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12일 둘째 딸의 사망으로 밝혀진 연쇄살인 사건. 이날 안영미(1967년생, 이하 A씨)는 자신의 두 딸과 조카 세 명을 데리고 경상남도 김해시의 동네 수영장에 갔는데 수영장에서 둘째 딸에게 음료수를 주면서 ‘이거 너만 혼자 몰래 먹어야 해’라고 했다. 둘째 딸 오모 양(1995년생, 이하 B양)은 음료수를 마신 지 5분 후에 수영장에서 축 처진 채로 떠올랐다.
당시 안전요원은 아이의 맥박이 없었고 호흡도 안 되고 있었다고 했으며 즉시 인공호흡을 바로 실시했고 아이가 의식이 돌아오며 자신의 말귀를 알아들었다고 증언했다. B양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5분 만에 숨졌다.
수영장에서 익사로 사망하는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아주 없는 일은 아니라 A씨는 자신의 딸이 사망한 이유가 수영장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반면 수영장측은 B양이 사망한 정황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 이유는 ‘① 익사체의 경우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코나 입에서 물이 나와야 하나 그러한 정황이 없으며, ② 익사하는 경우는 대개 큰 소리를 지르나, B양은 너무나 조용히 숨졌다’는 것이었다.
처음 경찰들은 단순 익사로 처리하려고 했는데 김해시는 1년에 50여구의 익사체를 부검하였던 바 수상 사고는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건에 관심을 갖던 당시의 초임검사가 적극적으로 부검을 추진하면서 반전되었다.
부검 결과 B양의 근육은 선홍색(鮮紅色)이었다. 보통 사람이 죽었을 때 부검하면 근육은 붉은 회색을 띤다. 선홍색 근육은 동사(凍死)체, 일산화탄소나 청산염으로 인한 사망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소견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수영장에서 얼어 죽거나, 일산화탄소에 의해 죽거나, 청산염으로 죽는 일을 상상할 수 없다. B양의 혈액을 추출하여 국과수에 보낸 결과 혈액에서 16.2㎍/㎖의 청산염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청산염의 성인 기준 반수치사량인 2.5~5.0㎍/㎖의 3배가 넘는다.
이에 함께 수영장에 갔던 B양의 언니(당시 11)와 고종사촌 언니(당시 12)를 조사했다. 첫째 딸과 B양의 사촌언니는 B양이 자신들에게 와서 ‘나 맛있는 거 먹고 왔다’고 자랑했다고 증언했다. 엄마가 B양한테만 맛있는 걸 줘서 자기들은 약이 올랐다는 것이다. 반면 A씨는 자신이 그런 적이 없다고 증언하였다. 그러나 당시 수영장 안전요원은 A씨가 아마 B양으로 생각되는 아이를 여자 탈의실 앞에서 손짓해 부르는 걸 보았으며 온 아이의 어깨에 A씨가 손을 얹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증언했다.
이후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둘 다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음료수를 줬었다'고 말을 번복했다. 음료수가 수상하기는 했으나 A씨는 딸을 떠나보낸 엄마를 의심하느냐며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유감이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었으며 A씨가 시안화칼륨, 속칭 청산가리를 구입한 흔적과 B양에게 먹인 음식도 밝혀내지 못했다. 그것 때문에 사건은 크게 진전되지 않았다.
하지만 차차 드러난 수상한 점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A씨는 사건 하루 전날인 2003년 10월 11일에 보험료가 없어서 보험 설계사에게 보험료를 대납하게 하면서까지 딸의 사망보험을 가입했으며 딸의 보험금을 청구한 사람은 분명히 A씨였다. 게다가 사건이 일어난 수영장도 신체상해 1인당 최고 1억원 배상보험에 들어 있었는데 A씨는 2004년 1월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려고 했다.
A씨는 1992년에 남편 오 씨(이하 C)와 결혼했으며 1998년에 내연남을 만나면서 밀회를 즐겼다고 한다. 2001년 12월 1일 A가 옆집에서 김장한 김치를 받아왔고 이를 먹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C는 가슴 통증을 호소했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다음 날 새벽 1시에 사망했다.
