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7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진접신도브래뉴 아파트에서 벌어진 의문의 밀실 살인 사건. 과학수사가 발달한 2010년대에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아파트에서 침입과 탈출 방법이 전혀 밝혀지지 않고 유력 용의자조차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은 희대의 미제사건이다. 의심받은 사람이 있었으나 알리바이가 확실해 경찰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으며 결국 이 사건은 13년째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사건 당시 지어진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던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고급 아파트 단지는 보안이 철저했다. 외부 차량은 차단기를 통과해야만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걸어서 단지까지 들어왔다 해도 아파트 동 내부로 들어가려면 출입카드나 비밀번호 입력이 필수였으며 집 현관에는 도어록이 되어 있었고 아파트 곳곳엔 CCTV도 꼼꼼히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파트 A동 14층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경로당을 가려던 노인이 집 안에서 살해됐다는 사실은 분명했지만 범인이 현장에 들어오고 나간 흔적은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2010년 11월 17일 해당 아파트에는 피해자 부부가 둘이서 살고 있었다. 오전 5시 남편 박 씨(당시 73세)는 골프를 치러 집을 나섰다. 오전 8시경 피해자 이 씨(당시 69세)는 서울에 살던 지인과 주식 투자, 근황 등의 얘기를 나눈 뒤 18분 후에 전화를 끊었는데 이는 곧 남편이 나간 다음 이 씨가 8시 18분까지 살아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그 다음 이 씨는 외출복을 차려입고 나갈 준비를 마쳤지만 23시가 넘어 집에 돌아온 남편 박 씨는 안방 침대에서 흉기에 얼굴과 목을 10차례나 찔려 숨진 부인의 처참한 시신을 발견했다. 결정적인 사인은 경동맥에 입은 상처였다. 피해자는 날카로운 흉기를 든 범인과 사투를 벌여 양손에 방어흔이 11군데나 있었는데 이 방어흔 때문에 범인은 노인이나 여성 등으로 추정된다. 방어흔이 이렇게 많았다는 건 피해자와 힘겹게 사투를 벌이다 겨우 살해했다는 얘기인데 범인이 젊은 남성이었다면 노인 여성을 그리 어렵지 않게 제압하여 살해할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는 남성이라고 하더라도 살인 경험이 없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지만 우발적으로 완벽한 밀실살인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노인이 아닌 남성이라면 완력이 건장한 남성에 비해 매우 약한 사람일 것이다.
부검 결과 사망 추정 시간은 그 날 오전으로 분석됐다. 오전 8시 지인과의 통화 이후부터 낮 사이다. 늦은 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범인이 사용한 흉기를 피해자의 집에서 사용하던 부엌 칼로 확인했다. 집 안에 범인이 남긴 발자국은 이 집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슬리퍼 자국이었다. 슬리퍼는 발바닥에 혈흔이 묻은 채 원래 있던 화장실에 놓여있었다. 범인은 화장실 슬리퍼를 신고 안방에서 범행 후 다시 화장실에 들어가 피해자의 피가 묻은 자신의 손 등을 씻고 슬리퍼를 벗어두었다고 추정됐다.
조사 결과 노부부는 수십 억대 재산을 가지고 있던 부유층이었지만 누구에게 원한을 산 일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돈을 목적으로 한 범죄로도 보이지 않는데 범인이 작은방 장롱을 뒤진 흔적이 있었지만 사라진 물건은 없었고 오히려 고가의 명품시계가 침대 위에 고스란히 남겨져 강도사건을 고의로 연출한 듯 보이기까지 했다. 성범죄도 아니라서 살해 동기가 무엇이었는지 당최 알 수 없다.
우선 현관과 창문에 강제 침입 흔적이 없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직접 문을 열어줬을 가능성이 커 경찰은 일단 면식범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수사를 시작할 무렵엔 범인이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어 보였다. 입주가 시작된 지 1년도 채 안 된 아파트여서 CCTV도 최신형이었던 만큼 영상자료 등으로 아파트를 드나든 사람들을 일일이 대조하면 용의자 확인은 시간문제라고 경찰은 확신했다. 이 때까지는 범인이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경찰의 기대와 달리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수사관들의 입에서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탄식이 연거푸 쏟아졌을 정도였다.
