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육절기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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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4일,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에서 일어난 엽기 살인사건. 가해자는 김○○ 씨(사건 당시 59세, 이하 김 노인)고 피해자는 박○○ 씨(이하 박 노인, 사건 당시 66세)였다. 사체를 유기하기 위해서 정육점에서 고기 갈 때 쓰는 분쇄기(이하 육절기)를 사용한 잔혹한 수법 때문에 세간이 경악한 사건이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사건이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하였다. 실종사건에서 수사를 신속하고 철저하게 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2. 경과
2.1. 실종
피해자 박 노인은 5개월 전인 2014년 9월에 남편을 떠나보낸 과부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당시 자택에서 혼자 살았고, 가해자 김 노인은 박 노인의 저택부지에 별채로 세들어 살던 사람이었다. 2015년 2월 4일 수요일 오후 8시 30분경, 박 노인이 교회에서 저녁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다가 실종되었다.

다음날 박 노인이 교회에 나오지 않자 마을교회 관계자가 의아해했고, 또한 그 날 아침 박 노인과 함께 병원에 가기로 했던 같은 마을에 사는 교회의 교인이 박 노인의 집을 찾아왔지만 박 노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씻어둔 쌀만이 놓여있을 뿐이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피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자 급기야 피해자의 아들이 수상함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2월 8일 박 노인의 자택을 감식하려 했으나 김 노인이 핑계를 대면서 감식을 미뤄달라고 부탁하였다. 거기다 당일 저녁 지인에게 하드디스크 포맷을 의뢰했다고 한다. 하술할 CCTV 감식에 의하면, 김 노인은 지인의 공장에 상자를 옮겼다. 공장의 CCTV에서는 김노인이 짐칸에서 육절기를 내리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2.2. 화재
2월 9일 오후 2시 50분경, 갑자기 박 노인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다. 방화로 추정되었으나 경찰이 추궁하는데도 김 노인은 "가스 히터를 틀어놓고 나갔다가 불이 났다"며 태연하게 변명했다. 감식 결과 김 노인의 방화가 명백했지만 여전히 김 노인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2.3. 수사, 그리고 육절기의 행방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마을 일대와 그 주변 CCTV를 샅샅이 분석했고, 이 때 박 노인이 실종된 다음 날인 2월 5일 김 노인의 행적에 주목했다. 김 노인은 그 날 아침 자신의 현대 포터 1톤 트럭을 몰고 현장인 박 노인의 집을 나섰는데, 트럭의 뒷좌석에 전날에는 없던 상자 하나가 실려 있는 것이 경찰의 눈에 들어왔다. 또한 짐칸에는 웬 커다란 기계가 실려 있었는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경찰은 그 기계가 고기를 썰 때 쓰는 육절기라는 것을 확인한다.

김 노인은 집을 나선 지 얼마 후,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공장의 CCTV에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 때 김 노인은 짐칸에 있던 육절기를 공장에 맡긴 후 공장을 나섰으며, 몇 시간 후에 화성시 황구지천 인근 둑길의 CCTV에 모습이 다시 한 번 찍혔다. 그리고 경찰은 여기서 아침에 뒷좌석에 실려 있던 상자가 사라졌음을 확인하였고, 따라서 이 시간동안 김 노인이 시신을 처리했을 것으로 보았다. 경찰은 김 노인을 강하게 의심하고 추궁했지만, 당연히 김 노인은 범행을 강력히 부인한다.

김 노인이 무식하게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과 무관하게, 김 노인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흔적은 감식에서 끊임없이 드러난다. 우선, 박 노인의 자택에서 일어난 화재를 정밀감식한 결과 방화로 인한 화재임이 드러났다. 또한 상자를 싣고 다닌 1톤 트럭에서 루미놀 반응 검사를 해보니 혈흔이 포착되었고, 육절기를 내려놓은 공장에서도 역시 박 노인의 혈흔, DNA가 포착되었다.

