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2일에 식당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올랐던 전휘복 씨(당시 만 53세)가 실종된 지 8개월 뒤인 2011년 4월 17일에 울산광역시 부곡동의 한 풀숲에서 양봉업자에게 백골화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 오래도록 전휘복 씨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가 극적으로 발견되어 사건 해결에 진전을 보이는 듯했으나 그 이상 밝혀진 게 없어 현재까지 14년째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2010년 8월 2일 울산광역시 남구의 한 나이트클럽 옆에 위치한 소주방 조리원으로 일하던 전 씨는 새벽에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가던 중 갑자기 실종되었다. 전 씨는 가족들에게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간다고 했는데 그 전화를 끝으로 영영 소식이 끊겨 버렸다. 당시 시각은 새벽 4시 20분이었다. 가족들은 즉시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은 전 씨가 납치되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4개월 동안 공개수사본부를 통해 수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실종 당일이었던 8월 2일 저녁 8시 42분에서 46분 사이에 남구의 한 편의점 등 2곳에서 전 씨 카드로 4차례에 걸쳐 100만 원이 인출됐다. 경찰은 현금이 인출된 편의점을 찾아 현장에서 범인을 덮쳤는데 그는 만 18세였던 김 군이었다. 경찰은 김 군을 전휘복을 납치한 범인으로 의심했지만 허탕이었다. 김 군은 범인이 아니었고 어떤 중년 남성에게서 이 카드에서 현금 인출을 하고 오라는 부탁과 함께 3만 원의 수고비를 받고 현금 인출만 도와준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김 군에게 이런 부탁을 한 중년 남성이 바로 범인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 남성에 대한 단서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김 군이 연행 되던 순간에 자신이 범인이 아니라고 항변하면서 자신에게 심부름 시킨 사람이 피던 담배 꽁초가 떨어져 있으니 확보해 달라고 했으나 무시당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 담배 꽁초가 확보되었다면 범인의 DNA가 확보되었을 것이고 후술되는 유력한 용의자와 대조해 보면 범인 여부를 확실하게 판가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후에도 경찰은 계속해서 전휘복의 행방을 쫓는 데 주력했고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되는 중년 남성을 찾기 위해 4개월 동안 수사를 벌였지만 좀처럼 사건의 실마리를 잡을 수 없었고 결국 미제로 사건을 종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는 듯했던 이 사건은 8개월 만에 급반전을 맞게 되었다. 2011년 4월 17일 어느 양봉업자가 부곡동에 위치한 한 풀숲에서 백골화된 사체 하나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백골을 곧바로 국과수에 보냈고 한 달여 간의 DNA 감정 끝에 이 시신이 지난해 8월에 실종되었던 전휘복의 것으로 밝혀졌는데 유골의 DNA와 전휘복의 자녀의 DNA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전환하고 국과수 부검결과를 분석해 사체 발견 지점을 중심으로 재수사하기로 결정해 수사팀을 기존 2개 팀에서 5개 팀으로 확대하고 피해자 주변 수사를 재개했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도 요청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미 시신이 부패하여 뼈밖에 남지 않은 상태라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수조차 없었던 데다 용의자 한 사람도 잡아내지 못했다. 전 씨의 주변 인물 중에서 전 씨와 갈등이 있던 사람은 거의 없었고 8개월 전 김 군에게 현금 인출을 부탁했던 그 중년 남성의 정체도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 사건의 범인의 얼굴을 대놓고 목격한 사람이 3명이나 있다는 데 있다. 현금 인출을 부탁 받은 호객꾼이 그 중 한 명이고 범인은 돈을 인출받은 직후 어느 안마시술소로 향했다. 안마시술소의 여주인은 술이 고주망태가 된 이 남자가 진상을 부릴 것이라는 것을 직감으로 확신하고 오늘은 손님을 더 받지 않는다며 안마방 출입을 거부했다. 잠깐 실랑이 와중에 안마방 주인은 이 범인의 얼굴을 또렷이 기억했고 그 얼굴이 그것이 알고싶다 취재 당시였던 1년여가 지난 후에도 좀처럼 잊히질 않는다고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취재진은 호객꾼과 안마방 주인의 범인 인상착의 증언을 조합해 좀 더 개선된 몽타주를 만들었다.
