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콩나물밥 독극물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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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0일 오후 7시 30분경 충청북도 보은군 보은읍 삼산리의 한 음식점에서 식사하던 마을 주민 6명이 독극물에 중독당하고 그 중 1명이 사망한 사건. 11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2월 20일 저녁 7시 30분경 보은군의 한 식당에선 박모 씨(남.70), 정모 씨(남.72), 김모 씨(여.75), 김모 씨(남.69) 등 이 마을 주민 4명과 식당 주인 이모 씨(71.여), 주방장 이모 씨(78.여), 총 6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밥을 먹던 이들은 갑자기 구토와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군보건소로 이송되었다가 모두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청주시내 대학병원으로 또 다시 이송되었다. 당시 이 사건을 현장에서 목격한 이는 식당 바로 옆에 위치한 주점의 사장 최 씨(가명)로, 사건을 목격하고 바로 119에 신고했다.

환자들의 토사물에선 콩나물밥의 잔존물이 나왔으며 국과수에서 환자들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먹던 음식물에 액체 상태의 메소밀이 혼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메소밀은 무색무취의 고독성 농약으로, WHO에서 1급 독성물질로 분류되어 있으며 한 모금만 마셔도 생명에 치명적인 맹독성 물질로, 한국에선 2012년 이후 판매가 중지된 상태였다.

이들 가운데 치료를 받던 정모 씨(남.72)는 사건 발생 5일만에 결국 사망했다.

사건 초기엔 이 사건의 원인이 단순한 사고라는 데 무게가 쏠렸다. 메소밀은 쥐약이나 바퀴벌레 살충제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식당에서 쥐 제거용으로 메소밀을 구입한 상태에서 고령의 주방장 이 씨가 메소밀을 조미료로 착각하고 음식에 혼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건 초기에 주인 이 씨와 주방장 이 씨는 위중한 상태여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2명이 의식을 회복하기만 하면 사건이 쉽게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식당 주인의 동생은 식당에서 메소밀을 구입한 적도 없다고 했으며 의식을 회복한 주방장 이 씨는 다량의 메소밀을 섭취한 탓인지 사고 후유증으로 조리 당시와 사건의 대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메소밀을 어떤 음식에 혼입했는지가 중요한 관건으로 떠올랐다. 메소밀이 들어간 음식이 밝혀져야 범인의 행적과 실체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6명이 먹었던 식단은 콩나물밥, 멸치볶음, 나물무침 몇 종류와 식혜였지만 반찬들은 개개인이 골라 먹고 안 먹을 수도 있지만 피해자들이 모두 공통으로 먹은 한 가지는 콩나물밥이었으므로 콩나물밥에 메소밀이 포함된 것으로 압축되었다. 더구나 식당에서 낮에 이 식단에 포함된 반찬과 식혜를 먹은 사람들은 아무 탈이 없었다.

콩나물밥에 사용된 콩나물과 쌀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콩나물 시장과 식당이 단골로 쌀을 구입하던 정미소를 찾아갔으나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사건 이후 이 일대의 콩나물 상인들은 주민들의 콩나물 기피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사건의 당사자 6명 중 5명은 목숨을 건졌으나 나머지 1명인 정 씨는 결국 5일만에 숨졌다. 정 씨는 평소에도 짠 음식을 좋아하는 식습관을 가져서 당일에도 콩나물밥에 양념간장을 다른 사람들보다 2배나 넣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정 씨가 사망하던 같은 날 김 씨(가명)가 환자들 중 가장 빨리 병원에서 퇴원했다. 김 씨는 다른 이들보다 콩나물밥에 간장을 가장 적게 넣었다고 한다. 즉, 콩나물밥 그 자체가 아니라 양념간장에 메소밀이 혼입되었다는 유력한 상황이 밝혀졌다.

피해자들이 먹은 양념간장에 독이 들어간 시점은 콩나물밥이 만들어지고 나서 식사 직전으로 추정되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당일 식사 시간과 메뉴를 알고 있고 현장에 있었던 내부인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된다. 손님 4명은 콩나물밥을 기다리면서 고스톱을 쳤다. 고스톱은 3명이서 하는 게임이므로 1명은 딴짓을 하게 되고 그 와중에 화장실도 드나들 수 있게 된다. 이 식당의 구조는 정문에서 맨 뒤쪽에 주방이 있고 주방 왼쪽에 화장실이 있는데 화장실을 가려면 반드시 주방을 지나치게 되어 있다. 따라서 화장실을 가는 척하면서 그 사이에 주방에 침입해 양념 간장에 메소밀을 탔을 가능성도 있다. 화장실 바로 뒤쪽엔 뒷문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 식당은 평소에도 뒷문을 잠그지 않고 열어 놓았다고 한다. 그러므로 전혀 다른 제3자가 열려 있는 뒷문으로 침입해 주방에서 메소밀을 타고 사건을 주변에서 관찰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건의 당사자들 중 가장 먼저 퇴원한 김씨가 의심되기도 했다. 농부인 김씨는 그날 점심에도 그 식당에서 콩나물밥을 먹었고 식당에 종일 있었다고 하는데 콩나물밥에 간장은 적게 넣었고 고추장을 많이 넣어 비벼 먹어서 피해가 가장 덜했다. 김씨는 콩나물밥에 간장을 가장 적게 넣은 이유에 대해 "틀니를 착용하고 있어, 간장에 포함된 깨가 잇몸을 찌르고 틀니 사이에 끼는 게 불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김씨에게서 별다른 혐의점은 포착되지 않았다.

김씨와 마을 사람들이 용의자로 의심한 또 하나의 인물은 사건을 현장에서 119로 신고한 목격자 주점사장 최씨였다. 최씨는 식당 사장과 앙금이 있는 상태였다. 이에 대해 최씨는 "사건 1달 전에 식당 사장과 화투를 쳤는데, 식당 사장이 계속 약을 올린 탓에 홧김에 화투판을 엎고 약 1달 동안 식당 출입을 하지않았다가 시간이 지나 화가 풀렸을 뿐이다. 큰 일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보험금을 노린 범죄로도 의심하고 피해자들의 보험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를 해 왔으나 특이한 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식당 주변에 있는 CCTV를 비롯해 콩나물밥 재료 유통 과정, 보은 농약상에서 메소밀을 구입한 주민 등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벌였으나 모두 성과를 내지 못했다. 수사 과정에서 당일 콩나물밥을 먹지 않고 귀가해서 피해를 면한 2명의 노인이 있다는 점도 밝혀졌다. 사건 발생 6개월 동안 1,400여 명을 상대로 조사를 해왔으나 사건은 진전이 없었다.

사건으로부터 10개월 후인 2013년 12월 30일 경찰은 타살에 무게를 두고 원점에서 재수사를 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2015년 7월 29일 경찰은 이 사건을 미제사건으로 처리하고 수사를 사실상 종결했다.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주방장 이 씨가 이 사건의 후유증인 기억 상실로 인해 조리 과정이나 메소밀의 유입 과정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11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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