일단 집으로 들어가려면 현관 도어록에 출입카드를 대거나 비밀번호를 직접 누르거나 안에서 문을 열어줘야 하는데 피해자의 집에는 최신 보안장치 ‘월패드’가 설치되어 있어 손님이 초인종을 누르면 바깥 카메라에 상대방의 모습이 자동으로 찍히는 구조였지만 조사 결과 사건 당일 초인종을 누른 사람은 없었고 카드나 비밀번호를 사용할 때 자동으로 저장되는 로그 기록을 삭제한 흔적도 없었다. 혹시 범인이 집 안에 미리 들어와서 숨어 있지 않았을까 싶어 사건으로부터 1주일 전 CCTV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의심할 만한 장면은 찍혀 있지 않았다. 사건을 맡은 경기도북부경찰청 장기중요미제사건전담수사팀 관계자는 사건 당일 현관 카메라 사각지대에서 노크를 한 뒤 피해자가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집으로 들어갔다는 추측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의아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범인은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 무조건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사용해야 했을 텐데 이 두 장소를 비추는 CCTV에는 아무런 수상한 점이 포착되지 않았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기남양주경찰서는 온갖 침입 수법들을 다 가정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였으며 범인이 아직 입주가 안 된 빈 집 창문으로 침입해 계단을 이용했거나 15층 아파트 옥상에서부터 외벽을 통해 줄을 타고 내려왔다는 가정도 해 봤지만 전자의 경우 빈 집은 안에서 창문이 잠겨 있었던 점, 후자의 경우 옥상에 줄을 매달아서 난간에 쌓인 먼지가 쓸린 흔적이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여 결국 이러한 방식으로 침입한 것도 아니라고 결론났다.
범인에게도 피해자의 피가 묻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1~15층 계단 전체에 실시한 혈흔 검사에서도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피해자 손톱 등에서 범인의 DNA는 검출되지 않았지만 집안에 있던 물컵 등 식기에서 6명 것으로 보이는 DNA 일부가 발견되기도 하고 신발장 거울에서는 지문도 나왔다. 그러나 지문은 1년 전 이사할 때 일했던 이삿짐 센터 직원의 것으로 확인됐고 6명의 DNA 정보 대조 결과 딱히 의심되는 용의자는 없었다.
이런 단편적인 정보로 추측될 수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범인은 피해자를 살해하기 전 화장실과 부엌을 들렀다. 피해자가 집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곳에 출입할 정도라면 피해자와 익숙한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69세 여성인 피해자의 양손에서 방어흔이 11개나 발견될 정도로 힘겹게 제압했으므로 범인은 노약자이거나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
범인이 CCTV에 찍히지 않은 점으로 보아 아파트의 구조와 CCTV가 작동하지 않은 시간을 아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만일 CCTV를 피해서 침입하고 탈출했다면 범인은 아파트의 관리인이나 주민 혹은 그 아파트를 자주 출입하던 배달, 용역업체 직원일 수도 있다.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을 정황이 높으며 범행 전에 장기간에 걸쳐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가 재산이 많고 작은 방의 장롱을 뒤진 흔적이 있었기 때문에 강도의 우발적 살인일 가능성이 있지만 결국 사라진 물건은 없었으므로 역시 불확실하다. 게다가 피해자 집 현관의 출입카드, 비밀번호를 이용하거나 초인종을 누른 기록도 없고 내부 CCTV나 1층 CCTV 모두에도 범인의 출입 영상이 없고 A동 입구에도 출입카드, 비밀번호, 호출 기록이 전혀 없는 등 우발적이라고 하기에는 범행이 지나치게 치밀했다.
그렇다고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기에도 문제가 있었다. 비록 범행도구로 집 안에 있던 부엌 칼을 사용하고 범행 당시 화장실 슬리퍼를 신은 뒤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는 등 집안 내부를 잘 알고 있으며 창문이나 현관에 그 어떤 강제침입의 흔적이 없어, 아는 사람에게 문을 열어 줬을 가능성이 있지만 피해자 명의 보험 가입이나 재산 다툼이 없는 것은 물론, 사건 당일 가족의 알리바이도 모두 성립하였다. 아파트 CCTV에는 남편이 이 날 오전에 나갔다 밤에 들어온 화면이 찍혔고 휴대폰 사용 내역에서도 이동 경로가 확인됐다. 골프를 친 뒤 함께 술을 마셨다는 일행의 증언도 나왔다.