사건에서 육절기가 사용되었음은 명백했지만 문제는 바로 시신과 육절기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었다. 유기장소를 이 잡고 뒤져봐도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경찰이 물고 늘어질 만한 것은 육절기밖에 없었다. 경찰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김 노인의 동선을 집중 분석하여 의왕시 및 수원시 일대를 유력한 유기장소로 보고 집중 수사를 벌였으며, 2월 18일 마침내 육절기의 띠톱 일부분을 경기도 의왕시 청계산에서 발견했다.

CCTV를 돌려 범인이 타고 다닌 트럭의 이동 동선을 추리한 다음, 이 동선을 그대로 밟아 육절기 수색을 시작했다. 차를 타고 수색하면 속도가 너무 빨라 범인이 버린 육절기를 못 보고 지나칠까 봐 형사 한 명이 수십km를 도보로 직접 걸어 도로 인근을 수색했다. 도로를 걸어다니다 어떤 나무 밑동에 띠톱 하나가 보이길래 범인이 버린 육절기 부품인가 싶어 수거한 뒤 분석을 보냈는데, 진짜로 피해자 혈흔이 검출되어 극적으로 유력한 증거물을 확보했다.

이후 사건을 맡은 화성동부경찰서 강력1팀은 육절기가 고물상에 처분되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수사의 방향을 고물상으로 돌렸다. 화성/수원 지역의 고물상을 이 잡듯 뒤지다가 마침내 사건 발생 20일만인 2월 24일,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고물상에서 사장이 육절기를 해체를 막 시작하던 모습을 발견, 간신히 제지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수 있었다. 고물상 사장이 언급하길, 2주 전에 누군가 해당 기계를 버려놓고 갔길래 혹시 몰라 주인을 기다리다가 이제 막 처분을 위해 해체를 시작하던 참이었다고 한다. 즉, 조금만 늦었더라도 사건이 완전히 꼬여버릴 수도 있었다.
3. 흔적과 범행과정
절단기에서는 박노인의 흔적 95점이 검출되었다. 끔찍했지만 김노인에게 방화에다가 살인 및 시체 유기, 시체 훼손 혐의가 적용되는 강력한 근거다.

추가적으로, 김노인의 별채자리에 굴삭기를 동원해서 뜯어낸 뒤 김노인 별채의 배수관을 감식한 결과, 역시 박노인의 DNA와 혈흔이 검출되어서, 범인은 1차적으로 자택에서 시신을 토막낸 뒤 2차적으로 육절기를 사용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4. 범행동기
범행동기에 대해서 김노인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 노인이 박 노인에게 일방적으로 애정을 표현했는데 박노인이 과부가 되자 더 심해졌다고 한다. 사실상 스토킹 수준이었다. 지난 1월 말 박노인이 토지보상금을 받자 김 노인에게 퇴거를 요청했는데, 이에 앙심을 품고 김 노인이 살해하지 않았나 추측할 뿐이다. 마침, 김노인은 신용불량자이기도 했다.

범행수법에 대해서도 김노인은 절단기의 경우 나무 공예용도였다는 등 계속 우기고 있으며, 공권력이 제시한 증거가 간접증거일 뿐이라고 지속적으로 부정해왔다.
5. 드러난 범행준비과정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구된 김노인 컴퓨터의 내용에 따르면 이미 1월부터 김노인은 인체해부도를 구했고 시신을 해부하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그가 인터넷에서 '민찌기' '육절기' '까마귀 먹이'를 검색한 흔적이 잡혔다. 육절기는 범행 4일 전인 1월 30일 인터넷을 통해 사비로 중고구매한 것이었다. 거기다 제론토필리아 포르노들이 쌓여있던건 덤.
6. 판결
2016년 2월 4일에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된 1심과 그 이후 2심에서는 무기징역이 선고되었다. 범인은 불복했지만 2016년 12월 29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되어 현재도 복역 중이다.
7. 관련 문서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시신이 없는 살인사건이지만, 시신을 수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초반의 부실수사로 인해 못 찾게 되고 말았다. 비슷하게 명백한 정황증거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도 범인이 전문 도구를 구입한 것이 확인되어 그것으로 시신을 훼손한 걸로 보이는데, 여기선 육절기가 아니라 테이블형 체인쏘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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