결정적으로 나머지 한 명의 목격자이자 범인을 최후로 목격한 사람은 안마방에서 퇴짜를 맞고 나온 범인을 태운 택시기사였다. 심지어 범인을 태운 영상이 택시에 저장되었다! 문제는 이 영상의 화질이 형편없었고 범인의 대강의 용모와 체형 정도만을 파악할 수 있는 정도였다는 것이다.
피해자 전 씨가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이 택시를 타고 간다고 말한 것과 전 씨가 택시를 타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들에 의해 범인의 직업이 택시 기사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증폭되었다. 경찰은 주변 택시 회사들에게 당시 피해자를 마지막으로 태운 택시 기사가 누구인지 의뢰하였으나 전 씨를 태웠다는 택시 기사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한 택시 기사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는데 과거에도 술 취한 손님의 카드를 뺏어 절도죄로 1년간 감방에서 썩다 나온 전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경찰은 전 씨 실종 당일 이 택시 기사의 운행 기록을 조사했는데 당시 실종 시간으로 추정되는 새벽 4시 18분에 손님을 태워 4시 47분에 하차시켰다는 기록이 발견되었다. 이동거리는 2.5km, 요금은 7200원이었다. 놀랍게도 전 씨가 택시를 탑승한 지점에서 전 씨의 집까지 시뮬레이션으로 운행해 본 결과 그 거리가 2.7km, 요금은 3200원이었다. 비슷한 거리에 요금의 차이가 4000원이나 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는 약 20분 동안 택시가 멈춰섰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게 아니라면 한 새벽에 2.5km의 거리를 운행하는데 30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것과 7200원이라는 저 요금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수수께끼인 것은 이 운행 이후 4시 47분부터 아침 8시 18분까지는 아무런 운행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택시에는 전 씨의 집에서 시체 유기장소까지 운행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고 피해자를 태운 블랙박스라든가 이동 와중에 CCTV 장소에 찍혔어야 할 영상이 남아있지 않았다. 결국 그는 물증 부족으로 풀려났다.
왜 당시 피해자를 태웠다는 택시 기사는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용의자로 의심받은 저 택시 기사의 운행 기록은 어떻게 설명될 것인가? 왜 그는 20분 가량 차를 멈춰선 것일까? 또 저 운행 기록 이후 범인이 정체를 드러내면서 목격된 시간 동안 왜 아무런 운행 기록이 남아있지 않는 것일까? 만약 그가 정말 범인이라면 CCTV 장소에서 찍혔어야 할 장면이 왜 발견되지 않은 것일까? 모든 것이 미스테리로 남아 있다.
결국 상술한 여러 단서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의 더 이상의 진척은 없었고 지금도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범인이 시체를 내다버리다시피 처리한 방식과 범인이 살인을 저지른 후 목격자들을 여러 명 만들면서까지 일으킨 행동들은 이 범죄가 치밀하고 계획적이라기보다 우발적이고 뒷처리가 어수선했음을 보여준다고 수사관들과 프로파일러들은 분석했다. 즉, 이 사건은 수사가 빨리 진행되기만 했다면 지금과 같이 장기 미제사건이 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이렇게 결정적인 목격자들과 영상 기록이 남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이 장기 미제사건이 된 이유는 범행부터 시신 발견까지 무려 8개월이나 되는 긴 시간이 소모돼 버리는 바람에 본격적인 수사가 상당히 늦어졌다는 데 있다. 시신 발견이 빨리 이루어지기만 했어도 범죄 해결이 상당히 원만하게 이루어졌을 거라는 예상에 상당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한 목격자나 용의자를 아는 사람은 울산광역시경찰청 미제전담수사팀이나 국번 없이 112로 신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