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여동 밀실 살인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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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서울특별시 송파구 거여동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일명 '거여동 여고 동창 일가족 살해 사건'. 남편을 제외한 아내와 아들, 딸 총 3명이 살해당한 사건으로, 밀실 살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가해자는 거여동 거주민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있었던 최초의 밀실 살인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엔 친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으로 여겨졌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고 당시 담당 형사의 기지로 진범을 밝혀내지 못했다면 영구 미제사건이 될 뻔 했던 사건으로 보인다.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범인에 대한 술회를 들으면, 해당 사건의 가해자는 조사 과정에서 희생자들에 대한 죄책감 등의 감정을 전혀 보이지 않았고, 범죄 이유를 고교 동창인 어머니의 탓으로 돌리며 자기애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2003년 12월 29일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현관문이 잠겨 있어서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계속 두들겼으나 아내가 나오지 않자, 남편은 아내와 친하게 지내던 동창생 이씨에게 함께 있는지 연락을 하였다. 이씨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니냐며 급하게 뛰어왔다. 남편과 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복도 쪽으로 난 작은방 창문이 잠기지 않은 것을 발견했으며, 이씨는 거기로 손을 집어넣어 아내의 핸드백을 꺼낸다. 숨진 부인이 갖고 있던 집 열쇠는 작은 방의 핸드백 안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31살 아내(박씨)는 얼굴에는 치마를 덮어쓰고 목에 올가미가 조여진 채로 방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3살배기 아들은 보자기가 목에 둘러진 채, 10개월 된 딸은 얼굴에 비닐봉투가 씌워진 채 아파트에서 숨져 있었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방범 창살이 훼손되지도 않았으며, 아파트 7층에 집이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부의 침입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다. 집 안에는 식사 준비를 하던 음식 재료들이 그대로 남아 있던 것이 발견되었다.

겉보기엔 아내가 자녀들을 살해 후 자살한 것처럼 보였지만,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아내는 평소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았던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부모가 큰 성인도 아니고, 어린 자식을 살해하는 사건은 학대가 아닌 이상, 대부분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살해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자식들에게서 교살에 의한 상처 이외의 가슴 등을 짓밟힌 흔적들이 발견되어, 경찰은 살인 사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시작하였다. 면식범의 소행에 가능성을 두어 주변인에 대한 조사를 착수해, 자주 그 집에 놀러 오던 아내의 여고 동창생(이씨)을 참고인으로써 조사하던 도중, 담당 형사가 동창생의 손에 줄 자국처럼 나 있는 상처를 발견하고, 용의자로 지목하여 동창생의 집을 수색하던 중 잘린 페트병을 발견했다.

경찰의 추궁 끝에 이씨가 자백한 살인 과정은 이러한데, 이씨는 박씨의 집으로 놀러와, 먼저 아들을 작은방으로 유인하여 목 졸라 살해하여 벽장에 쑤셔넣었지만, 한 번에 죽지 않고 다시 숨을 쉬는 변수가 발생하여, 다시 아이를 끄집어 내어 발로 목과 가슴을 수 차례 밟아 짓눌러 잔혹하게 살해했다. 그 다음 박씨에게 '깜짝쇼'를 준비했다고 속인 뒤, 치마를 머리 위에 둘러 눈을 가리게 하고 박씨를 방문 쪽으로 유도했으며, 이씨는 미리 올가미처럼 만들어 방문의 위틀에 걸어둔 빨랫줄로 박씨의 목을 졸라서 죽이고, 지렛대로 이용한 위틀에는 페트병을 씌워 자국을 남기지 않았다. 이때 박씨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쓴 방법이 잔혹하다. 10개월 된 딸을 안고 있도록 한 상태에서 빨랫줄로 목을 졸랐고, 박씨는 죽기 직전까지도 아기를 떨어트리지 않도록 꼭 안고 있어, 빨랫줄을 벗겨내는 등의 저항을 할 수 없었다. 이렇게 박씨를 목 졸라 살해한 이후, 10개월 딸도 목을 졸랐는데, 이번에도 아이가 숨을 멈췄다가 다시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자, 아까 아들처럼 다시 숨 쉬는 일이 없도록 마찬가지로 발로 밟아 잔혹하게 살해했다. 차례차례 살해한 뒤, 집 열쇠로 현관문을 잠근 후, 열쇠를 넣어둔 핸드백을 창문 틈으로 작은 방에 던져두고 밀실을 완성했다.

