013년 6월 29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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