김장에 굴이 들어갔다는 A씨의 증언에 의존해서 의사는 사인을 마비성 패류독소(paralytic shellfish poison) 혹은 비브리오 패혈증(vibrio vulnificus sepsis)으로 추정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마비성 패류독소가 나올 수 있는 상한 굴에서는 심한 악취가 나므로 먹기 전에 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으며 비브리오 패혈증은 바닷물이 고온인 여름에 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A씨가 용의선상에 오른 후의 일이지만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 당시 A씨는 병원 응급실에 가서는 남편이 김치를 먹고 쓰러졌다고 하지 않고 다른 이유를 댔다고 하지만 그 의사도 마비성 자가 독성 증상 등을 언급하며 독극물로 인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소견을 남겼다.
특히 무엇보다 A씨가 남편의 시신을 화장해 버렸기 때문에 수사 등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으며 A씨는 3,700만원을 보험금으로 받았는데 이 보험금은 내연남에게 빌려줬다고 한다.
A씨의 남편이 사망한 지 약 7개월 후 K씨는 자신의 남편과 같이 나가서 케이크를 사 왔고 케이크를 잘라서 자신과 친한 친구인 A씨에게 갖다 주겠다며 나갔는데 다녀온 후 K씨가 쓰러졌다. 남편의 증언에 따르면 K씨가 오자마자 ‘어, 여보, 나 좀 봐’ 이러더니 앞으로 그냥 고꾸라졌다고 한다. 이는 A씨를 만나고 온 지 10분도 안 되어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사인은 원인불명의 대사성산증(Metabolic Acidosis)이었다. 이때 피해자의 증세는 시안화칼륨, 속칭 청산가리를 먹었을 때의 경과와 일치한다. 이 경우 합리적인 사인으로 의심되지만 의사는 그것을 의심하면서도 다른 사인(死因)을 기록했다고 하는데 이후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당시 부검은 이루어졌고 부검에서 독극물이 발견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의사는 안면부 청색증과 경련으로 쓰러진 점 등 독극물에 의한 증세를 기록했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을 분명히 기록해 두었다.
난데없는 아내의 죽음에 K씨의 남편은 망연자실했지만 아내의 장례 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알고 보니 K씨는 자신의 사망 시 수익자가 A씨로 된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 청약서에는 ‘(A는) 나의 모든 걸 뒷받침되고 믿을 수가 있다’고 적혀 있었다. 보험금은 최고 1억원이었다.
청약서만 보면 K씨가 생존 당시 절친한 친구 A씨에게 주는 선물로 보험을 가입한 것이 되며 그 보험이 계약된 지 3개월 후 K씨는 사망했지만 이는 보험사의 의심을 샀다. 당시 피해자 K씨의 남편은 K씨의 보험 가입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알고 보니 A씨가 K씨 행세를 하며 그 보험을 가입했으며 K씨의 유족 몰래 자신이 K씨의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아 직접 보험금을 청구했다.
A씨의 둘째 딸이 사망한 후 주목을 받게 된 A씨에 대한 자세한 수사 과정에서 조금씩 밝혀졌다고 하는데 이것이 A씨의 범죄를 밝히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는 사문서 위조∙행사와 사기 미수에 해당되기 때문에 기소가 가능했다. 즉 구속 수사가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A씨는 울고불고 하는 등 완강한 태도로 일관되게 부인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물증이 없었던 탓에 재판은 거의 2년을 끌었다.
A씨가 당시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데다 수익자를 자신으로 한 점까지 미뤄볼 때 친구 K씨를 위해 가입했다는 A씨의 말은 믿을 수 없으며 K씨가 숨진 뒤 보험금 청구도 유족 몰래, 사망진단서 발급도 직접 몰래 하기도 했다. 최 모라는 보험설계사를 이미 알고 있었고 그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면서도 전혀 모르는 김 모라는 보험설계사에게 친구 K씨 종신 보험을 계약했다. 2002년 8월 K씨가 A씨를 만난 지 5~10분 만에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면서 쓰러진 점도 사실로 본다. K씨는 손발이 뒤틀리고 입에서 쉰 냄새가 나다가 이틀 만에 숨졌는데 당시 부검에서 독극물이 검출되지는 않았으나 부검의는 ‘독 검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을 냈다. 그런데도 A씨는 자기 앞으로 5,000만원 보험금을 청구했다. 이 점을 들어 당시 재판부는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여 수긍이 간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당시 김해경찰서가 A씨에 대해 수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자 검찰의 지휘를 받아 대검찰청 과학수사팀에게 뇌파분석 기법 수사를 의뢰한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으나 거짓말 탐지기 등 뇌파 분석 기법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A는 친구의 살해, 딸의 살해 2건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남편을 살해한 것에 대해서는 부검할 사체를 이미 화장했기 때문에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무기징역이 확정되어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