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사망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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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2월 22일 대한민국의 배우 이은주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건. 사인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며 사망하기 전까지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20대 여배우의 요절은 연예계를 넘어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이은주는 2005년 2월 2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자택에 있었던 본인의 방의 드레스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오빠에 의해 발견되었다. 경찰은 단순한 우울증으로 인한 충동적 단순 자살로 수사를 마무리지었으나 죽기 며칠 전까지 대외활동을 했고 2005년 2월 18일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식에도 참여해서 밝은 미소를 보여준 사람이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는 것을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아서 각종 루머가 양산되기도 하였다. 특히 정상급 배우로서 진입을 앞두고 기대를 한창 받을 때 전해진 갑작스런 소식이었기 때문에 연예계는 물론 대중과 미디어에게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녀는 꽤 오래 전부터 우울증 증상을 앓았고 관련 전조 증상들이 그녀의 사망 후 뒤늦게 재조명되었다. 앞서 예능 프로그램 《비타민》에서는 우울증 위험이 높다고 판정되었으며 평소에도 수면 부족이 심각했음이 드러났고 같은 교회를 다니던 기자에게 "지난 1년 간 너무 고통스러워 죽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고 지나가듯 털어놓기도 하였다.

측근의 말에 의하면 《불새》로 인기를 얻을 때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전부터 심한 불면증과 식욕부진으로 인한 체중 감소, 외로움 등 전형적인 우울증 증세를 보였는데 이러한 증상은 영화 《주홍글씨》 이후 걷잡을 수 없이 더 심해졌다. 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의 개인적인 고민(베드신 연기 등)으로 스트레스가 많았던 듯하며 《주홍글씨》 출연 이후 후유증과 수면 부족과 같은 생활 패턴의 붕괴는 이러한 증상을 더 부채질했다.

그녀의 지인 하 씨의 인터뷰(유서 속 언니)에 의하면 당시 이은주는 자신에게 마음의 병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 여행을 다녀오는 등 노력했지만 우울증이라는 병이 자신을 죽음에까지 내몰 위험한 병인지는 미처 몰랐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은주는 자살 직전 두 차례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불면증과 거식증을 호소하며 진료를 받았다. 그녀는 의료진으로부터 검사를 위해 입원 권유를 받았으나 거절했고 그 다음 진료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후 자살했다.

자살 직전 우울증으로 힘겨웠던 순간 그녀는 소원을 적은 메모지를 묻었다. 이은주 사후 언론사에서 하 씨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당시의 일화가 좀 더 자세히 드러났다. 평소 이은주는 마음이 우울할 때면 소나무 묘목을 사서 집 근처 강변에 직접 심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2월 초에 나무를 사려다가 주인이 아직 땅이 얼어서 나무를 심으면 곧 죽는다고 해 대신 새해 소원을 적어 나무를 심으려던 자리에 묻었다. 하 씨에 따르면 오랜만에 이은주는 환하게 웃었으나 그로부터 보름 후 세상을 스스로 떠났다. 장례를 치른 뒤 하 씨는 그녀가 적은 소원을 파 보았는데 그 소원이 바로 메모지였다.
<메모지 전문>
이은주의 소원과 함께 자라길 바라며
1. 사랑하는 내 가족들 모두 행복하게 건강하게 함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이라 여기는 한 사람도 내게 베풀어주는 것 이상의 좋은 삶을 살 수 있기를..도움이 될 수 있기를..서로가
2. 지금 힘든 시기 <2004년 11월부터 현재 2월> 이제 몸도 마음도..머리도 정상적으로 돌아와 많이 웃고 기쁘게 살고 싶습니다.
3. 좋은 배우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이제 더 이상 아픔없이 건강해지길...


생각해 보면 그녀가 얼마나 스스로 고통스러워했으며 마음의 병으로부터 절실히 벗어나고 싶어했는지 알 수 있는 마음 아픈 부분이다. 해당 종이는 사후 이은주의 어머니가 보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은주의 빈소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생전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이 참석해 조문했고 그녀와 절친했던 바다, 김소연은 3일 내내 빈소를 지켰다. 발인식은 이틀 후인 2월 24일 거행되었으며 그녀의 시신은 벽제화장터에서 화장되어 경기도 고양시 청아공원에 안치되었다. 발인 당시 그녀의 옛 연인이기도 하였던 김정현이 영정사진을 들었다.

엄마 사랑해. 내가 꼭 지켜줄거야. 일이 너무나 하고 싶었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게 돼버렸는데 인정하지 못하는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 힘듦을 알겠어..

엄마 생각하면 살아야 하지만 살아도 사는 게 아니야. 내가 꼭 지켜줄거야. 늘 옆에서 꼭 지켜줄 거야.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았어. 혼자 버티고 이겨려 했는데..

안 돼.. 감정도 없고.. 내가 아니니까.. 일 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었어. 맨날 기도했는데 무모한 바램이었지 일 년 전이면 원래 나처럼 살 수 있는데 말야.

아빠 얼굴을 그저께 봐서 다행이야. 돈이 다가 아니지만 돈 때문에 참 힘든 세상이야. 나도 돈이 싫어.

하나뿐인 오빠, 나보다 훨씬 잘났는데 사랑을 못받아서 미안해. 나 때문에 오빠 서운한 적 많았을거야.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먹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가족끼리 한 집에서 살면서.. 10년 뒤에는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다 해보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가장 많이 가장 많이 사랑하는 엄마,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내가 꼭 지켜줄게.

마지막 통화, 언니 고마웠고 미안했고 힘들었어. 꼭 오늘이어야만 한다고 했던 사람. 고마웠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날 사랑해줬던 사람들, 만나고 싶고 함께 웃고 싶었는데, 일부러 피한 게 아니야. 소중한 걸 알지만 이젠 허락지 않아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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