밀실 트릭 자체는 성공했고, 2003년 당시에는 DNA 수사 등의 발전된 수사 기술력이 없던 이유도 있어서 현장에서는 아무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씨의 손에 남은 자국과 그것을 계속 감추려는 이씨의 행동이 증거가 되어 조사관의 추궁 끝에 자백을 받아내었으며, 갓난 아기를 살해할 때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우는 등의 모습에서 여성이 저지른 범행이라는 것을 추정하게끔 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들을 살해하는 과정이 심히 잔혹했기 때문에, 당초 의도했던 '아이의 어머니가 살해 후 자살했다'고는 어려운 정황이 된 것도 덜미를 잡히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살인의 동기가 더 가관이다. 박씨와 이씨는 여고 시절 단짝친구였지만 오랫동안 보지 못하다가, 사건으로부터 2년 전 인터넷 동창 모임을 통해 재회한 후 수시로 교류하였다. 이씨는 본래 박씨를 자신보다 낮은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었으나, 이때까지 자신이 미혼인 것과 달리, 박씨가 단란한 가정을 꾸려 살고 있는 것에 시기를 느꼈다. 특히 이씨는 박씨의 남편에게 "당신 같은 사람이 너무 빨리 결혼했다"는 등 질투심을 드러내기도 하였다고 한다.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박씨가 좋은 남자와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사는 것이 이씨의 자존심을 건드려 잔혹한 살인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것만으로는 동기가 전부 설명이 되지 않는데, 특히 아이들에 대한 잔혹한 살해 방법으로 볼 때 추가적인 동기가 있다고 보여졌다. 이후 이것이 무엇이었는지가 밝혀졌는데, 바로 불륜이었다. 남편 나씨가 초반엔 이씨와의 내연 관계를 부인하였으나, 문자 내역과 추후 언제 두 사람이 성관계를 가졌는지 자세한 날짜, 시간까지 판결문에서 명확히 밝혀지면서 결국 인정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형사 생활 20년 동안 이 사건 외에 밀실 살인을 접해본 적이 없다"며, "이씨가 추리 소설을 그다지 본 것도 아니라서 끔찍하고도 교묘한 범죄 수법을 어떻게 상상해냈는지 지금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페트병까지 준비할 정도로 상당히 치밀하게 계획했지만, 범행 도구인 페트병을 자기 집에 그대로 놓아둔 점, 범행 시 고무장갑을 사용하는 바람에 손에 밧줄 자국이 난 점 등 범죄 이후의 허술한 처리 때문에 사건이 타살이며 자신의 범행임을 암시하였고, 결국 진상이 드러났다. 사실 복도 쪽 창문이 열려있던 것 때문에 완벽한 밀실은 아니었으나, 방범창에 아무 손상이 없고, 보통 아파트 고층의 경우 방범창이 있으면 사람이 드나들 수 없다. 그래서 복도 쪽 창문을 잠그지 않았더라도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밀실로 취급되었다.

재판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으나, 범인 이씨가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점을 들어 '극형에 처해져야 함이 마땅하나, 개전의 정이 아주 없지는 아니하다.'는 재판부의 논거에 따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종종 오해가 있는데, 인격장애도 엄연히 정신질환(정신장애)이라는 의학적 장애의 범주에 포함된다. 정신질환(정신장애)은 인격장애와 정신병, 신경증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인격장애는 '그냥 인격이 나쁘다'거나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가치관을 가지고 옳지 않은 행동을 한다'는 것과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성격장애는 타고난 기질, 성장환경 등의 영향으로 형성된 성격이 주위와 원만한 사회관계를 맺지 못할 경우 진단되는 것이므로 범죄와의 직접연관성 혹은 판단능력의 책임 여부와는 크게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정신질환의 진단명에 포함되지 않으며, 대중이나 경찰, 프로파일러들이 즐겨 사용하는 것에 비해, 과학적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개념인 데다, 이데올로기적 문제점도 있다. 사이코패스와 가장 근접한 진단명은 반사회성 성격장애와 품행장애지만, 일치하지는 않는다. 단지 이 사건은 추리물에서나 볼 법한 밀실 살인이라 화제가 된 건데, 일반적인 우발적 살인에 비해 충동을 조절하면서 지능적으로 살인한 점과 그 동기가 추리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단순한 시기질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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