마지막 남은 것은 가족 이외 면식범일 가능성인데 A동에 입주해 있던 내부인 48세대 모두 신발장, 세면장은 물론, 의류까지 혈액반응 검사를 하는 등 철저한 조사를 하였는데도 특이점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내부인 중 피해자와 아파트 옥상에서 고추를 말리는 이유로 말다툼을 한 적이 있다는 이웃이 주목을 받아 집중 조사를 받기는 했다. 경찰은 집 거실에 깔린 카펫을 긴급 압수하고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해 살펴봤지만 역시 특별한 건 없었고 청부살인의 가능성도 생각해 봤지만 그 어떤 외부인 출입 흔적도 없었다. 게다가 청부업자 같이 초면인 사람에게 피해자가 스스로 문을 열어주었다고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위에서 언급했듯 방어흔이 많은 것으로 보아 범인의 범행은 손쉽게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이 점에서 더욱 전문 킬러라고 할 수 있는 살인청부업자의 소행으로 보기 어렵다.
사실 청부살인자가 반드시 전문적인 킬러라는 법은 없고 살인을 해서라도 돈이 필요한 벼랑 끝에 몰린 보통 사람이 돈을 받고 생애 첫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도 많으며 치안이 엄중한 대한민국에선 살인 경험을 쌓아 전문적 킬러가 되기 전에 잡히기 때문에 오히려 전문 킬러가 아닐 경우가 더 많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 케이스라면 흔적을 하나도 남기지 않은 고도의 치밀함이 설명되지 않는다.
경찰은 CCTV 영상을 대조해도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자 A동 주민 모두의 행적을 확인했고 사건 당일 단지 출입차량 운전자 모두를 살펴봤지만 그 어떤 단서조차 찾을 수 없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하실에 몰래 숨어 살던 누군가가 범인'이라는 터무니 없는 괴담까지 돌았고 경찰도 지하실을 검사했지만 그랬을 가능성도 제로임이 밝혀졌다. 미제 사건을 메인으로 다루는 인터넷 방송인들도 CCTV에 한 번도 안 찍히고 아파트에 진입이 가능한 지 확인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것만 다시금 알 수 있어 더욱 더 혼란을 낳았다.
결국 이 사건은 5년에 걸친 노력을 비웃듯 2016년 1월 미제 사건으로 종결됐다. 2017년 6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팀이 사건의 제보자를 찾는다고 나서면서 사건의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었지만 아직도 소식이 없다. 사실 2016년 2월에도 제보방송을 내보냈는데 방영되지 않고 2017년에도 제보를 받았으므로 방영할 의지는 있지만 유의미한 제보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등지에서는 꾸준히 남편이 범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위에 '연기처럼 사라진 범인' 단락에 서술된 것처럼 경찰이 남편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남편의 알리바이는 모두 입증됐고 경찰도 남편에게 혐의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남편이 범인이라는 주장은 뇌피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2000년대~2010년대와는 달리 수많은 용의자 헛지목 사건으로 인한 명예훼손의 위험성을 경험한 네티즌들도 특정성이 성립될 수 있는 인물을 함부로 범인으로 지목하는 현상에 대해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건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견지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환영하지만 뚜렷한 증거 없이 심증만 있는 상황에서 범인을 지목하는 것은 지양하자는 것이 중론이다.
사건이 벌어진 지 무려 13년이나 지난 데다가 진척 없이 미제사건으로 종결되었고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이 일대에 사는 사람들도 떠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사건이 있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인지라 사건이 벌어졌던 아파트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평범하게 거주하고 있다. 심지어는 2010년 12월 기준으로 해당 아파트 근처는 사건 당시 허허벌판에 건물 뼈대만 지어지고 있어 을씨년스러웠으나 2010년대 중반 이후로 개발이 완료되어 상권이 형성되면서 진접역도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